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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신작시/임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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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강빈
기러기
한반도의 가을은 깊다
기러기가 날고 있다
앞선 향도 따라
두 줄로 서서
좁혔다 넓혀졌다 하는 간격
끼륵끼륵 울지도 않는구나
기러기의 침묵
어둑어둑한 밤하늘에
날갯짓만 환상처럼 보인다
볏가리 군데군데 놔두고
이 땅을 지나가려 하는가
옛적 다정다감도 비켜서려 하는가
가을이 와서야
가을이 와서야
지난 여름 내가
무척 수척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에 잡힌
나의 시
시의 구절도 그랬습니다
땀 흘리느라고
생각이 짧았나봅니다
가을을 사사(師事)하고 있습니다
쓸쓸한 것은
나로 족하다 생각했는데
가을이 먼저 와서
소슬바람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비워서 넉넉한
가르침을 주십시오
얌전한 제자로 있고 싶습니다
임강빈
․1931년 공주 출생
․195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신의 손'외
․시선집 '초록빛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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