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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2003년 봄호) <교육의 문화 인프라> 교사들이 체험하는 교육문화 인프라/정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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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2,715회 작성일 04-01-0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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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시험과 관련된 사설교육 인프라에 대한 문제점 재고


정 우 상
(교 사)




1.
지난 2월 5일에 중등교사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친분 있는 이들의 당락 소식을 들으며 올해도 또 한 번의 전쟁을 치러낸 사람들을 생각하니, 교사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꼈다.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까지 노력과 도전을 거듭하는 이들을 보며, 임용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이 정말 외롭고 모호한 싸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인원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그 숫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과도한 자격증 발급, 취업난 등으로 인한 교사 희망 인원 증가, 그에 비해 원활하지 못한 교원 수급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 몇 년씩 한 길만을 바라보고 가야만 하는 것이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험생들은 또 한 번의 홍역을 치러야 한다. 그것은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사설 교육기관을 거치게 된다는 점인데, 이는 임용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사교육의 힘을 빌지 않으면 어렵다는 인식이 수험생들 사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설 교육 기관은 시설 및 운영 방식, 프로그램 등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앞의 시험 준비에 바쁜 수험생들에 의해 과도한 대접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는 우선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어 있는, 임용시험 준비와 관련된 사설 교육 인프라를 점검해 보고 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해볼 것이며 이와 관련지어 현행 임용시험의 문제점에 대해서 약간이나마 언급해 보고자 한다.

2.
노량진에 있는 한 고시학원의 모습이다. 초대형 강의실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사람들. 대부분 20대 중반쯤의 젊은 사람들이며 간혹 30대쯤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다. 커다란 강의실 중간중간에는 기둥이 서 있고 군데군데 모니터와 스피커가 매달려 있어서 첫 느낌부터가 답답하다. 두 사람이 함께 쓰게 되어 있는 책상은 터무니없이 작아서 책 두어 권을 놓고 쓰기에도 좁고, 딱딱한 의자와 함께 초등학생들이 사용하기에나 알맞을 정도이다. 정원을 한참 초과한 강의실은 답답하다못해 짜증나기까지 한다. 앞뒤 간격이 좁아서 한 번 들어가 자리를 잡으면 다시 나오기란 극장보다도 불편할 정도이며, 창문도 거의 없고 환기도 잘 되지 않아서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 복도는 좁고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며, 학원 내에는 차를 마시거나 쉴 수 있는 공간도 없어서 수시로 학원 외부를 들락날락해야 한다. 일부 학원은 지방 학생들을 위한 고시원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아예 이런 학원에서 살고 있는 수험생들도 많이 있다. TV 뉴스에서도 얼마 전 일부 고시학원들이 정원의 5배가 넘는 인원을 수용하며 장삿속을 챙기고 있는 실태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임용시험 관련 학원이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대형 학원의 경우 한 교실에서 300명~6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으며, 당국에서도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인기 있는 강사를 보유한 학원의 경우 이러한 콩나물시루 같은 강의실이 전혀 낯선 광경이 아니다.
실제로 학원에 따라서는 강의실이 너무 크고 사람이 많아서 같은 돈을 내고도 차별적인 수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강의실을 복수로 운영하면서 모니터로 강사를 보며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기둥에 가려서 수업 시간 내내 고개를 돌려가며 수업을 들어야 하기도 한다. 강의 시간에 조금 늦으면 꽉찬 강의실 구석에 서서 수업을 듣기도 한다. 쉬는 시간이 되거나 강의가 끝나면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복도와 출입구는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학원측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수험생들을 받느라 즐거운 비명만 지를 뿐, 이러한 시설 개선에 대한 의지는 별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신관을 짓기도 하지만 몇 년째 본관의 시설은 거의 그대로이고 접수 창구는 늘 불친절하며 교재 판매와 접수 등 이윤과 관련된 업무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수강생들은 넘쳐나며 학원측에서는 간혹 ‘마감 임박’이라는 말도 하지만 초과 접수 때문에 절대로 접수 마감은 되지 않는다.
강의가 시작되면 다른 진풍경이 펼쳐진다. 현행 중등학교 임용시험은 크게 1차와 2차 시험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사실상 합격을 판가름한다는 1차 시험의 경우 다시 교육학과 전공으로 분야가 나뉜다. 그 내용을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다음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1차 시험에서 배점 30%를 차지하는 교육학 과목의 경우 세부 영역은 대학 교과에서 모두 각각의 수강 과목으로 분리되어 있는 과목들이다. 하지만 사설 교육기관에서는 일명 ‘교수’로 불리는 전문강사 한 명이 전 영역을 모두 강의한다. 이는 물론 객관식으로 치러지는 시험 방식이나 단순 암기 위주의 시험 문제 유형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방대한 양의 교육학 내용을 2개월에 한 번씩 훑어준다는 학원측의 프로그램과 맞물려 다소 무리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전공과목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에서 언급했던 강의실 풍경이나 학원 시설은 마찬가지이고, 교육학과 달리 모두 서술형 문제로 출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강사 한 사람이 모든 영역을 다룬다. 최근에는 분야를 나누어 강의하는 학원도 생기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학 4년 동안 배워도 모자랄 방대한 영역을 강사 한 사람이 2개월 만에 ‘끝내주고’ 있는 실태가 학원가에서는 흔히 벌어지고 있다. 국어 과목의 전공 강의를 살펴보면, 강사 혼자서 국어 교육론, 문법(고전, 현대), 문학사 및 문학 일반론, 고전 문학(시가, 산문), 현대 문학(시, 소설, 희곡, 수필) 등 국어 전반에 걸친 엄청난 양을 강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국어국문학 및 국어교육을 전공한 수험생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니 참으로 진풍경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강의 프로그램 역시 묘하게 짜여져 있다. 교육학, 전공 강의 모두 2개월 완성이라고 되어 있지만 처음 2개월 과정은 겉핥기식 이론 강의에 불과해서 본격적인 시험 대비를 위해서는 후에 또 문제풀이 특강을 들어야 한다. 2개월에 20만 원이 넘는 수강료에 이론과 문제풀이로 나뉘는 강의, 교육학과 전공으로 되어 있는 시험 과목, 각 과목당 수만 원을 호가하는 교재비 등을 생각하면 필요한 비용도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강의를 학원에서 모두 듣는 학생은 별로 없지만,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전국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 강의 이상은 듣는다고 봤을 때 학생들의 부담이나 학원측의 이익은 막대한 수치라고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학원 내부의 문제점 외에도 다른 영역과 관련지어서 언급해야 할 문제점들이 있다. 관련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기존 학원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공개된 자료는 없고 수강신청을 한 사람들만이 간단한 자료라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돈을 낸 사람들끼리만 자료를 공유하는 모습이, 어쩌면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교사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태도로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사이트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강의 소개 및 학원 소개, 자료실, 합격 수기를 비롯한 각종 글이 올라와 있는 게시판 등으로 꾸며져 있는데 게시판에는 학원과 강사에 대한 칭찬 일색의 글들이 무수히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를 공개하지 않듯이 이런 글들도 역시 수강생들 사이에서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교육청 사이트는 임용시험에 대해서 거의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다. 시험 공고나 지원 현황, 합격자 발표가 나면 단지 그 내용만 올려놓을 뿐, 다른 언급은 전혀 없기 때문에 알아서 준비하라는 식의 태도를 느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설 교육 인프라를 활용하라는 무언의 압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험생들은 매우 불안해하며 늘 부족한 자료와 정보에 허덕이고 있는데 어떻게 공부해야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커녕 조선시대 과거 시험 마냥 방이 붙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수험생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국가의 교육을 책임질 동량지재(棟樑之材)를 구하면서 정작 그 주체인 나라에서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3.
이상으로 임용시험과 관련된 사설 교육 인프라 위주의 비판적 성찰을 해 보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야기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언급했다시피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대부분 사설 교육 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이는 중등학교 임용시험의 내용이 대학교에서 배웠던 내용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고 여전히 암기식 위주의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이런 굵직한 문제를 떠나서 눈앞의 여건을 생각해 볼 때, 교사가 되려는 꿈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들을 위해서는 정부나 대학, 사설 교육기관이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며,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려는 노력 이전에, 이미 노출된 많은 문제점들을 정화하고 해결해 가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훌륭한 교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도 필요하겠지만, 그와 더불어 훌륭한 교사를 만들어주기 위한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이 더욱 와닿는 말인 것 같다. 모든 예비교사들에게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빨리 실현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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