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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도서관의 문화 인프라> 도서관을 활용하면서 가졌던 생각들/이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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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2,342회 작성일 04-01-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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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다리 건너

도서관을 활용하면서 가졌던 생각들|이주실(주 부)


콧바람을 불며 가는 길!
운동화 신고 배낭 메고 천천히 동네를 한바퀴 돌며 걸어간다.
특별히 시험을 본다거나 다른 목적이 아니라면 내가 동네에 있는 도서관에 가는 시간은 거의가 일정하다. 집안 식구들을 직장으로 학교로 다 보내고 대충 집안 일을 해 놓고 아이들이 한바탕 알록달록 학교로 떠나가 버린 조용한 시간이다. 동네라야 약간의 카페와 식당들이 운집해 있는 거리다. 상점 주인들이 가게 앞에 물을 뿌리고 비질도 하고 대걸레로 청소를 시작하는 모습이 눈에 뜨인다. 한편에서는 신장개업하는 간판이 보여 혹 장사가 안 되면 어떻게 할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거리를 만들어보기도 하며, 가족과 같이 가면 좋을 성싶은 외식 장소를 물색하기도 하기도 한다. 걷다보면 초록색 테라스를 빨간 겨울꽃으로 예쁘게 장식한 카페에서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차 한잔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꼬리를 물게 되어 이쯤 되면 도서관을 향하는 본래의 목적은 까맣게 잊고 이 생각 저 생각에 젖어 들게 된다. 그렇게 생각에 젖어 걷다가 문득 도서관 앞 횡단보도 앞에서야 비로소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래도 주택전시관 동산 위 나무 숲과 연결되어 있는 무지개 다리는 건너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지개 다리를 건너다보면 나의 무지개 꿈은 상식을 넘는 푸른 하늘과 연결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실성 없는 나는 늘 도서관 가는 그 길 위의 생각들과 꿈을 사랑한다. 그렇게 걸어가는 나의 목적지인 도서관은 이미 나도 모르게 내 앞에 와 있는 것이다.
걸어서 15분 가량의 거리에 있는 ‘B문화정보쎈터’는 우리 지역의 가장 유익한 장소이며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휴식처이자 유일한 만족 공간이다. 8년 전 큰아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이곳으로 이사온 나는 정말 기가 막혔다. 그때 당시 구민 수가 대략 3~40만 정도였는데 공공 도서관이 한 곳도 없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에 도서관 건물이 착공된다는 소식을 반상회를 통해서 듣게 되었다. 나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일부러 도서관 건물 짓는 옆으로 지나다니며 건물이 빨리 올라가기를 마음속으로 재촉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방송대 1학년에 재학중이라 어서 빨리 완공되어야만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도서관을 이용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또한 도서관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우리 집이 너무도 다행스러워 이사 가지 말고 눌러 살며 도서관에 다녀야겠다는 마음으로 들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는 마음으로 근 1년 만에 도서관이 준공이 되고 나니 그 뿌듯한 마음을 혼자서 삭이며 즐거워하였으니 누가 보면 어이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집과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외에는 갈 곳이 없던 주부에게 마을 도서관은 읽고 싶은 책들을 맘껏 읽을 수 있고, 시시로 나오는 잡지도 훑을 수 있고, 매주 토요일마다 상영하는 영화도 볼 수 있으며,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문화교실이 있어 같은 정서를 나누고자 하는 주부들이 정보를 나누는 모임의 장으로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니 마을에 생기는 도서관은 여러 면에서 삶의 즐거움을 한층 높여주는 없어서는 안될 너무나 필요하고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기대하고 고대하며 기다리던 도서관은 인구에 비해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많은 문제들을 나타내었다. 우리 구에 하나뿐인 이 도서관은 수와 규모에서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늘 내가 다니는 시간에는 열람실 이용은 꿈도 못 꾸게 되었다. 대기번호 200~400번까지의 숫자는 넌센스인 것이다. 열람실 하루 이용자 수는 대략 5000명 정도에 이르는데 좌석 수는 500석 정도이니 모든 시설은 이용하고자 하는 수의 10분의 1 정도의 수준에도 못미치니 애당초 쾌적한 이용은 생각지도 말았어야 했다.
주차 시설은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보니 도서관 앞 도로는 차들이 툭하면 지그재그로 세워져 있어 잘 못 하다가는 오도가도 못한다. 그러니 열람실로 차량주인 찾는 방송이 수시로 안내된다. 아마 전국에서 유일하게 열람실로 방송하는 도서관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루는 급한 일이 있어 잠시 주차를 하고 책을 반납하고 나왔더니 차 옆구리가 잘룩 들어가 있었는데 누가 그랬는지 좁은 주차 공간에서 억지로 차를 빼내다 그런 것 같았다. 주차위반 딱지를 붙이는 경우도 있었다. 턱없이 부족한 주차 시설의 도서관 설계에 화가 나기도 하고 도서관 한 번 이용으로 치르어야 하는 비싼 대가가 어처구니없었다.
어찌됐든 물리적인 규모야 할 수 없는 부분이라 하겠지만 그 외 여러 가지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눈에 뜨인다. 우선적으로 주부의 눈에 비친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의 손으로 운영하는 식당이다. 서울에 있는 이와 비슷한 도서관의 식당들도 몇 군데 가봤지만 유독 이곳 식당은 문제점이 많다. 2500원 하는 식비를 받으면서 정말 형편없는 반찬들이 나올 때가 많고, 식당아줌마들의 불친절이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 기분을 상하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런 부당함을 시정하기 위해서 나도 도서관 자유게시판에 항의성 글을 올린 적이 있고 여러 사람들 또한 식당에서 당한 불쾌했던 기분들을 게시판에 올리며 시정을 요구했지만 도서관 관련자의 답글은 매번 똑같이 ‘공개입찰’이라는 글을 복사해서 형식적으로 올리면서 도서관 이용객들을 외면하는 것이다. 식당 운영이 시립 도서관의 무슨 백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식당 운영자는 그렇게 끄덕 없는 버티기로 불친절을 고수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고, 더욱 이 도서관 근처에는 다른 건물들이 없어 식당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니 많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당한 처사를 견디어내며 그 식당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힘없는 도서관 이용객들은 바위에 계란 던지는 무모한 항의만 계속할 뿐이다. 따뜻한 밥보다는 내가 싸온 차가운 빵 한 조각을 먹는 편이 차라리 속이 편안하다.
다음으로는 자판기의 비싼 커피요금(300원)이다. 시립 도서관이 왜 다른 공공시설에 있는 커피 값보다 비싸야 하는지도 의문이 간다. 보통 다른 대학이나 공공시설에서의 커피값은 150~200원 정도 하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적은 돈이지만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시립 도서관은 아무래도 돈을 버는 일반인들보다는 학생들이나 주부 또는 무언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경제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할 것이다. 도서관 관리자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우선 순위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의 편에 서는 행정일 것이다.
또한 도서관의 환기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가 문제점이다. 적정 온도의 유지가 어려운지 추운 겨울날에도 온도계를 보면 25도에서 29도까지 오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루종일 창문 한 번 열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오랫동안 있다보면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에너지 관리자의 세심한 배려로 적정온도의 유지와 환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개관 당시에는 3층과 4층이 칸막이가 없는 열람실이었는데 여러 사람들의 요청으로 칸막이를 기존의 책상 위에다 설치를 하다보니 3층에 있는 일부 칸막이 열람실 좌석의 책상은 공간이 좁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열람실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만도 감지덕지하지만 막상 앉아서 책을 보다보면 좁은 공간이 은근히 스트레스를 준다.
그 다음으로 도서관의 중요한 기능을 실천하는 문헌 정보실 직원들의 의무적인 태도와 불친절이다. 연체된 책의 관리도 중요하고 여러 가지 의무도 중요하겠지만 전문 사서들은 좀더 능동적인 자세로 우리 같은 주부들이나 학생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좋은 책을 추천도 해주고 설명도 해주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전문성을 나타내면 좋을 것이다. 책을 꽂는 힘든 일들은 아르바이트생들을 기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관리 직원들의 무표정한 얼굴은 이제 그만이었으면 한다. 이와 아울러 2주에 3권의 일괄적인 도서 대여는 부족한 느낌이 들며 학생 신분에 따른 신축적인 운영도 해보는 것이 어떤가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한편 시선을 돌려 도서관을 이용하는 우리들의 모습도 이 기회에 비춰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설 이용 면에서는 다른 공공시설의 이용과 별 반 다를 게 없겠지만 도서관의 특성상 소음을 특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핸드폰의 문제는 고쳐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책상 위에서 알몸으로 떨리는 진동은 음악 소리보다 요란할 때도 있고 그 전화를 받으러 바삐 뛰어나가는 소리는 혼잡스럽기 그지없다. 도서관에서의 생활도 일상의 연장이라 핸드폰을 받아야 할 상황이 있겠지만 조용한 목소리로 잠시 기다리게 하고 발끝을 들고 나가는 예의를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기본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대여받은 책은 내 책같이 소중하게 다루어 다음 이용자들도 기분 좋게 책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우리가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얘기가 실감나는 도서관의 지금 현실이다. 다 알고 있겠지만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타인을 배려하는 소중한 마음을 이제는 성숙한 여유로움으로 실천해야만이 도서관의 문화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며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보다 절대적인 도서관의 숫자를 늘리는 일이다. 대형 규모의 도서관도 필요하지만 쾌적하고 질적인 면에서 떨어지지 않는 소규모 시설의 도서관을 마을마다 세워, 꼭두새벽부터 작정을 하고 가는 도서관이 아니고 아침저녁 편리한 시간에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을 기대한다. 도서관에 대한 미미하기 짝이 없는 이러한 주부의 글도 그러한 바람과 연결시켜서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는 데 한몫을 거들었으면 좋겠다.
우리 마을에 있는 도서관을 모델로 쓴 이 글이 보편적인 도서관의 얘기로 대변될 수는 없을 것이다. 각 마을의 특성에 따라 사정은 달라질 것이며 도서관의 모습도 다양할 것이다. 사실 주부의 입장에서 좁은 범위로 한정해서 본 도서관의 모습이 제한적이고 편협된 시선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앞으로의 많은 도서관 설립에 있어서 작고 사소한 주부의 마음이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조금은 구체적으로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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