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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신작시/장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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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32회 작성일 05-01-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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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
홍어
―문인수 시인의 시 「도다리」를 읽고
신작시|장옥관․



건드리면 금세 몸 둥글게 말아 넣는 공벌레처럼 앉기만 하면 굽은 등 한껏 휘어지게 당겨 구석에 기대앉는 사람이 있다
숨고 싶다는 걸까 그 삶, 정면이 아닌 이면
축축한 곳에 손 집어넣고 비켜서서 살아온 셈이다
둥근 공처럼 둥글게 무릎깍지 끼면 어떤 발길질에도 충격이 내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까
그 속은 참 캄캄하겠다
썩어 문드러졌겠다 홍어, 해발 수십 미터 아래 어둡게 숨어 엎드려 사는 물고기
오직 견딤을 보호색으로 삼는 물고기
삼투압의 짜디짠 짠물이 몸 속으로 스며들지 못 하도록
소금보다 짠 소태오줌 채워 사는 법을 익혔다
화주를 즐기거나 담배라도 독한 담배
조선간장 한 숟가락 듬뿍, 고춧가루 한 숟가락 듬뿍
도무지 싱거운 맛은 믿을 수 없다는 투다
그러기에 궤양의 위장은 늘 헐어있다
그 무슨 무시무시한 생활이 짓눌렀을까 홍어, 바닥으로바닥으로 슬픈 부채처럼 거친 발길 피해 숨어산다
하지만 가끔 부챗살이 활짝 펼쳐져 치솟을 때가 있다
온몸이 지느러미가 되는 순간이다
검은 등짝이 숨긴 희디흰 배때기는 만월처럼 환하게 떠올라 바다의 속셈을 헤아리기도 한다
힘껏 내지르는 한 주먹
곰삭은 홍어의 내부가 문자로 떠올라 번개처럼 콧등을 때린다 머릿골을 후벼판다
투박한 손바닥이 번쩍! 귀쌈을 올려붙인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막대기의 산호,
그 독한 오줌맛!





누에



하늘에 눈썹이 있다면
그믐밤에 높다랗게 떠있는 누에가 아닐까
그 누에가 파먹고 빠져나간 자국이
해와 달의 길
어떤 사람들은 제 눈썹 떼어내어
시렁에 걸어놓고서야 잠들 수 있다
만월의 사랑이라면 닳고닳아
누에의 몸을 훔칠 수도 있으리라 그것을 달의
입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입술에 닿았던 그리움
그믐하늘에 누가 걸어놓았는가
저 누에고치 몸 벗어
나비떼 나비떼 달빛 내려오고 있다

장옥관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
1987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하늘 우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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