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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도서관의 문화 인프라> 도서관을 활용하면서 가졌던 생각들/원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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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3,082회 작성일 04-01-0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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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상상력과 도서관 문제

원 웅 재(대학생)

1.
최근에 ꡔ반지의 제왕ꡕ과 ꡔ해리 포터 시리즈ꡕ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최근의 인기는 이 소설들이 영화화한 영향이 크지만, 영화화되기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이 소설들은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특히 ꡔ반지의 제왕ꡕ은 우리의 소위 ‘판타지 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많은 판타지 소설의 세계상이 ꡔ반지의 제왕ꡕ의 세계상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처음에 PC통신 동호회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창작되면서, 기대를 받기도 했던 판타지 소설들은 요즘에 와서는 대다수가 무협지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상상력의 빈곤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판타지 소설은 ꡔ반지의 제왕ꡕ과 ꡔ해리 포터 시리즈ꡕ 같은 상상력을 지니지 못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푸코의 다음과 같은 언급이 주목된다. “상상적인 것(상상력)은 실제의 것을 부정하거나 혹은 보충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호들 사이에서 그리고 책에서 책으로, 재언(再言)들과 주석들의 틈 안에서 펼쳐져나간다. 그것은 텍스트 한 중간에서 태어나 형성된다. 말하자면 그것은 도서관의 한 현상이다.” 푸코에 따르면 상상력이란 ‘책과 램프 사이’에 놓인 것이며, 따라서 꿈꾸기 위해서는 눈을 감을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한다. 이렇게 보았을 때, 우리 판타지 소설의 상상력 빈곤의 이유는 분명해진다. ꡔ반지의 제왕ꡕ의 상상력은 유럽의 여러 신화들 사이에서 나온 것이며, ꡔ해리 포터 시리즈ꡕ의 상상력은 유럽의 수많은 아동문학 작품들 사이에서 나온 것인데 반하여, 우리 판타지 문학의 상상력은 대부분 ꡔ반지의 제왕ꡕ과 무협지들 사이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학적 상상력은 보통 사람들에게 과연 꼭 필요한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문학적 상상력이란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는 실천적 힘으로 작용할 뿐더러, 우리가 사회의 심층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상상력을 증진시키려고 마음먹은 순간 우리는 읽기를 시작할 수 있다.

2.
나는 대부분의 책을 구입해서 읽는다. 왜냐하면 새 책의 향긋한 냄새를 맡는 것과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 치고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책이 절판된 경우나 너무 고가(高價)인 경우 등이 그러하다. 그럴 때에는 도서관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용하다 보면 도서관들이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대학 도서관을 살펴보면, 대학 도서관들은 단행본들뿐만 아니라 잡지․외국 서적 등도 대개의 공공 도서관에 비해 많이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양과 질에서 공공 도서관에 비해 우수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학 도서관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운영이 폐쇄적이라는 데에 있다. 한 학생이 자기 모교의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타대학의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료열람협조의뢰서”를 모교 도서관에서 발급 받아야 한다. 또 대부분의 대학 도서관은 출입시에 학생증을 제시하거나, 학생증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출입문에 있는 인식기에 접촉시켜야만 입장이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그 학교의 학생․교수․직원 이외의 사람에게는 도서 열람조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물론 대학 도서관이 그 학교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은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아니다. 또, 대학 도서관 입장을 개방형으로 운영한다고 해서 대학 도서관이 온갖 사람들로 붐벼 그 학교 학생들이 학습환경을 침해받거나 책이 훼손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 도서관의 자료는 기본적으로 초중고생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이 아니며, 일반 직장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자료들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 도서관의 자료는 대학생 수준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아진 것들이다. 따라서 대학 도서관에서 출입을 금하고 있는 것은 사실 다른 학교의 학생뿐이며, 이는 지식을 공유하는 데에 있어 매우 폐쇄적인 행위이다. 또 대학 도서관은 몇몇 대학교의 도서관을 제외하고는 24시간 자료 열람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학 도서관들은 24시간 자료 열람에 대해 인력난과 그 실제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를 들어 실행하지 않고 있는데, 24시간 자료 열람 제도는 야간 대출과 반납을 금하고 자료 열람만 허용하며 열람자가 있을 때까지만 사서 1명이 머무는 탄력적인 운영을 한다면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제도이다. 대학생의 도서관 대출 한도는 매우 적은데, 만일 대출 한도를 넘을 만큼의 책이 필요하다면, 친구에게 부탁하거나 도서관에서 읽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읽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저녁때에는 열람 시간이 넘으면 모두 도서관 밖으로 나가야 하고 아침에도 일정 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자료 열람실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 도서관의 24시간 자료 열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다.
공공 도서관은 대학 도서관에 비해 적은 양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으며, 논문 같은 경우는 전혀 소장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여러 행사들을 하고 있는데, 독서 교실․영화 상영․문인 초빙 강좌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 대학 도서관에 비해 휴관일이 적어 일요일에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대학 도서관들이 매주 일요일에 휴관하는 것과는 다르게 한 달에 두 번 정도 평일에 휴관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공공 도서관도 대학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공공 도서관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매일신문> 2002년 3월 9일의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 도서관은 모두 420개관․1관당 인구 수 11만4천여 명․1인당 책 수가 0.82권인 반면, 일본은 모두 2천172관․1관당 인구 수 6만 명․1인당 책 수가 2.5권이며, 미국은 8천946관․2만6천 명․2.7권, 영국은 5천185관․1만4천 명․2.7권으로 우리와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도서관 수가 너무 적다보니 이용이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공공 도서관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이런 까닭인 것 같다.
또 공공 도서관은 장서 증가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은데, 정부(문화관광부)의 예산 측정을 보면 알 수 있다. 420여 개 도서관에 지급되는 공공 도서관의 도서 구입비는 2002년에는 134억 원으로 해마다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국립중앙도서관에 30억이 배정되고 나머지 도서관이 104억원을 나누어 갖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적은 액수이다. 시민단체인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http://www.bookreader.or.kr)>에 따르면 1999년 하버드 대학 도서관의 도서구입비는 한화로 275억이라고 하는데, 이 대학교의 도서 구입 예산이 매우 많은 편임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420여 개 도서관에 지급되는 정부 예산보다 많다는 것은 우리 공공 도서관의 도서 구입비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공공 도서관은 대학 도서관에 비해서는 덜하지만 역시 폐쇄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공공 도서관의 대출 자격은 해당 시․군 사람에 한정된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그 대출 자격 범위가 서울 시민 전체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서울을 벗어나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용인시 북부에 사는 나 같은 경우는 ‘용인시립 도서관’보다 ‘분당문화정보센터’를 이용해서 대출을 받는 편이 더 편하지만, ‘분당문화정보센터’의 대출 자격이 성남시에 거주하는 시민으로 초등학생 이상, 성남시 소재 학교 및 직장인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내가 공공 도서관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용인시민에게만 대출을 해주는 ‘용인시립 도서관’까지 반드시 가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제도는 도서 반납, 회수 등의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근 지역의 시․군민에게는 도서 대출을 허용하는 것이 융통성 있는 도서관 운영일 것이다.

3.
위의 장에서는 대학 도서관과 공공 도서관의 문제점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이들 도서관의 문제점들을 요약해 보자면, 먼저 도서관에 투입되는 비용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공공 도서관의 도서 구입비 문제와 도서관 수 문제, 대학 도서관의 24시간 자료 열람의 문제는 모두 도서관에 투입되는 비용이 너무 적어서 생기는 문제이다. 다음으로 도서관 운영이 경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은 지식을 보관하고 공유하는 매개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도서관이나 공공 도서관 모두 너무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도서관이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면 어떻게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단 말인가.
도서관의 이러한 문제점들은 결국 문학적 상상력의 증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앞에서도 이미 말했지만, 문학적 상상력이란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는 실천적 힘인 동시에 우리가 사회의 심층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따라서 문학적 상상력이 발달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사회 변화의 실천적 힘이 응축되지 못 하고, 사회의 심층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힘이 구성되지 못 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문학적 상상력을 위해서는 도서관 문제의 해결이 필수이다. 지금은, 상상력이 결핍된 우리의 판타지 소설, 책을 읽지 않고 게임만 하는 청소년, 학력 저하의 대학생 등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들을 나타나게 하는 사회적 토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최근에 우리 사회는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어떤 사람들은 책의 종말과 지금의 도서관 대신 컴퓨터 네트워크만 남는 미래를 예견하기도 한다. 어쩌면 미래에는 이러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현재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문제는 한국의 도서관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못 하며, 이러한 점 때문에 문학적 상상력이 억압되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고려를 통한 도서관 문제에 대한 접근만이 도서관 문제를 해결하는 온당한 방법이 될 것이며, 도서관 문제의 해결만이 우리 사회 전체의 문학적 상상력 향상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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