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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시> 그 여자 입에서는 석회질 냄새가 난다 외 1편/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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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3,356회 작성일 04-01-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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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인

그 여자 입에서는 석회질 냄새가 난다



전깃줄로 줄줄이 엮은
땅 속의 관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 여자 입에선
뼈마디 녹슨 쇳소리가 흘러나온다  

즐거운 여행길에 향기를 팝니다
천원짜리 커피 향기 주머니를 사라고,
지하 청량리행 늙은 전동차처럼 허기진 여자 등에는
강화도 바닷가 새알을 품은 듯
둥그런 봉분 하나 웅크려 누워있다
누군가를 암매장한 묘비도 없는 저 산비탈에
기념으로 해송 한 그루 심어 두었을까
뼈의 주인을 추적하려고 떠난 인천발 1호선
간고등어 썩어버린 내장 속을 옮겨 다니는
휘어버린 등줄기에 송홧가루 날리는 여자

제발 좀 향기를 사달라고,  
등에 짊어진 부식된 뼈들이 뿜어내는
석회질 냄새를 찬송가처럼 쏟아내지만
전동차 손잡이를 붙잡고 살아 있다고 착각한 사람들은
누구 하나 향기 주머니를 사지 않는다





돌멩이는 속절없이 튀어 오르고,



섬마을 해안선 끝자락 반죽한 운동장
녹슨 철봉대는 뿌리가 굵어져 버렸네

나룻배 타고 뭍으로 떠난 친구는 소식도 없고
텅 빈 교실 유리창 반갑다고 입 열지만
철마다 벽 속 모래알, 바다로 날려보냈는지
내 눈에 찍히는 모교는 작아져 버렸네

달곶이 하얀 등대처럼 섬 수비하는 외딴 중학교
낡은 책상 서랍 속 밀봉된 아이들 웃음소리
돌아서는 발길을 자꾸만 끌어당기네

오랫동안 여고생이 꿈이었던 우리 누나,
구로공단 여공 되기 싫어 울면서 떠난 교문 앞
미끈하게 포장된 국도 17호선 내달리는 마음은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 통학버스처럼 덜컹거리네

비 오는 날이면 바다를 털어 마시던 국어 선생님처럼
바닷가 한 교실에서 시를 가르치고 싶었던
키 작은 중학생, 가슴속 우글거리는 돌멩이 몇 개
아스팔트 길가에 속절없이 퉁퉁 튀어 오르네



서동인 ․2002년 ≪리토피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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