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10호<신작시> 봄날은 간다 외 1편/이재무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3,067회 작성일 04-01-25 11:30

본문

이재무

봄날은 간다



봄날 오후 투명한 햇살
이런 날은 저승의 안방에까지가
훤하게 보일 듯하다
물 오른 신입생들의 통통 튀는 종아리
반짝이는 소음으로 세상은 청년이 된다
점심 거르고 전투처럼 치러낸 강의
내 달변의 혓바닥에 실린
진실의 질량은 얼마나 될까
불쑥 허기 몰려와 몸, 휘청거린다
먼 곳에서 크고 작은 길들은
꼿꼿이 고개 쳐들고 어디론가 바삐
달리고 있다 내가 뱉어낸 그 많은
장식의 허언들은 붕붕거리며 긴 복도
서성이거나 휴게실 담배 연기 자욱한
소음에 갇혀 날개 다친 나비처럼 비틀,
부유하고 있을 것이다
봄날 오후 햇살은 투명해서
이런 날은 맨살에 비단을 걸쳐도
아플 것이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밥그릇
비워내지 못하는 날이 늘어갈 뿐,
체중은 줄지 않고
누구의 안부도 그리 간절하지가 않다
꽃처럼 화들짝 피어나 한순간의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저 웃음의 화원 속으로
아직도 겨울을 다 보내지 못한
두꺼운 몸 밀어 넣으며
물 밖으로 아가미 내민 물고기처럼
헉, 가쁜 숨 몰아쉰다
모든 게 봄날 투명한 햇살 탓이다




반대한다



우리는 미국에 반대한다
당신들이 틀렸다
당신들은 당신들을 위한 당신들만의 제국을
꿈꾸지만 우리는 더불어 상생하는
지구인 한 가족의 삶을 원한다
반대하고, 또 반대한다,
당신들이 틀렸다
악의 축은 이라크가 아니라 이란, 시리아가 아니라
북한이 아니라 이슬람이 아니라
낯두꺼운 이분법, 배타와 배제의 화신 바로 당신들이다
가난한 나라 백성들 선한 눈동자를 보아라
보아라, 나날의 연명에만도 힘에 겨운
쳐진 어깨 지친 발걸음을 보아라
저 속에 임산부가 있고 병든 가장이 있고
호기심 반짝이는 아이의 눈동자가 있다
반대하고, 반대하고, 또 반대한다,
당신들이 옳지 않다
지구인의 생명샘 유전에 불이 붙고
인류의 자부 메소포타미아가 뽀얀 먼지로 흩어진다
거울 속 당신들의 얼굴 몇 번이고 들여다보라
반대한다, 반대하고, 반대하고, 또 반대한다,
당신들이 당신들을 위한 당신들만의 제국을 위해
야만과 광기의 시간 보내는 동안
지상을 떠나며 남긴 선하고, 선하고, 선한 얼굴들
원망의 눈동자 살아남은 자의 가슴에 화살 되어 꽂힌다
가이아 대모신이 앓는 소리, 두려워하라
부메랑 되어 재앙은 당신들을 찾을 것이다




이재무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1983년 ≪삶의문학≫을 통해 활동 시작
․시집 ꡔ섣달그믐ꡕ ꡔ몸에 피는 꽃ꡕ 등
․산문집 ꡔ생의 변방에서ꡕ

추천2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