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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시> 민들레 시론 외 1편/김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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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2,926회 작성일 04-01-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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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민들레 시론



시론(詩論)은 없다 그러나 길가 노란 민들레는 있다 중앙청사로 가는 대로는 모르지만 바싹 코앞을 막아서는 막다른 골목길, 그 모퉁이의 벽화를 알고 있다 현관이 대문인 집들, 그 앞 플라스틱 고무통 속에 감금된 사철나무를 알고 있다 복개 중인 하천에 떨어지는 햇빛을 알고 있고 오월 홍방울새 미끄러지던, 풀잎건반의 자진모리를 목격한 적이 있다 기법(記法)은 없다 전략을 굴릴 승용차도 대안이 얻어 타고 갈 트럭도 없다 과속방지턱에 걸리면 다시 대책이 없어지고 마는 고물자전거 한 대가 서있을 뿐. 사상이나 철학은 없지만 왜 꽃이 아니고 풀인가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고 장미 가시에 열린 열 개의 핏방울에 마음을 베인 적이 있다 경제적 수치에 관한 정보는 없지만 빗방울 소리를 염주로 꿰어 궤짝을 쌓은 일은 있고 사람에게서 나는 강물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나침반은 없지만 비정규직에 대해 알고 있고 종착역까지 몇 개의 역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들숨과 날숨 그 전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도는 한눈에 다 볼 수 있지만 한 번에 다 갈 수 있는 길은 없다





풍경의 삼단논법



바다 1층에 붉은 태양초가 널려있다
바다 2층에 푸른 풀잔디가 깔려있다
바다 3층에 성벽이 가로놓여 있다
그 위로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
달력을 빠져나가고 있다

달력을 넘기는 순간
3발의 총성이 날았고
지금은 적요다
철통같은 평화를 엿보는 건
애기구름 하나
풍경의 경비는 삼엄하다
푸른 총탄이 지나간 자리는 푸른색으로
붉은 총탄이 지나간 자리는 붉은색으로

3개의 수평선은 3중의 철조망이다
서로의 공간을 넘볼 수 없다
색채와 공간
그 힘 겨루기 사이에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별이
광속으로 돌고 있다
블랙홀이 있다

형이상학이 빨려 들어간다( 聖人1이 나자빠진다)
이데아가 빨려 들어간다 (聖人2가 나동그라진다)
군자 왈이 빨려 들어간다 (聖人3이 꼬꾸라진다)

태양초 더 붉어진다
하늘은 더 파래진다
성벽은 더 단단해진다
그들은 결코
4절 크기의 달력 한 장을 빠져나올 수 없다





김영미
․1998년 ≪시와사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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