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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시> 풍경-1 외 1편/황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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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원
풍경-1
그대에게 전화를 건다
목청을 미끄러져 나온 목소리
옷도 입지 않은 채
그대를 향해 달려간다
멈칫 이승을 한 번 돌아보고
넋두리하는 육체의 설움을 떠나
그대에게 간다
굽이치는 골짜기
깊은 산 휘돌아나가
산의 앙가슴에 숨겨둔 연못에서
이승의 더러움을 씻는다
내 목소리
연못의 살갗 타고
혈관을 통과해
가슴과 머리를 지난다
그리고 마침내 닿은 곳
그대가 있는 세상
그대에게 한 전화
이승과 저승의 대화
빈터
산을 오르다 발견한 빈터
햇볕의 웅성거림이 모여 있다
누군가 버리고 간 시간은
기둥이 되고
빈 가지 늘어진 겨울나무
너와 나 잇는 창문이 된다.
솔개 한 마리 등성을 넘어가다
잠시 날갯짓 멈추고
붉은 흙과 씨름하는
알몸의 햇볕을 바라본다
허나, 빈터는 울고 있다
그들 보는 것은 햇볕이 아니다
햇볕은 시간의 몸 속에
알집을 짓고 알을 낳고
과거를 지운다
지움 없는 햇볕은 가짜다
황인원
․1959년 서울 출생
․1986년 ≪시조문학≫ 1990년 ≪민족문학≫ 등단
․저서 ꡔ한국서정시와 자연의식ꡕ ꡔ두엄 속에서, 시여ꡕ 등
․시집 ꡔ생각의 뼈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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