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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소설> 까마귀떼 날다/이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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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떼 날다
이 명 인
완강하게 닫힌 듯 보이던 문은 의외로 쉽게 열렸다. 복면은 손잡이가 돌아가자 덜컹 내려앉는 가슴을 누르며 살며시 안으로 들어섰다. 복면은 쿵 소리를 내며 문이 닫힐까봐 장갑 낀 손에 잔뜩 힘을 주며 문을 살며시 닫으려다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현관문 맞은편 벽에 절규하며 일그러진 사람의 얼굴이 걸려있었다. 복면은 감전된 사람처럼 온몸이 오그라들었다.
들이마셔진 채 허파에서 굳어진 숨은 가슴 언저리를 아프게 했다. 모든 근육이 순식간에 뭉쳐지면서 생각도 멈추었다. 복면은 굳어진 숨을 겨우 토해내며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다가 또 다시 놀랐다. 똑같은 것이 다시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그것은 전신 거울에 뜬 자신의 얼굴이란 걸 알아챘다. 복면은 얼음장같은 등줄기로 숨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현관의 거울엔 복면을 쓴 자신의 얼굴과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사람을 본뜬 가면이 형제처럼 반사되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스며든 실내는 고즈넉한 어항 속처럼 푸르렀다.
복면은 놀람으로 치받쳐진 열기 때문에 후끈거리는 얼굴에 신경이 쓰였다. 손으로 양볼 쪽의 복면을 튕겨 약간의 공기나마 들어가게 하려 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복면은 얼굴로 몰려드는 열기를 포기하고 닫혀진 안방문 손잡이를 돌렸다. 끄윽-약간의 마찰음을 내며 문이 열렸다.
여자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한 팔을 침대 밖으로 늘어뜨린 채 약간 몸을 틀고 누었는데, 더웠는지 젖혀진 이불 위로 둔부의 곡선이 부드럽게 드러나 있었다. 복면은 침을 꼴깍 삼키며 조용히 한 발을 방안으로 내디뎠다. 그러다 이내 멈칫 서고 말았다.
침대에 처녀의 장밋빛 피가 침입한 가로등 불빛에 선연하게 드러나 있었다.
201호 남자가 슈퍼로 달려갔다.
302호 여자도 슈퍼로 달려갔다.
슈퍼엔 103호 여자와 202호 남자와 203호 할아버지와 301호 남자와 303호 여자와 401호 남자가 다녀간 흔적이 보였다.
403호 여자가 슈퍼로 달려갔다.
501호 여자가 슬리퍼 바람으로 슈퍼로 들어갔다.
502호 여자가 달려갔다.
503호 남자가 그 뒤를 이어 달려갔다.
열 세 가구의 사람들이 슈퍼로 달려갔다. 슈퍼엔 뒷문이 없으므로 그들은 슈퍼에 고여있거나 들어온 문으로 나갔다.
103호 여자가 무섭다고 했다.
201호 남자도 무섭다고 했다.
202호 남자가 두려운 얼굴을 굳힌 채 서있었다.
203호 할아버지가 쩝 입맛을 다셨다.
301호 남자가 무섭다고 했다.
303호 여자도 무섭다고 했다.
302호 여자는 몸을 웅크리며 추운 얼굴로 하얗게 얼어있었다.
401호 남자는 아주 천천히 슈퍼로 갔다.
403호 여자는 불안하게 굴러가는 눈동자를 고정시키려 애쓰다가 포기한 채 서 있었다.
501호 여자는 슬리퍼를 딱딱 끌며 제자리를 맴돌았다.
502호 여자는 숨찬 숨을 헐떡이며 불안한 눈길로 슈퍼 안을 훑어내려갔다.
503호 남자는 길가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지나가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402호 여자는 장밋빛 피를 쏟아내고 영안실에서 하얗게 얼고 있는 중이다.
이른 아침에 다녀간 이들은 빵을 사거나 우유를 사거나 컵라면을 사거나 주스를 사거나 즉석 사골국을 사거나 해장국을 사갔다. 그리고 103호 여자는 퉁퉁 부은 얼굴로 3분 카레와 까스활명수를 두 개 사갔다.
골목엔 바람이 불었다. 한 가지가 흔들리고 그 옆가지가 흔들리고 하나의 나뭇잎이 아니라 가지에서 가지로 번지는 바람은 육중하게 일렁였다. 급기야 소나무 전체가 바람결에 몸을 비틀었다. 소나무에 이는 바람은 바늘처럼 뾰족했다. 모두들 그 바늘 바람에 말을 잊고 하나씩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등을 돌리지 않으면 그들은 슈퍼에 고여있어야 한다. 슈퍼에는 뒷문이 없다. 그들은 돌아나오면서 문득 생각했다. 아,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아. 바람은 그 여자의 빈 허파에 갇힌 게 분명해.
정말이지 한동안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 소리는 냉동고에서 서리를 뒤집어쓴 채 굳어있는 게 분명했다.
한번도 한 자리에 모인 적이 없는 열세 가구 사람들은 그 날 그 커다란 사건이 터졌음에도 한 자리에 모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슈퍼에서 그들이 지나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슈퍼는 편안했다. 그곳에는 소리가 저장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리는 사람들 심장 속에 저장되기 마련인데, 슈퍼 아저씨와 아줌마는 그 소리가 날 무렵엔 그곳에 있지 않는다. 슈퍼에는 온갖 물건이 유리 안에 진열되어있지만, 소리만은 진열되지 않았다.
그 소리가 있던 날 아침이면 사람들은 부숭부숭한 얼굴로 슈퍼에 내려와 그 소리에 오염되지 않은 우유와 과일과 공장에서 전날이나 그 전날에 나온 빵들을 사간다. 때로 어떤 사람은 슈퍼 앞 길가의 테이블에 앉아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서 부은 눈으로 앉아있기도 했다.
분명코 말하건대, 401호남자가 아침부터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길가 테이블에 앉아있던 날은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소리는 402호 여자의 빈 허파에 갇혀 얼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정말로 다른 누구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401호 남자는 전날 저녁 늦도록 심장 속에서 그 소리를 재생시켜야 했기 때문에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평소에도 당신이 402호 여자를 특히 많이 의심했고, 죽여야 된다고 했다면서.”
증거 따윈 없었다, 누가 402호 침대에 장밋빛 피를 물들였는지.
“슈퍼 아줌마예요? 그 아줌만 내가 지난번 외상값을 조금 늦게 갚았다고 나한테 유감이 많은 사람이라구요. 기회는 이때다 하고 날 골탕먹이려는 거라구요. 솔직히 그 소리야 502호에서가 더 직격탄이었겠지요. 안 그래요?”
“글쎄, 그 소리가 402호에서 나왔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누가 402호에서 난 소리라고 그럽디까? 아무도 정확하게 그 발신지를 모른다면서요.”
“물론 확실히 모르지요. 하지만 그 날 이후로 계속 그 소리가 들리지 않잖아요. 그러니 402호라고 믿을 수밖에요.”
경찰관은 밤늦도록 401호 남자에게 같은 말을 묻고 또 물었다. 남자는 처음엔 생각하고 사려있는 대답을 하려고 애를 썼지만, 나중엔 말들이 서로 엉키고 설켜서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엉킨 실타래처럼 머리가 어지럽자, 그 중구난방인 결들 속에서 저장되었던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 길고 높고 가는 소리가. 401호 남자는 무섭다.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날, 401호 남자는 밤새도록 들려오는 소리에 도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했죠? 누구도 장담 못해요. 내가 그 소리의 직격탄을 맞는 자리에 있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요. 그리고 굳이 402호에서 소리가 난 게 확실하다면 401호나 403호 그리고 3층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그리고 설령 내가 그 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크게 들었다고 쳐요. 그렇다고 그 집에 쳐들어가 칼을 휘두르진 않지요. 난 연약한 여자예요. 사람의 목에 칼을 깊숙이 꽂을 만큼 힘이 세지도 못 하다구요.”
“이것 봐요, 피살자가 목에 칼을 찔렸다고 말을 한 적은 없는데요. 아하, 그 일을 저지른 당신이니까 물론 알겠군.”
502호 여자는 부르르 온 몸을 떨었다. 그리고 초점 없는 눈으로 경찰을 바라보았다. 아주 짧은 혼돈이 지나고 다시 여자의 표정이 돌아왔을 땐 믿기지 않을 침착함이 어려있었다.
“아저씨가 그 말을 나에게 하지 않았다고 내가 모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진실은 형체 없이도 날아다니는 법이에요. 안개처럼 말이지요. 모호하다구요? 맙소사, 진실은 혹은 소문이란 그런 거라니까요. 우리 아파트 특히 그 소리의 두려움에 떨었던 우리 열세 가구 어느 누구도 그 두려움의 진원지에 대해서 알 수 없었지요. 하지만 누군가, 현명한 누군가는 그것을 정확히 파악한 게 틀림없어요. 대기 중에 떠도는 안개란 결국 물분자이고, 수소 둘과 산소 하나가 결합된 분자 덩어리라구요. 누군지 그 소리의 진원지에 칼을 깊숙이 꽂은 사람을 난 무조건 존경할 겁니다. 우린 이제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으니까요. 이불을 뒤집어쓰고, 베개까지 동원하면서 밤을 꼴딱 세우지 않아도 되니까요.”
경찰서에서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듣고 난 다음 날, 502호 여자는 퉁퉁 부은 눈으로 새벽에 배달된 신선한 우유를 사들고 슈퍼를 나갔다. 하지만 신선한 우유는 그녀의 식도를 타고 넘어가다가 울컥 다시 올라와 바닥에 쏟아졌다. 그녀의 심장에 저장되어 있던 녹슨 비명 소리가 식도를 따라 흐르던 우유를 밀쳐냈기 때문이다.
아무도 거리에 대고 말하진 않았다. 말을 했다간 집값이 똥값으로 내려간다는 사실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직접 피해가 없는 다른 출입구들, 즉 4호부터 9호에 이르는 다른 세대들도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소문은 동네에 넘실거리며 퍼지기 시작했다. 안개처럼 동네 곳곳에 스며들며 점처럼 떠있는 사람들 입과 입 사이를 떠돌아다녔다. 막힌 공간은 소리를 반사시킨다는 것을 사람들은 미쳐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아파트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했다.
5층짜리 달랑 한 동으로 지어진 아파트는 1호부터 9호까지 마흔세 가구가 살고 있다. 이 마흔세 가구는 세 개의 출입구를 갖고 있다. 1호부터 3호까지가 첫 번째 출입구이고, 4호부터 6호까지가 두 번째 출입구, 7호부터 9호까지가 세 번째 출입구를 사용한다. 5층짜리 9호까지의 이 아파트가 마흔다섯 가구가 못 되는 것은 101호와 102호는 트여져 슈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히 가구라고 말하기보단 그저 마흔세 명의 사람들이라고 하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른다. 열댓 평의 이 아파트는 독신자용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혼자인 남녀들이 모여들어 살게 되었다. 시내 중심가의 주거용 오피스텔을 얻을 수 없는 이들은 독립된 공간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이 언덕 위의 작고 낡은 아파트로 모여들었을 뿐이다. 언덕은 가팔랐고, 마을 버스는 언덕 아래에 섰다.
이른 아침 언덕 아래 서 있던 마을버스 뒷바퀴에 103호 여자가 빨려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또 다시 그 소리가, 높고 갈라지고 새된 소리가 첫 번째 출입구를 쓰는 열 세 가구, 아니 열두 명의 사람들을 다시 불면으로 몰아가 두려움에 빠뜨린 날이었다.
그 소리가 있던 날은 꼭 누군가에게 일이 일어났다. 직장에서 파면 당하거나,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십 년 넘게 사귄 애인이 느닷없이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보내거나 했다.
두려움은 이전보다 몇 배 더 큰 무게로 덮쳐왔다.
“결국 지난 번 피살된 402호 여자는 억울하게 죽은 거라니까. 누군지 잘못 짚어도 고약하게 잘못 짚은 거지. 죽이려면 확실한 정보를 갖고 했어야 하는데 말야.”
103호 여자는 무리한 다이어트로 빈혈을 일으켜 쓰러진다는 게 하필이면 마을 버스 뒷바퀴였다. 그 여자는 부러진 다리에 깁스를 하고, 누워있는 김에 뱃구레에 덕지덕지 낀 지방을 제거해달라는 주문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소리가 들리는 날이면 난 두려워서 마구 먹어요. 그러니 살이 안 찌겠어요. 아마 선생님도 그 소리를 들었다면 안 먹고는 못 배길 걸요.”
103호 여자는 꾸준한 운동과 식사조절을 권하는 의사에게 울분에 찬 항의를 했다.
“며칠째 밥 반 공기로 버티고 있었는데, 성공하려는 찰나에 그 빌어먹을 소리가 또 들린 거라구요. 그러자 내 위장이 소리쳤어요. 먹어, 그 동안 못 먹었던 것까지 다 먹어버려. 내가 쓰러진 건 수면 부족이에요. 넘치는 뱃살과 코끼리 다리통도 불면 앞에선 어림없죠. 잠도 못 자고 밤새 먹었거든요. 선생님도 그 소릴 들어봐야 하는데.”
동지섣달 물 찬 항아리처럼 빠사삭 깨져버린 그녀의 다리엔 두려움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는 소문이 슈퍼의 막힌 벽을 튕겨 나가 동네로 퍼져나갔다. 마을버스 뒷바퀴에는 선혈대신 두려움이 폴폴 휘날렸는데, 그때 휘날리던 두려움에 감염된 사람이 전한 말이어서 더욱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서로가 말을 섞거나 눈빛을 교환하지 않았는데도 두려움은 전염성이 강해서 그런 교류 따윈 안중에 없이 이 사람 저 사람 사이를 떠돌아다녔다.
슈퍼에 은밀한 웃음이 떠돌기 시작한 것은 103호 여자의 다리가 부러지고 난 삼일 뒤였다. 그 웃음은 가장 강력한 것이었음에도 너무도 은밀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슈퍼 밖으로 나가 자기 집에서 배가 휘어지도록 웃고 또 웃었다. 그 대신 웃음은 다른 어떤 소문보다 오래도록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 웃음의 진앙지처럼. 다만 비아그라라는 소문과 중국산 사이비 비아그라라는 두 개의 확인될 수 없는 시비만이 바다에 표류된 배처럼 오락가락 하다가 최근엔 둘 다 아닌 제 3의 약이었다는 쪽으로 진실의 가닥이 잡혀가는 중이었다.
정확히 새벽 2시 34분이었다. 그 비명 소리를 듣고 401호 남자가 약을 먹은 것은. 그러나 몇 차례의 딸딸이와 몇 차례의 방사를 거쳐도 경계심 강한 코부라처럼 바짝 고개를 쳐든 물건은 도대체 수그러들지 않았다. 귓속에서 땡땡거리는 쇠방울 소리가 수도 없이 울려대고, 급기야는 허벅지까지 단단하게 뭉쳐져서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남자는 모든 체면을 접고 119에 전화를 했다. 남자는 주황빛 제복을 입은 사내들에게 들려서 나갔는데, 믿을 수 없는 소문에는 들것에 삼신산이 우뚝 솟아 있더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정작 고약한 것은 그 일 이후 동네 전봇대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 보면 촛대바위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바다에 떠있는 높은 산 같기도 한 그 그림은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을 민망하게 했는데, 그건 순전히 401호 남자의 소문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심각한 문제가 곧 발생했는데, 그 그림은 내걸리는 즉시 없어지고, 없어졌는가 하면 다시 내걸렸는데, 정작 사람들을 애태운 것은 그 그림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인근의 중학교 학생들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 중학생,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은 그것이 무슨 대단한 그림인양 호들갑을 떨며 연예인 사인을 모으듯이 그 그림을 모으는 것이 놈들 사이에 유행이라고 했다.
급기야 한 술 더 뜨는 경찰관들이 그 일에 관여하기 시작했는데, 그림을 그린 사람이나 그것을 훔쳐가는 사람들을 잡기는커녕 이 일을 마치 게임처럼 즐기게 만들어버렸다.
게임은 점입가경, 새로운 사태로 치달았는데, 그 단순한 촛대바윈지, 바다에 떠있는 커다란 섬인지 하는 것에서 발전에 발전, 창의에 창의를 거듭한 온갖 종류의 그림들이 내걸리기 시작했다. 그 그림들은 동네 골목 으슥한 곳에 번개처럼 내걸렸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그림이 내걸릴 만한 동네 골목골목 전봇대 위치며 빈 건물들이며를 샅샅이 그린 지도가 보물지도처럼 은밀히 거래되기 시작했다. 또 광고를 잔뜩 실은 어떤 무가(無價) 정보지엔 그 그림이 내걸리는 시점을 정확하게 맞춘다며 주역과 별자리까지 동원한 예언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 정보지는 남녀노소를 불문한 사람들 주머니 속으로 바쁘게 시치미 뚝 떼고 사라져갔다. 그림은 이미 비아그라 대치용 부적이라는 새로운 신화가 되어버렸다.
이런 사태에 열 두 명의 사람들은 불만이 많았다. 그 소리의 진앙지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선무당이라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파트값 하락을 염려해 아무리 쉬쉬했다 하더라도 이미 소문이 안개처럼 동네 골목골목을 다 점령한 것은 기정 사실이었다.
“광고주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소리의 진앙지를 밝혀낼 만한 인물을 고용하기 위해선 후원자가 있어야 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주역까지 동원해 그 그림이 내걸리는 장소와 시점을 게재했던 무가 정보지도 후원자가 되는 데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것은 삼신산에 비하면 경제적 효과가 극히 미미했기 때문이었다. 경제적인 이유라는 그럴듯한 해명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열두 명의 두려움이 풀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문제는 알게 모르게 그 두려움이 전염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밤중에 아기 울음 소리만 들려도 드디어 그 소리가 우리 집까지 쳐들어온 것인가 하는 생각에 등골이 삐죽 서곤 했다. 형체도 없이 전염된 그것은 서서히 모양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동네 사람 모두가 열두 가구 사람들을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열두 명 누구도 자신들이 외면받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차피 외면하며 살아온 각자의 사람들이었으니까. 다만 가슴 깊이 알 수 없는 곳에서 차가운 슬픔이 꾸역꾸역 차오르는 걸 느끼기 시작했고, 그 원인에 대해서는 두려움만큼이나 아는 게 없었다.
다시 503호 남자가 지목되기 시작했다. 슈퍼의 벽을 튕겨나온 그 혐의는 분명하진 않지만, 402호 여자를 보건대 위험한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슈퍼의 벽에서 튕겨져 나온 후 얼추 두어 달 만에, 소문 혹은 혐의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서 402호 여자 목줄기에 꽂힐 칼로 변했기 때문이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그 칼이 진실이 아닐는지는 몰라도 402호 침대에 흥건하던 피는 분명 사실이었다.
503호 남자의 얼굴엔 늘 웃음이 가득했지만, 한번이라도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남자의 등짝을 본 사람이라면 그 남자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지 같이 절망감에 빠지고 말았다.
그 깊은 슬픔이 으슥한 야밤에 그 남자의 몸을 빠져나와 높고 새된 비명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장담하진 못했다. 402호 여자가 그랬던 것처럼.
처음 402호 여자도 화가가 되려다 접은 꿈이 밤마다 발광을 한 것이라고 했었다. 결국 분장 학원에 다니며 온갖 괴물 얼굴들을 전문으로 만들어내는 특수 분장사가 되고 말았는데, 그 괴물들이 밤마다 여자의 목을 조이면 그런 비명이 된다고 했던 것이다.
“비록 가면을 만들긴 하지만, 때때로 그런 가면들에 내 혼들이 들어가는 걸 느껴요. 그 가면이 화면에 나타나면 내가 바로 그 가면의 주인공인 괴물이나 악마나 혹은 슬픈 변종이 되는 것 같다니까요. 그게 특수 분장사의 매력인가봐요.”
402호 여자가 슈퍼 벽에 대고 이런 말은 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 말은 벽을 튕겨져 나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서, 특수분장사도 놀라자빠질 정도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서 자신의 목을 찌를 칼로 변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503호 남자는 슈퍼 벽에 대고 무슨 실언을 한 것일까. 그는 실언 따위는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오랫동안 자신이 공인이라고 믿었던 일 때문에 슈퍼 벽에 목을 맬지도 모를 일이 생긴 것이다.
그는 한때 가수였다. 아니 지금도 가수며 공인이라는 알량한 자부심 따위에 목을 매고 있다. 이런 생각이 그나마 그를 지독한 자괴심에서 끌어내 늘 웃는 얼굴로 거리를 지날 수 있게 만드는 힘이다. 한때는 십대 가수에도 들었고, 또 한때는 오빠부대도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또한 목매어 그를 기다리던 여자가 몇 트럭은 되었고, 깊은 관계까지 가졌던 여자가 적어도 한 트럭은 되었다. 심지어는 생방송 무대에 서기 전에 화장실에서 관계를 가진 여자도 있었다. 남아돌아서 매니저에게 넘겨준 것만 쳐도 관계를 가진 여자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지금 그는 변두리 백화점에서 그런 대로 명맥을 유지하는 노래강사다. 그리고 503호엔 트럭으로 세어야 했을 여자는 하나도 없다. 그의 말에 의하면 트럭에 태울 여자를 자기 집 안방에 데려다 놓기는 싫은 법이라며 자기의 처지를 설명했다. 이에 많은 남자들이 그 말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했기 때문에 503호 남자의 위상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503호 남자의 등짝에 어리던 독한 슬픔에 절망을 느낀 사람들이 한둘씩 늘어가기 시작한 것을 슈퍼 벽이 인지를 했고, 그것은 조금씩 단단하게 굳어지다가 어느 순간 벽을 튕겨나오고 말았는지 모른다.
은밀한 소문의 칼날은 빙글빙글 돌다가 드디어 503호 목줄기를 겨냥했다. 402호 여자를 찌른 뒤 보름이 지난 즈음, 참고 참았던 칼날을 다시 벼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성대에 금이 가기 시작한 503호 남자는 가끔 그렇게 새된 금속성 비명으로 소리를 토해내지 않으면 노래 강사 노릇마저 할 수 없게 그 소리가 폐에 고여든다고 했다. 그렇게 금 간 소리가 고이고 고이다가 결국 허파 한 귀퉁이까지 남김없이 점령해 버리면 허파는 새까맣게 녹이 슬어 양철북 소리만 내게 된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자기가 죄인이라며 주정을 하는 이 남자는 그 동안 자신에게 몸 바쳤다가 하늘로 올라가 처녀좌 자리가 되어버린 숱한 영혼들을 위한 노래를 불렀다. 그 처녀좌 자리는 트럭 짐칸에 별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형상인데, 곧 시동을 걸어 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거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나 다른 소문에는 처녀좌 트럭별이 이미 한 차례 이 남자의 성대에 돌진해온 게 지금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 유난히 순정적이었던 별 하나가 충돌의 여파로 파편을 내며 그 남자의 목에 깊이 박혔는데, 그 뒤로 남자는 가끔 객혈을 하고 새된 비명을 지른다고 했다. 이미 503호 남자는 자기 목에 박힌 파편을 제거하기 위해 비밀리에 한 차례 수술을 마쳤으나 별 차도가 없었다.
칼끝은 점점 더 예리하게 다듬어져갔다. 503호 남자의 등짝은 날로 더 수심이 깊어져갔다. 분명코 말하건대 이번 칼은 목줄기가 아니라, 목줄기는 이미 한 차례 공격을 받았으므로, 등짝일 것이다. 누구도 이 남자의 등짝이 불러들이는 독한 슬픔의 유혹을 거절하기 힘들 것이다.
302호 여자가 슈퍼로 달려갔다. 여자는 무섭다고 했다.
202호 남자가 무섭다고 했다. 203호 남자도 늙어 무서울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요즘엔 두려움이 등줄기를 후리는 바람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119에 수송된 이후로 통 보이지 않던 401호 남자도 슈퍼에 들렀다가 무섭다고 했다.
요 며칠은 연이어 삼일째 그 소리가 들렸다. 칼끝을 다듬는 손길은 더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103호 여자는 매일 저녁 슈퍼에 남아있는 간식들을 싸그리 거둬들여갔다.
밤마다 이어폰을 꼽고 몸을 웅크리고 자던 502호 여자는 병원을 두 군데나 들렀다가 경악을 했다. 이비인후과에서 난청 진단을 받았고, 정형외과에 가서 뭉친 목근육을 풀어주는 물리치료를 일주일이나 받았다. 그 여자는 소리가 근육을 뭉치게 만든다는 사실을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했다가 웃음거리가 되고는 근육이 다시 뭉치는 바람에 또 다시 삼일 동안 물리치료를 더 받았다. 그러나 비웃음도 근육을 뭉치게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명- 난청- 근육피로-비웃음-근육 뭉침 등으로 단수를 거듭하며 비약하는 공식을 수학적으로 해명하려 했기 때문에 머리가 부서질 지경이 되었고, 급기야 만성두통을 앓게 되었다.
502호 여자가 물리치료대에 엎드려 있을 때, 커튼이 쳐진 바로 옆 침대에는 202호 남자가 누워있었는데, 202호 남자는 낮에 무리한 운동을 하다가 다리를 삐끗했기 때문이다. 남자는 침대에 누워 솔솔 몰려오는 잠을 이기려 애쓰고 있었다. 202호 남자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남들처럼 멋진 근육을 만들기 위함도 아니고, 제때 서지 않는 물건에 대한 두려움 때문도 아니었다. 언제 소리가 터져나올지 모를 밤에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잠들기 위한 운동이었다. 남자는 점점 졸음이 자신을 점령해 들어오는 사태에 절망하며 몸부림쳤다.
“간호사 여기 커피 한잔만 줘요. 그게 안 되면 찬물이라도 한 바가지 갖다줘요.”
졸음운전으로 앞차를 들이박아 무려 오십만 원이나 날린 202호 남자는 침대에서 잠들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남자는 지금 몰려오는 잠이 두려웠다.
201호 남자의 구부린 등에 한 짐 가득 두려움이 실려있었다. 경찰은 사건 당일 밤과 새벽 사이의 알리바이를 대라고 했다. 알리바이고 뭐고 없이 일찍 들어와 잠을 잤는데, 혼자 집에 있는 것은 알리바이로서 가치가 없다고 했다. 정말로 혼자 집에 있었는가를 증명할 수 있느냐며 따지고 들었다. 남자는 가늘게 떨려오는 다리를 감추느라고 연신 뒤꿈치를 들어서 일부러 달달 다리를 흔들어댔다. 지난 IMF때 회사에서 떨려난 뒤로 회사 상사들의 차에서 불꽃놀이를 했다. 불길은 아름다웠다. 멀리서 그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면서 시험을 봐서 소방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넘실거리며 타오르는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나이트클럽에도 나가지 않았다면서.”
“몸이 아파서 결근한 거라니까요.”
나이트클럽에서 술쟁반을 나르고 부킹도 해주지만 201호 남자의 관심은 초저녁에 하는 불쇼다. 불을 삼켰다가 화악-뱉어내는 그 광경은 언제 봐도 똥끝이 짜릿할 정도로 좋았다. 언젠가 불쇼하는 남자를 쫓아가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위 아래로 201호 남자의 몸매를 훑어본 그는 씨익 웃고는 아무 말도 없었다. 불은 환장하게 아름답다. 만약에 자신이 불쇼를 한다면 정말로 내장 깊숙이 불을 삼켰다가 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봉을 돌릴 때 자신의 모습이 어떨지 상상을 하면 심장이 펄떡거린다.
“불을 지르고 싶기는 했지요. 누군지 몰라서 못했어요. 내가 막 잠을 자려고 하는 그 시간에 그 소리가 들렸거든요. 그것도 딱 한번이요. 난 새벽에 들어오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그 소리를 자주 듣진 못했지만, 단 한번만으로도 충분히 그런 감정을 느꼈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 줄에 사는 사람들이 참 안됐어요. 그 소리를 들어야 했으니까요. 아름다운 불길 속으로 그 소리를 유인할 수 있다면 담금질이 잘 된 쇠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될텐데요.”
경찰은 다리를 달달 떨어대는 201호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더운 숨을 약간 헐떡이며 진땀을 흘리는 201호 남자는 좀체로 경찰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럼, 그날 밤엔 그 소리를 들었어요?”
201호 남자는 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창백한 손등에 푸른 힘줄이 도드라져 보였다. 가는 손가락엔 실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잘 모르겠어요.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무슨 소리죠?”
“약을 먹고 비몽사몽 헤매고 있었으니까요. 하도 감기가 낫지 않아서 병원에서 먹으라는 약을 두 봉지 한꺼번에 먹어버렸거든요.”
“사람들 말에 의하면 아무리 수면제를 먹고 잤다가고 그 소리만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는데.”
“그럼 들었겠지요.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밤새 온 동네에 불을 지르고 다녔어요. 불길이 얼마나 장엄하던지 불길 앞에서 엉엉 울었지요. 아침에 눈을 떠서도 난 울고 있었거든요. 손에서 매캐한 석유와 그을음 냄새가 나는 것 같았어요.”
201호 남자는 그 불길에 대한 감탄과 두려움이 다시 생각나 다리를 더 떨었다.
두려움이 첫 번째 출입구 1층부터 5층 계단 꼭대기까지 차고 넘쳤다. 그것은 안개처럼 사람들 호흡기 속으로 들어가 핏줄기를 타고 돌았다.
전염병은 다른 곳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잠복해 있던 것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열세 가구와는 달리 두려움이었다가 두통거리였다가 분노로 시시각각 모양과 색깔을 달리하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간혹, 307호나 405호에서도 그 비명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른 아파트에서 누군가도 혹은 단독주택에 사는 누군가도 그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출입구를 드나드는 사람들처럼 일제히 그 소리에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그들 중에 분명히 소리를 듣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신경질적으로 되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동네 사람들이 아파트 관리실에 찾아와 정중히 항의를 했다. 하지만 아파트 경비는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그 사람들의 항의를 일축했다. 같은 아파트 다른 출입구 사람들도 우려 섞인 목소리로 신경과민일 따름이라고 했다.
“엊그제까지도 스포츠 댄스를 배우던 할머니가 심장발작으로 죽었다니까요. 얼마나 건강했다구요. 요즘 60대가 어디 노인 축에나 낍니까. 그 소리를 듣고 그렇게 된 게 분명하다니까요. 그 아들도 그럽디다. 그날 그 소리가 들렸다고요.”
일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소문들이 동네를 삼켰다. 늑대 뱃속에 들어간 어린양들처럼 동네는 소문 속에 빨려들어가, 그 좁은 뱃속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이리 찌그럭 저리 찌그럭 불규칙한 몸부림들로 들썩거렸다. 아파트를 둘러싼 동네가 그렇게 요동을 칠 때 아파트 내부에서도 조용한 움직임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합니다. 첫 번째 출입구 사람들 때문에 우리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어요. 동네에 나가봐요. 이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린 눈을 똑바로 들고 다닐 수가 없어요.”
“날카롭고 거대한 톱이 있다면 첫 번째 출입구 쪽을 잘라서 다른 쪽으로 옮겨버릴 텐데.”
“그럽시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첫 번째 출입구 쪽하고 우리하고 분리해 버립시다.”
“이 동네 오래 산 어떤 노인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우리 아파트가 무연고 묘지 위에 세워졌는데, 그 중에서도 첫 번째 출입구 쪽에 그 묘지들이 있었답니다. 이래저래 다른 무덤들은 파헤쳐서 나름대로 화장을 시켰는데, 첫 번째 출입구 쪽에는 애기무덤이 두 개나 있었다는군요. 그 무덤들은 애기무덤이고 해서 그냥 밀어버렸는데, 아무래도 그 무덤 때문에 일이 생기는가 봅니다. 이 기회에 우리 위령제나 굿이나 뭐라도 한판 벌입시다.”
“그런 일이라면 첫 번째 출입구 쪽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우선 저 사람들과 한 아파트인 것이 큰 문젭니다. 아파트값도 값이려니와 동네 사람들이 우릴 귀신 쳐다보듯 한다니까요. 난 전세라도 놓고 다른 데로 나가려고 했는데, 전세도 안 나간대요.”
“문제는 그 소리가 점점 더 영역을 넓혀 간다는 겁니다. 이미 우리 쪽 출입구 사람들도 그 소리를 듣기 시작했고, 소문에는 동네 사람들 중에서도 그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지난번 그 할머니 죽음도 그 소리 때문이라고 난립니다. 더 그 소리가 번지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 귀신 보듯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랍니다. 그 소리가 그쪽까지 번질까봐 전전긍긍하는 거라니까요. 우리도 그렇고요.”
아무래도 503호 남자는 운이 좋았다. 갑자기 날카로울 대로 날카롭게 벼려진 칼끝이 방향을 잃고 헤매기 시작했다. 칼은 형체도 없는 아기 귀신을 찌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묘는 이미 오래 전에 포크레인이 휩쓸어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503호 남자의 등짝에서 나오는 독한 슬픔에 칼끝이 유혹당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그토록 슬픈 짐승에겐 칼을 겨눌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503호 남자는 아파트 마당으로 들이닥친 포크레인 앞에서 입을 벌린 채 굳어있어야 했다. 그건 첫 번째 출입구를 통과해야 하는 사람의 비애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출입구 사람들과 첫 번째 출입구 사람들은 포크레인을 사이로 둘로 나누어 섰다.
포크레인 앞에서 503호 남자는 노래를 불렀다. 그건 굴욕이었다. 첫 번째 출입구 쪽 사람들은 503호 남자의 등을 밀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보자는 심산도 심산이었지만, 노래로 저들의 성난 기운을 가라앉혀 보자는 맘이었다. 노래는 가끔씩 성난 사람들을 잡아먹는다. 드디어 503호 남자의 슬픈 등짝을 통과하고 아침에 삼킨 500원짜리 빵이 채 소화되지 않은 뱃속을 휘돌아 남자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토요일 밤늦도록 술손님들 시중을 들던 남자의 목청은 조금 지친 듯 허스키한 음성으로 쏟아졌는데, 사람들은 갑자기 일요일 아침이 서럽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남자의 노래를 타고 흐르는 십 수년전의 어느 일요일 아침도 이토록 서글펐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간고사를 망치고 혼자 둑방에 앉아있던 일요일 아침이거나, 사랑했던 애인이 결혼을 했던 일요일 아침이거나, 실업자가 되고 처음 맞았던 평일과 다름없던 일요일 아침이거나, 참 슬픈 일요일 어느 날 아침을 떠올렸다. 사람들은 잠시 노래 앞에서 어설픈 침묵을 지켰다.
첫 번째 출입구 쪽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일이 곧 좋게 마무리될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구슬픈 추억은 발아되기도 전에 곧 겁먹은 쥐새끼처럼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말았다. 동네 사람들이 아파트 마당으로 몰려들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출입구 쪽 사람들은 조용히 일을 진행시키려던 자신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포크레인 기사인 309호 남자가 황급히 포크레인을 아파트 출입구 쪽으로 몰고 나갔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포크레인을 집어삼켜 버렸다. 떼거지로 몰려온 마을 사람들 등뒤로 포크레인은 모가지만 푹 숙여진 채 남겨졌다.
“첫 번째 출입구 쪽만 칼로 도려낸다고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이 아파트 전체의 문젭니다. 이 동네에서 이 아파트를 몰아내야 합니다.”
“우리 동네 전체가 이 아파트 하나 때문에 다들 난립니다. 언덕 아래 사람들이 우리 쪽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우리가 내려가면 다들 귀신 붙은 사람인 양 슬금슬금 피합니다. 지난번 우리 딸은 마을 버스에서 곤욕을 치뤘어요. 귀신이 발악하는 동네에서 내려왔냐구요. 게다가 살인까지.”
“그렇잖아도 마을버스를 이 언덕 위에까지 오르게 하려고 협상 중이었는데, 이 아파트 때문에 일이 쉽지 않아요.”
“마을버스가 여기까지만 올라와줘도 집값이 좀 오를 텐데, 값이 오르기는커녕 이 아파트 때문에 바닥을 치다못해 아예 땅을 파고 들어가게 생겼어요. 다수를 위해 당신들이 짐을 져야됩니다.”
“우린 시에 진정을 했어요. 그렇잖아도 이쪽에 공원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모양인데, 이 아파트를 공원용지로 매각하시오. 이 언덕받이를 올라와서 아침마다 여기서 운동하면 딱 좋은 장소예요.”
평소에 같이 마을버스를 타면서 어설프게나마 웃고 인사하던 얼굴들이 아니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출입구 사람들은 첫 번째 출입구 사람들과 같은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매도된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출입구 쪽만 기술적으로 도려내면 된다던 그들의 주장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렇잖아도 동네에서 이 아파트에 대해 말이 많았어요. 입주자 거의 대부분이 혼자인 사람들이라 성적 해방구라는 소문도 있었고, 풍기문란 소문에 자식들 교육에도 민망한 점이 많았어요. 어차피 낡은 아파튼데, 이 기회에 공원 용지로 내놓는 게 가장 타당한 방법이에요. 여러분도 이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하시는 것보다는 보상금을 받고 나가는 게 훨씬 속편할겁니다.”
“밤마다 벌어지는 섹스 파티에 그 귀신이 신물을 낸 거라는 소문도 있었어요. 그 애기 귀신이 오죽 견디다 못해서 그런 소리를 냈겠습니까. 다 쌓은 대로 받는 거라니까요.”
“그뿐이면요, 마약에 혼음까지……. 흥, 완전히 악의 소굴이었더라구요.”
“아직도 삼신산 포르노는 심심찮게 전봇대를 장식하잖아요. 다 이 아파트 때문이에요.”
말들은 쏟아져 나왔다. 아파트 마당에 쏟아진 말들에 일정한 질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것은 점점 가닥을 잡아갔다. 이 아파트는 악의 소굴이므로 동네에서 퍼내야 하고, 이 땅과 애기무덤에 속죄하는 방법으로 신선한 공원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마을 사람들은 당장 아파트를 포크레인으로 한삽 푹 떠서 동네 밖으로 내동댕이칠 기세였다.
첫 번째 출입구 사람들은 무서웠다.
두 번째 세 번째 출입구 사람들은, 뒤로 넘어졌는데 정말 코가 깨지는 세상이 무섭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언덕 아래로 내려가기가 두려웠다.
첫 번째 출입구 사람들은 일요일 아침에 마당에 불려나왔다. 두 번째 세 번째 출입구 사람들도 일요일 아침에 단잠을 포기했다. 마을 사람들은 막힌 아파트 담장 안이 답답했다. 마을 사람들은 달려나가고 싶었다. 막힌 아파트 마당을 벗어나 신선한 바람과 나뭇잎이 춤추고 햇살이 노래하는 공원으로 달리고 싶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대는 팽팽한 트라이앵글은 일직선이 되거나 하나의 점이 될 의향 따윈 조금도 없었다. 그들은 각기 지극히 옳았으며, 더 이상 두려움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참을 수 없을 만큼 두려웠으므로 참지 않았고, 그래서 팽팽한 트라이앵글이 되었다.
동네는 한동안 그렇게 세 개의 꼭지점으로 갈라져 서로 외면한 채 찌그럭거렸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슈퍼로 달려갔다. 103호 여자도 슈퍼로 달려갔다. 507호 남자도 슈퍼로 달려갔다. 때때로 동네 단독주택의 아줌마도 슈퍼를 기웃거렸다. 어차피 외면한 채 살았으므로 불편할 건 없었다. 다만 모두들 침묵 속에 숨어있는 칼끝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 두려웠다.
첫 번째 출입구 사람들이 무섭다고 했다.
두 번째 세 번째 출입구 사람들도 무서웠다.
동네 사람들도 무서웠다. 그러나 아무도 무섭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만 ‘우리가 옳다’고만 말했다. 왜냐하면 그 옳은 것은 명명백백 진실이기 때문이다.
온 동네에 진실이 충만했다. 진실이란 단순하고 힘이 있는 법, 그 힘으로 사람들 등짝은 곧추 펴지고 눈빛은 확신에 차서 빛났으며, 사람들 말투는 간결하고 곧았다. 논문 몇 편을 쓰고도 남을 만큼 분명하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두뇌는 청량하게 맑았으며, 종교만큼이나 신심이 그득한 가슴은 뻐근했다.
그랬으므로 동네는 흐트러짐 없이 반듯했다. 사람들은 마을제를 앞둔 유생들처럼 절도 있고 몸가짐도 조심스러웠다. 마을제를 앞두고 제사에 참여할 유생은 부정한 것을 보거나 듣고, 부정한 것을 만지지 않기 위해 멀리 나가지 않았으며, 부부가 동침을 하지 않고, 일정기간 동안 모여서 자신들을 정결하게 했다. 그들은 진실 앞에 정결하기 위해 모여서 근신했다.
그러나 누가 부정한 짓을 했던가. 근신하며 정결하고 단순하고 힘이 있던 이 트라이앵글이 요란하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작대기가 나타났다. 이 트라이앵글을 쳐댈, 일직선의 힘있고 단단한 작대기가. 공습경보가 울린 것은 화요일 저녁이었다. 처음 슈퍼 벽을 튕겨나간 이 요란한 경보는 삽시간에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첫 번째 출입구 사람들이 슈퍼로 달려갔다.
두 번째 세 번째 출입구 사람들이 슈퍼로 달려갔다.
마을 사람들이 슈퍼로 달려갔다.
본의 아니게 트라이앵글은 형태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확신에 찼던 합리적인 두뇌는 갑자기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신심은 무너졌다. 느닷없이 닥친 진리의 정전 앞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한밤도 훤한 대낮만큼 밝힐 수 있는 진리는 예고 없이 암흑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므로 진리는 어디에 있었던가, 어디서 발원되어서 어디로 퍼져나갔는지조차 맥을 잡을 수 없었다. 누군가는 환상이었다고 말했지만, 맙소사 그건 터무니없는 모략이었다. 자신들의 신조가, 진리가 허상이었다니. 서슴없이 거대한 포크레인까지 동원했던 진리이지 않았던가. 포크레인을 움직인 게 진리가 아니었다면 누가 그 엄청난 걸 움직였단 말인가.
사람들은 우와좌왕했다. 밤새 불쇼에 대한 환상으로 녹초가 된 201호 남자도 아침에야 그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203호 노인은 결국 위령제를 지내지 못한 끝이 이렇다고 한탄을 했다. 302호 여자는 지난번 피살된 402호 혼령의 복수라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지금 402호엔 분장사의 새로운 동료가 된 혼령들이 밤마다 파티를 여느라고 밤새 덜그덕거린다고 호소를 했었다. 의자를 직직 끄는 소리, 탭댄스를 하는지 천장이 다다닥다다닥 콩 튀듯 튀는 소리가 나고, 때로는 높은 웃음 소리도 들린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외면했다. 언제 또 다시 들릴지 모르는 높고 새된 비명 소리도 모자라 귀신들의 파티 소리까지 문제삼고 싶지 않았다. 자신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내심 안도했다.
503호 가수는 이번 사태 앞에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지난번처럼 포크레인 위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그는 안도했다. 그러나 설령 그가 노래를 부르고 싶어했대도 누구 앞에서 노래를 부를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이 동네를 초토화시킬 만큼 회오리를 몰고 온 것은 이웃 동네거나 무슨 아파트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국가적 차원에서 하는 일입니다. 국가에서 하는 일이란 곧 세계적인 조류와도 맞물려 있기도 합니다. 그 산 위의 동네에 약간의 문제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이는 충분히 보상되어질 겁니다. 곧 이주대책도 마련될 것이며 여러분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 염려 마십시요.”
이 나마의 답변을 들은 것도 아주 복잡한 절차를 거친 다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런 답변을 듣게 되었을 땐 독이 오르다 못해 절망적이었을 때였다.
건교부 관할이었다가, 시의 문제였다가 정통부 문제였다가 과기부 문제로 되기도 했다. 때로는 국방부 문제라는 소문에 다들 손도 대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국가였다. 그들은 처음으로 국가라는 것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알았다. 그러나 그들이 겨우 답변을 얻었을 때, 그 쓸모 없는 답변엔 또 세계의 조류가 얹혀있었다.
우주 과학기지며 연구소가 들어설 적지가 된 것은 오랜 연구와 검토 끝에 결정된 사항이며, 이는 국가의 과학과 군사업무를 관장할 곳이라 더 이상의 말썽이 일어나서는 안 될 곳이며, 이는 국익에 심대한 훼손을 초래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정보전쟁의 전략적 차원에서 비밀누설이 우려되는 바, 언론 및 각종 시민단체의 개입도 불허하는 특수한 지역이므로 여러분은 조용히 돌아가서 정해진 날짜 안에 철거하도록 하시오. 다시 한번 말하건대 이건 더 이상 누설되거나 확대되어서는 안될 중대 사안이라는 걸 명심하시오.
세계적 조류 안에 있는 국가는 엄중하게 경고를 했다.
그러나 두려워 마시오. 두려워할 일도 아니오. 여러분은 충분히 보상을 받을 것이며 제시된 유의사항만 지켜주면 안전할 것이오.
사람들은 침묵했다. 그들 가슴 안에 자라고 있던 분명하고 확실하며 힘있는 진리가 더 이상 자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두려웠다. 첫 번째 출입구 사람들도 두려웠고, 두 번째 세 번째 출입구 사람들도 두려웠으며 동네사람들도 두려웠다. 마을 버스가 다니지 않는 언덕 위의 사람들은 한데 뭉쳤다. 그리고 그들은 달려갔다. 그들은 어깨에 띠를 두르고 정부종합청사(정확히 어느 부의 소관인지 몰랐으므로, 종합이란 말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앞에서 한 무더기의 볼품 없는 시위를 했다. 그들은 너무 작고 힘이 없는 무리였다. 그들의 목청은 작았으며, 그들의 무리는 마을버스 하나도 올라오게 할 힘조차 없는 초라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지쳤다. 힘이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은 언덕 아래에 사는 몇 사람이 와서 눈치를 보다 갔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문제가 언덕 아래까지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그곳까지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은 확실한 사실을 얻지 못했으며, 두려움만 한아름 안고 돌아갔다.
농성이 며칠째 진행되던 날, 누군가 아주 그럴듯한 제안을 했다. 지목된 당사자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자신에게도 자존심이 있고 사회적 위치가 있는데 그럴 수는 없다고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 한 사람의 의견을 세심하게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당신은 그나마 매스컴에서 호기심으로라도 달려들 인물이잖소. 그런 거면 우리에겐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힘이오. 그러니 당신이 좀 양보하시오.”
503호 옛날 가수는 머리에 띠를 두르고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왕년에 오빠부대를 열광시켰던 노래를. 그러나 더 이상 오빠 부대는 없었다. 그나마 그의 구슬픈 노래는 꽹과리와 북소리와 사람들의 구호 속에 묻혀 제 소리도 내지 못했다. 사람들은 구호를 외치느라고 503호 남자의 등짝에 넘치는 독한 외로움을 눈치 챌 수 없었다.
503호 남자는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남자의 노래엔 독한 슬픔이 묻어있었다. 그 슬픔을 아주 조금 눈치 챈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때 삼신산이 되어 119들것에 실려갔던 401호 남자는 그 슬픔 때문에 비아그라나 다른 어떤 약도 찾을 수가 없었다. 203호 노인도 더 이상 위령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103호 여자는 너무 슬픈 나머지 거식증에 걸려서 더 이상 먹을 것을 삼키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도 함께 노래를 부를 수는 없었다. 또 기대했던 카메라는커녕 마이크 하나도 달려오지 않았다.
소문엔 너무 많은 오락거리를 삼킨 대중매체도 오랫동안 비만으로 고민해 오다가 약간의 거식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특히 한물간 오래된 연예인에 대해선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매스컴 측에선 신선하지 않은 것을 삼키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다만 며칠 뒤에 삼신산 부적을 차지하려는 게임에 빠져든 언덕 위의 사람들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TV 화면을 장식했을 뿐이다.
이명인
․1992년 ≪현대소설≫ 등단
․장편소설 <사랑에 대한 세 가지 생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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