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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신작시/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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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하오의 미학강의
―강아지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 시의 모든
장치를 제거하고
모든 무장을 해체하는 일이다.
인유를 버리고
인유의 시선을 버리고
시선에 덧씌워진 문학사를 걷고
알몸으로
사물들 사이에 서는 것이다.
강아지풀
앞에서 강아지도 버리고
‘오요요’도 버리고
풀도 버리고
강아지풀을 보는 것이다.
시점(視點)도 버리고
마음도 버리고
먼 우주 떠돌다 돌아온 넋처럼
그 그늘 아래서 쳐다보는
노래기처럼
강아지풀을 보는 것이다.
하오의 미학 강의
―연어
연어를 닮은
서정의 힘은 강하다
젊은 시는 늘
이 인력과의 겨룸이었다
수미쌍관의
강철 같은 교리를 맹신하는
저기, 연어가 간다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완성한 것은 무엇이었나
윤회의 고리
그 질긴 은빛 운명이 아니었나
해탈의 소식은
몇 겁을 지나도 감감한데
시작한 곳에서
끝내고 싶은
피톨의 기억은 곧고 차다
연어를 닮은
서정의 힘은 강하다
늙은 시는 늘
이 본능으로의 회귀였다
박현수
199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ꡔ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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