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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시로 쓰는 시론 4/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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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04회 작성일 05-02-2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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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시로 쓰는 시론.4



15.
절룩거리고 있는 ‘천재 시인’

뜨거운 서리를 맞았구나
익기 전에 피가 넘쳤구나
정수리에 누가 징을 박았구나

소년 장사 아- 金榜 시인

16.
“멋스런 頭上이며
사철 푸른 노래며
침묵의 탑!
나는 이 老松 그림
100점 주고 싶어요"

“못 들은 걸로 합시다
소나무가 들었으면
얼마나 섭섭하겠어요
100점은 아름다움이 아니에요"

17.
낡은 석탑 날개 위에
누가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돌을 얹어놓기 시작했다

돌이 쌓일수록
그냥 지나는 사람은 없다
모두들 자기의 돌 하나씩
얹어놓고 간다

무심코 지나친 사람도
되돌아와서 하나 얹고
또 얹는다. 불안한 듯

소망의 돌들!
이젠 탑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돌무더기만 보인다

18.
유명 장님가수가 있었다. 앞은 못 보지만 목소리는
천복을 받아 많은 복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CD가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모른다. 일약 거부가 되고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었다. 그렇게 되기까진 부인의 공이 컸다
미색은 아니지만 마음은 천사. ‘남편이 불편해 하는 것이 무엇일까’
밤낮 그것만을 생각하는 부인이었다
그러나 장님가수, 이름이 사방으로 날리면서 부인의 친절이
그전처럼 고맙지가 않았다. 특히 이십대 초반의 안마 아가씨.
목소리 곱고 살결은 더욱 고운 그 아가씨가 한 말. “무엇이 부족해서
그렇게 못생긴 여자와 살아요" 그 말이 영 그의 자존심에 달라붙어
떨어지지를 않았다. 그리고 청소 아줌마들의 수근대는 소리.
“세상 누구보다도 돈 잘 버는 사람이 왜 저렇게 못생긴 여자와
산다요? 젊은 이쁜 여자들이 줄서서 기다리는데"

결국 부인과 이혼을 하고 젊은 이쁜 여자와 재혼을 했다
깨가 쏟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차츰 이상해지는 부인.
비싼 보석 사줄 때만 간드러지게 상냥하고 그러지 않을 때는
마지못해 친절을 베푸는 듯했다. “다른 남자들과 이야기할 땐
구슬이 굴러가는 듯한데 왜 나와 이야기할 땐……" 장님도 차츰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한 번 의심이 생기자 그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잠시만 부인이 자리를 떠도 어떤 놈팽이와 그 짓 하러
간 것만 같고 도무지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그러다 보니 노래는 그전만 못 했다. ‘가짜 사랑 노래, 어둡고 지루한
노래……' 팬들도 차츰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자연히 수입은 줄고
부인은 더욱 냉냉해지고……

여러 날 잠 못 이룬 끝에 눈물 한 말 싸들고 옛 부인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행방이 묘연해진 옛 부인. 목매달아 죽었다는
말도 있고 어떤 농부와 재혼해서 잘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속세와 인연을 끊고 깊은 산속 절에 가 있다는 소문도 있고……
그러나 장님가수 이야기도 여기까지밖에 나는 모른다. 그 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장님. 자살했다는 말도 있고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말도 있고……

        


김동호
․1934년 충북 괴산 출생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ꡔ바다ꡕ ꡔ꽃ꡕ ꡔ피뢰침 숲속에서ꡕ ꡔ시산일기ꡕ 등

추천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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