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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신작시/문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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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빛
산성은 더욱 밝아졌다.
어둠이 내려 몸을 씻어줄 때
굽은 산의 등성이를 뛰어다니며
붉게 익은 별을 따고 있었다.
옷자락에서 별빛이
구멍을 내며 타고 있었다.
산성의 얼굴은 그래서
밝게 보였고
그 밝음으로
네 웃음의 깊은 살 속에
숨어살던 어둠을
캐어낼 수 있었다.
빛
때로는 파도리의 바닷가에서
파도소리의 푸른 등 위를 걷고 있더라
발꿈치에 맑은 소리를 묻혀
내 안 심장 어디쯤
반짝거리는 발자국을 찍고 있더라
그 걸음 온몸 속 돌아
어둡고 추운 후미진 고비
작은 집 한 채 올려놓더라
녹슨 남포등 닦아 닦아
추녀에 걸어놓고
어둠은 이제 개켜서 밀쳐 놓더라
문효치
1966년 <서울신문>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ꡔ바다의 문ꡕ ꡔ선유도를 바라보며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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