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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시> 지현태 외 1편/차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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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호
지현태
현태가 운다 대가리 커가면서 막걸리로 쌈박질로 집안 굿을 일삼더니 일찌감치 영등포로 안양으로 울산으로 생산현장을 뒹굴다가 사랑도 결혼도 학교처럼 작파했는가 애 딸린 홀아비로 선산에 엎드려 현태가 운다 자갈논 다 팔아 올려도 시답지 않은 게 뜬살이 하루살이 나이들어 생각나는 게 그래도 고향산천 언덕배기라고 숨죽이던 울음 복장을 풀어놓고 현태가 운다
수도꼭지 빨며 막일 다니는 거보다 내려온 김에 도짓논이라도 얻어 뿌리를 잡으라고, 아니라고 팔아 올린 자갈논 다 찾을 때까진 이빨을 갈며 가서 살아야 된다고 막차로 떠나며 현태가 운다
이필우 씨
막내딸 치우고 허전하다고 얼굴 불콰한 필우 씨 술잔 위로 봄비가 내린다 고것이 일메기*였는디 일꾼 서른쓱 읃어두 걱정 읎이 부엌일 다 춰나갔다니께 아, 한갓지게 잘됐지 뭘그랴 한 살이래두 더 먹어봐 것두 애물단지여
애물단지 되는 거 모르겠느냐며 지그시 감은 농투성이 주마등 근처 눈물 반쯤 감추고 참아가며 곰삭힌 주마등 근처 우북하게 움돋은 풀잎마다 쇠털 같은 봄비가 내린다 필우 씨 맘먹고 해 입은 공단 한복이 봄비에 젖는다
잔칫집인 중 아능가베 먹을 거 읎는 봄판에 참 잘도 오시는구먼 작년 명구 씨네 딸 치울 땐 아침버텀 날 구적거렸지 그래도 자넨 식 다 끝낸 뒤 내리시니께 월매나 좋아 고얀히 좋으믄서 칭얼거리지 말라고
아, 누가 뭐라나…… 말끝을 흐리며 열 손가락 깨물듯 눈에 넣었던 막내딸 아프게 꺼내놓는 이필우 씨 앞산 자락이 새파랗게 봄비에 깨어난다
*거침없이 일을 메워 나가는 사람
차승호
․충남 당진 생
․1999년 전국공무원문예대전 대통령상, 2001년 평사리문학상
․시집 ꡔ오래된 편지ꡕ ꡔ즐거운 사진사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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