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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신작시/성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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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74회 작성일 05-03-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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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경





(잡초, 민초, 풀, 울림이 ‘푸르다’의 계열이다. 우주 생명의 소립자다. 역사의 탄력이다. ‘ㅍ’과 ‘ㄹ’로 꾸며지는 글자의 꼴도 소리의 파도도 꼭 한여름의 기세다.)






독백



사람의 뇌세포가 몇백 억은 된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평생 2, 3퍼센트 정도밖에는 쓰지 못한다고 하니
압도적 다수의 놀고 있는 나의 세포들아
무엇들 하고 있는 거냐 너희들 요새 같은 때
나를 좀 도와주지 않고.
너희들 중 단 1퍼센트만이라도
게으름 부리지 않고 활동을 해준다면
내가 단박에 달라질 것이라 하지 않느냐.
나의 두뇌가 꿈처럼 두르르 성능 좋게 돌아가서
자동차로 치면 롤스로이스 급은 될 거라 하지 않느냐.
아인슈타인 부럽지 않게.
그런데 지금처럼 이렇게 두뇌의 기능이 무뎌터지고서야
나의 70대를
내 인생 전체의 황금기가 되게 하려는
열화 같은 나의 염원이 이루어질 턱이 있느냐.
지금 70대가 조건은 제법 좋은데 말이다.
날씨도 그럭저럭 갰고
무엇보다도 그 사나운 짐승 같던 情火도
대충 수그러져 떼를 쓰지 않고
남들도 늙은이 하는 일에 비교적 관대하고.
이제서야 군더덕 가지 쳐낸
맑음의 모습이 손에 잡힌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인생의 황금기를 실현하는 것이냐 하면
나로서는 오직 자나깨나 예술 작업에 풍덩 빠지는 일,
이것 말고 또 무엇이 있겠느냐.
영육의 순수 연소.
미를 찾아
그런데 아직도 일이 시동도 안 걸렸다.
갈 길은 멀고
몸은 여기서 삐그덕
저기서 우두둑
머리엔 어스름
눈은 침침
귀는 건너 마을.
타는 것은 마음뿐이니.
그럴수록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암! 포기가 다 뭐냐.
미꾸라지 놓치듯 이것저것 다 놓쳐버린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번에는 기어이
70대의 삶과 想念을 뭉뚱그려
뭔가 보이는 형상으로
때려내야겠다.
몸은 약골인데
기질만은 운명인지 팔잔지
파우스트나 맨프레드와 한패거리이니
신역은 고될 대로 고되지만
두고 보라.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절대.
끝까지.

성찬경
․1930년 충남 예산 출생
․1956년 ≪문학예술≫로 등단
․시집 '묵극' 등
․시선집 '나의 별아 너 지금 어디에 있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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