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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신작시/이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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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48회 작성일 05-03-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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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와

경주마



난 물 위를 오기의 발굽 차고 달리는 말
비명의 갈기 휘날리며
눈감고도 밤의 트랙을 완주하는 사창의 말
어제와 같은 속악한 결승점을 향해 달린 끝에
사타구니에는 피, 고름, 진땀
빨래처럼 비벼 빨려 그만 찢겨진 음순
경기장 국기처럼 펄럭이다 말다

마지막 바퀴의 종소리가 나기까지
종횡무진 수치심과 반성 없이 달려야 하는데
오늘은 은은한 바람 한 점 없고
기척 없이 먼 산에 단풍도 후다닥 져
통, 물이 안 나오네,

재탕 삼탕 막탕까지 악다구니로 연탕 뛰고,
베테랑 경주마의 진면목은 거기서 다가 아닌데
찾아 온 관음의 관중들 해탈해 돌아갈 수 있도록
극진히 공양해야 하는데
헐어 딱정이 진 밑문 오늘따라 오기로도 열리지 않고
고향에 두고 온 이복동생들 안부가 궁금해
달리다 말다 달리다 말다
잡념이 부어올라 자꾸 몸의 물기가 마르네.






우 기



천장에 요도가 뚫렸다
강박증에 시달리다 털이 뽑혀 죽은 쥐새끼
그 부패된 육즙과 뒤섞여
밤새 질질 새어 흐르는 오줌발

내 우울한 가랑이에 하늘이 물총을 쏜다고
능청스레 말할 수 없는,
그러니까 뭐랄까
자궁인 내 방을 암흑의 해저동굴로 만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자학의 그림자는 범람해
울컥이게 하는, 그러니까 뭐랄까
바라던 대로 아수라의 세계에 닿기 직전
오염된 낙숫물로 목욕재계하는 중

목숨의 오랏줄로부터 초탈되기 위해선
더 많은 구정물을 두개골에 채워야 한다지
이 곰팡이의 낙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더 음탕한 수렁에 침전돼 곰삭아야 한다지

200밀리의 곪은 정액이 밤새 새어드는 밤
알몸을 통째 양동이로 받쳐놓고
묵언정진

화류계 15년,
내 필생에 일광욕할 날도 있으리라.


이기와
․서울 출생
․199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바람난 세상과의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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