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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연재> 시로 쓰는 시론-2/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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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쓰는 시론-2
김동호
5.
희미한 속 또렷한
또렷한 속 희미한
꿈과 시는 닮은 데가 많다
말이 명(命)을 따르지 못할 때
자주 나타난다
비상등처럼
6.
보석은
흩어져 있을 때만
보석인 것 같다
모아놓으면
다시 돌이 되곤 한다
어두운 길
더욱 어둡게 하는
뒷골목 네온사인처럼
화려한 모듬 소리는
흔히 화려한 허튼 소리
귀도 눈도
어지러울 때가 있다
7.
조금만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지는 모래집
그러나 그 집 함부로 말하지 말자
그 집 허물어지지 않게 하는 것
그 집주인 “두더지” 씨가 제일 잘 안다
실수도 연료처럼 불이 되는 곳
부족도 반달처럼 활이 되는 곳
사구(砂丘)가 아름답구나 일정치 않아서
생각도 흘러흘러 바다로 가네
무의식의 샘물이다 조율의 두레박이다
들이마신 것이 다 노래이다
8.
새로운 것만 보면 지남철이 되는
바람을 바람끼라 말하지 말자
그것 없으면 신비의 신약(新藥)도
혼혈의 미인도 생길 수 없다
돌로 빚은 짐승들만 덜그덕덜그덕
달빛에 체조하고 있을 것이다
9.
칼로는 안 된다 기교로도 안 된다
시간, 시간만이 눈물 없이도
군더덕지들 잘라낼 수 있다
먼 곳의 피리 소리 가까이 들리고
가까운 피리 소리 멀리서 들리고
기억 속의 돌들 다시 흙에 묻혀
수석이 되면서 수석(壽石)이 되면서
김동호
․1934년 충북 괴산 출생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ꡔ바다ꡕ ꡔ꽃ꡕ ꡔ피뢰침 숲속에서ꡕ ꡔ시산일기ꡕ 등
추천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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