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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시> 碎쇄 ―찌개를 위하여 외 1편/이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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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3,159회 작성일 04-01-25 11:34

본문

이상아

碎쇄 ―찌개를 위하여



마늘을 빻는다
뭉그러지며 으스러지는 시간의 뿌리
마늘,
마늘,이라고 소리내어 말해본다
불투명한 껍질을 벗겨내고
그 안의 투명한 비늘을 긁을 때
덩어리를 허물고 들어선 길들이
알싸하게 익으며 젖는 것이 보인다

젖은 것들은 기호가 된다
기호는 삶을 풀어내는 공식
도톰할수록 단단한 법이어서
으깨지며 부드러워지는 기간이 길다
가끔 부드러워지다 만 기호들이
끈끈한 즙이 되다 만 기호들이
마느ㅡㅡㅡᄅ,을 찾아가는 이상한 가역반응
때로 맛이 되고 힘이 되는 세월,

맵다



簌속 ―희망의 모르타르



1.
감자가 상했다.
어둠 속에서 버짐처럼 피어나던 곰팡이
짓무르며 썩는다.
가망 없는 지구.
내 손은 묶였다.

2.
무섭다.
어쩌다가 미리 사약을 마시고
실팍하고 푸른 싹을 내면서
긍긍 간지러운 곳을 긁어줄 손을 기다리는
감자, 시퍼렇게 독 오른 모습
읽고 있는 내가 무섭다.

이미 밥이 될 수 없는
글자와 사람의 모르타르,
농약 친 감자처럼 단단하고 탐스러운
정신의 알갱이마다 발아를 멈추고
고지의 깃발은 더 이상 아프지 않다.

3.
아는가.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흐르고 있는 전류, 피, 공기처럼
어떤 모양으로든 흐르며 손상되는
물이나 강을.
상하는 것보다
상하지 않는 것이 무서운 것을.


이상아(본명 이경아)
․1962년 서울 출생 ․1990년 ≪우리문학≫ 등단
․시집 ꡔ이런 사랑이고 싶습니다ꡕ 등
․산문집 ꡔ아침 이슬이 땅을 신선하게 하듯이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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