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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신작시/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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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
공연히 전화 걸고 싶네
공연히 전화 걸고 싶네
‘여기 두리도(頭尾島)거든
근데 아무도 오지 않네
아침엔 안개 때문에 배가 오지 않았고
저녁엔 바람 때문에 배가 오지 않았어
그런 섬
마을 사람 40명이 산다는데
집은 서른 채
한 집에 한두 사람씩
빈집도 있고
나도 이 집에서 혼자야’
고독에 구원을 청하듯
전화 걸고 싶은데
걸 데가 없네
갈매기가 일제히
갈매기가 모두
‘모두’라는 말보다
‘일제히’라는 말이 어울리네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일제히 침묵을 입에 물고
일제히 날아갈 태세로
너무나 일제히
그것 때문에 얼마나 피곤한가
나는 자유 때문에 쓸쓸한 놈
나는 혼자서 갈매기를 보고
갈매기는 일제히 나를 의심하네
이생진
196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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