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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시> 진달래 능선 외 1편/황송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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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3,167회 작성일 04-01-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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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문

진달래 능선



꿈길을 가듯
꽃길을 간다.

누워있는 여자의 발등에서부터
가슴으로 유방으로
오르는 길은 꽃길 시오 리.

산길을 오르면서 따먹을수록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먹는 꽃은 배고픈 꽃.

꽃을 따먹으며 넘는 길은
마음이 허기진 길
그리움의 배가 고파지는 길.

꽃을 따먹으면 따먹을수록
배가 고픈 길은
먹으면 죽으리라 했는데,
따먹고 눈이 밝아져
꽃잎 흐드러진 황홀 삼매경.

장미와 영산홍에 데인 사내가
뱀의 꼬임에서 벗어나려고
다소곳이 얌전한 꽃을 찾아
진달래 꽃길을 편하게 걷는다.

진달래는 먹는 꽃
철쭉꽃은 못 먹는 꽃
뻐꾸기는 쑥국쑥국
戀달래는 철쭉철쭉
죽은 뒤에 눈이 밝아진
연달래 꽃길을 꿈으로 걷는다.





부활절에



비둘기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검은 평화 음침한 골목길에서
찐계란을 선물받았다.

소녀가 건네준 찐계란에는
“예수님은 당신을 위해 부활했다”는
글씨가 띠를 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어찌해야 할지 알지 못 했다.
병아리로 부화될 수 없는 달걀들
씨눈이 질식해 죽어있는
계란들이 어떻게 부화되어
병아리로 깨어난단 말인가.

병아리로 깨어날 수 없는 찐계란을
무표정하게 까먹고 가는 사람들은
그 총천연색 부화과정을 알지 못한다.

계란의 부화과정은
결합과 분해와 변화의 상상세계
현미경과 망원경이 작동하나니

천만 줄기 강물이 흐르는 실핏줄과
천만 줄기 산맥이 휘도는 날개가
바위 속의 화석처럼 응고되어 있다.

부활절 기념으로 선물받은 계란에서
깨어날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
비둘기가 쓰레기통을 뒤지듯이
관념의 거름자리를 뒤지고 있었다.


황송문
․1941년 전북 임실 오수 출생
․시선집 ꡔ바위 속에 피는 꽃ꡕ ꡔ현대시 창작법ꡕ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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