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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공연장의 인프라> 문예진흥기금 지원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박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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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2,441회 작성일 04-01-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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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진흥기금 지원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박 상 언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경영기획팀장)

1. 들어가며
한국문화예술진흥원(약칭 문예진흥원)은 1972.8.14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해 1973.3.30 설립되고 같은 해 10.11 개원한 이래 약 30년 동안 꾸준히 변화하는 문화 환경에 나름대로 적응하면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쳐 왔다. 그러나 최근의 급격한 여러 변화는 문예진흥기금의 역할과 기능에 대하여 더 많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digital) 사회로의 혁명적인 이행과 이로 인한 순수 문화예술의 상대적인 위축은 문예진흥기금의 지원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즉 디지털 사회로의 이동으로 인하여 예술 창조자의 예술적 재능 못지않게 아이디어와 지식과 정보가 작품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이며,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시장논리의 강화는 대중문화에 비해 비상업적인 순수 문화예술의 상대적인 열세를 더욱 재촉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국민의 정부(1998.2월~)는 역대 정권과 달리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에 강조점을 두는 ‘창의적 문화복지 국가 건설’을 문화정책의 제일 모토로 설정하고 이를 강력히 추진하였을 뿐만 아니라 문예진흥기금 모금이 준조세 및 국민부담금 폐지 방침(부담금관리기본법, 2001.12.21 제정)에 따라 2004년 1월 1일부터 중단됨으로써, 겉보기만으로도 순수 문화예술의 활성화와 진흥을 위한 공공지원이 일대 위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개인주의. 가족주의의 심화와 주5일제 근무 등 여가 생활의 확대 추세에 따라 국민의 문화적 수요가 날로 폭증 및 다양화되어 가고, ‘붉은 악마와 월드컵 4강’,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제와 메이저급 대선후보 단일화’, ‘20. 30대 젊은 세대들의 강력한 변화 욕구 분출’ 등 일찍이 경험하지 못 한 정치. 사회적인 소용돌이를 겪으며 들어서는 ‘노무현 정부’의 개혁 기조 속에 문예진흥기금 지원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늠해 보는 것은 매우 유용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날의 문예진흥기금 운영 성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무관하게 문예진흥기금은 문화예술계에 대하여 가장 직접적이며 현실적인 영향을 끼쳐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아니면 적어도 한동안은 그래야 할-것이기 때문이다.

2. 문예진흥기금의 지원 성과
우리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정책적 의지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까지의 극심한 정치.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빈곤을 넘어서던 제4공화국(1972. 10월~1981. 3월) 때부터다. 문예진흥기금은 이 제4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문예진흥법 제17조) 설치되었다.(1972. 8. 14 문예진흥법 제정. 공표, 1973. 3. 30/10. 11 문예진흥원 설립/개원, 1973. 7. 11 문예진흥기금 모금 시작)
문예진흥기금의 주요 재원은 ①정부의 출연금 ②개인 또는 법인의 기부금품 ③모금액 ④기금운용 수익금(이상 문예진흥법 제18조) 등이다. 2001년도까지의 총조성액은 1조 1,592억 원으로서, 이자수입 3,454억 원(29.8%), 모금 3,082억 원(26.6%), 정부출연금 1,847억 원(15.9%), 방송발전기금 1,609억 원(13.9%), 기타 1,599억 원(13.8%, 이 중 기부금은 총조성액의 0.31%)의 순이다. 총조성액의 34.5%인 4,004억 원(2001. 12. 31 기준)이 적립되었으며, 47.1%인 5,459억 원(모금 총액 3,082억 원의 177%)이 지난 28년 간 진흥사업비로 <표1>과 같이 집행되었다. 한편 2002~2003년도 문예진흥기금 사업 예산은 <표2>와 같다.
상공. 노동 분야 등과 달리 문화예술 분야는 그 정책 목표를 명확하게 파악하여 체계화하거나 성과(효과)를 확인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문화예술정책이 대개는 재정적. 유형적. 계량적인 투입 형태로 전개되고도 산출은 대부분 정서적. 무형적. 비계량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다른 분야와 비교해 볼 때 그 회임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문화예술 분야에 예산이 투입된 경우 그것이 가져오는 성과(효과)는 단기적으로는 다른 분야에 비해 가시적이지 못 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 가시적인 결과물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의 성과분석 방법을 문화예술 분야에 적용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 동안 문예진흥기금이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에 재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만큼은 분명하다. 2002. 12월 문예진흥원이 실시한 문화예술인 대상 설문조사(총 응답자 738명)에서 최근 5년간 문예진흥기금 지원금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383명 중 84.4%가 자신의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문예진흥기금이 작든 크든 기여했다(크게 기여 47.8%, 다소 기여 36.6%)고 답하였다. 그리고 문예진흥기금 지원금 수혜가 기업과 지역사회의 후원이나 협찬 등 재원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응답이 67.5%(매우 유리 22.4%, 대체로 유리 45.1%)이므로 그 파급효과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문화예술 활동의 기능적 분류법을 따를 때 ‘창조(창작/생산)’, ‘전달(계승/보급)’ 측면에서의 지원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여러 기초 데이터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수용(향수/참여)’ 측면에서의 지원효과는 거의 배제되어 있다. 다만, 문학/미술/공연예술/전통예술/예술진흥 등으로 구분된 ‘예술진흥 지원효과’, 기반조성/문화복지/국제문화교류/문화산업 등으로 구분된 ‘문화정책적 지원효과’에 대한 연구(『문예진흥기금의 지원효과 분석』, 한국문화정책개발원, 2002년)가 있으나, 문예진흥기금의 정서적. 무형적인 지원성과를 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만, 이 연구는 공급자인 예술가(혹은 집단)에 지원되는 문예진흥기금은 일종의 연구개발(R&D) 자금과 같은 효과가 있어 2001년 기준으로 볼 때 문예진흥기금이 약 10억 원 증가하면 약 2년 간에 걸쳐 국내총생산(GDP)을 3,500억 원 정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증명하고 있는데, 매우 흥미로운 결과이다.
문예진흥기금이 대상 영역으로 포괄해 온 그 동안의 변모 양상을 살펴보자. 처음 설치된 1970년대는 전통문화와 한국학 등 ‘민족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1980년대는 ‘문화예술 창작진흥’, ‘지역문화시설 확충’, ‘국민들의 문화향수 기회 확대’, ‘국제문화교류사업’, ‘조사연구와 교육연수 사업’ 등으로 확대되었다. 이어 1990년대는 ‘문화예술 정보체계 구축’, ‘문화복지’, ‘문화예술의 세계화’ 등에 중점을 두며 ‘문화산업’이 포함되기 시작하였으며, 2000년대는 199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원대상도 초기에는 문화예술 창작자와 단체에 한정되었으나 점차 일반국민으로 확대되어 갔다. 이러한 변화는 그 동안 문예진흥기금의 지원 정책이 전통문화 중심에서 현대예술로, 예술창작 진흥에서 문화복지 지원으로, 기존의 순수 문화예술 장르 중심에서 보다 넓고 다양한 문화 분야로 확대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관련 연구가 없는 상태지만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30년 가까이 여러 영역에 걸쳐 전개된 문예진흥기금 지원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진흥에 기여하였으며, 이렇게 진흥된 문화예술은 문화예술에 대한 소비 증대와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기술혁신, 인적자본 투자 등의 경로를 거쳐 경제성장에도 기여했다는 것에 일단은 동의할 수 있다.

3. 문예진흥기금의 정책 환경과 현실
세계 각국의 연구보고서는 새로운 세기에는 문화예술의 수요가 폭증하리라는 전망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군사전쟁, 경제전쟁의 시대를 지나 미래학자들이 ‘문화전쟁의 시대’로 예고한 21세기를 맞이하였지만, 국내 문화환경의 변화는 그 동안의 지속적인 변화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십 년 전부터의 점진적인 변화에다 최근의 급격한 변화가 더하여져 문예진흥기금의 새로운 정책 환경을 구성하고 있다.
6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농민계층의 감소와 중간계층. 노동자계층의 성장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신중간계층이 더욱 급속하게 확대되어 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 결과는 계급 이데올로기의 약화, 시민사회의 성장, 참여민주주의의 발달로 이어질 것이며, 고학력자들인 신중간계층의 성장은 고급문화 수요의 증가로 나타나면서 문예진흥기금의 수요 증가를 촉발할 것이다. 인구의 고령화와 핵가족화의 심화에 따른 새로운 문화적 수요의 발생 또한 노인대상의 문화예술프로그램 및 가족단위 문화참여 프로그램의 개발과 이 부문에 대한 기금의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증가와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소비 패턴이 크게 변하고 있으며, 특히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계소비지출 중에서 문화생활을 위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화비의 절대액과 총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증가 추세는 주5일 근무제도의 도입과 함께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국사회는 70년대 이후 본격적인 도시화의 진행으로 90년(74.4%)에 이미 선진국의 평균 도시화율(72.6%)을 넘어섰으며, 2020년경에는 85.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인구집중에 따른 도시화 경향과 함께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특색 있는 지역사회의 건설과 전래의 고유한 지역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지방화 시대로의 변화가 발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정보기술의 발전은 직접적으로 일상생활의 편의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문화 분야의 근본적인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정보화는 문화 분야에 있어 문화예술 정보의 DB화나 네트워크 구축 못지 않게 직접적으로 문화예술의 내용과 생산 및 유통구조를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예술장르의 출현을 가져오기도 한다.
1997년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에서 0.67%를 차지했던 문화 부문 예산이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2년 뒤인 2000년도에는 1%를 넘어서 1.03%에 이르고, 2001년도에는 1.04%(총 예산 100조 2,246억 원 중 문화 부문 1조 458억 원)에 이르렀다. 그 중 순수 문화예술 진흥 예산은 문예진흥기금의 진흥사업 예산에도 못미치는 200억 원에 불과하며, 순수 문화예술 진흥을 고유 목적으로 하는 문예진흥기금과 달리 문화부문 국가예산은 장기적으로는 문화 인프라 기반 조성 등에 주로 쓰이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문예진흥기금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문예진흥기금 모금(2002년도의 경우 484억 원 모금)이 중단되고 4~5%대의 금리가 지속되면 현재의 문예진흥기금 적립 목표액 4,500억 원을 달성한다 하여도 세입/세출 구조의 획기적 전환과 개선 없이는 기대하는 수준의 문예진흥기금사업을 수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 현 문예진흥기금은 그 규모에 비해 수요가 너무 크기 때문에 문화예술인들의 기대 수준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일부 국회희원들은 공청회(2001. 6. 14) 등을 통하여 현 문예진흥원을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위원회’ 형태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으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은 월간 「민족예술」(2002. 9월호), 「새 정부 문화정책 관련 정책제안 토론회」(2003. 1. 6) 등에서 이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2002. 12월 대통령 선거시 노무현 당선자도 문예진흥원을 ‘현장 문화예술인 중심의 지원기구’로 전환할 것을 공약으로 제시하였는데, 모두 문예진흥원의 의사 결정 구조 등 운영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첫 번째 목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4. 문예진흥기금의 현안과 과제
문예진흥원은 2001. 3월 『문예진흥기금 중장기 비전과 운용 전략(중장기 발전 계획)』을 통해 그 이전까지의 일정한 성과를 정리하고 「이념(Mission)」과 「기본방향(Goal)」을 새로 설정하였다. ‘예술을 통한 국민의 창조성 계발 및 삶의 질 향상’이라는 <이념> 아래 ‘예술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존중함, 국민의 예술 창작과 향수 권리를 신장함,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의 문화적 조화를 추구함’이라는 <기본방향>을 두고, 2002년부터 목표 지향적 성과관리체제로 전환하였다. 즉, 2001년까지의 장르별. 단위사업별 수십 여 개로 잘게 나뉘어 있던 지원사업 체제를 4개 목표(예술창작 진흥, 문화예술 향수, 문화예술 교류 활성화, 예술의 보존과 계승), 14개의 핵심역량사업(지원유형)으로 통합 재편하였다(앞의 <표2> 참조). 그러나 아직 제 궤도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이며, 이에 따라 목표 지향적 성과관리체제는 2004년도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성과주의예산제도와 함께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문화 예산 1%’로 표현되는 문화 부문 예산의 대폭 증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설립과 영화진흥위원회의 발족, 국립극장 등 국공립 문화예술기구의 민영화 등의 실적을 쌓은 국민의 정부이지만, 문화정책에 대한 평점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문화를 강조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초라하다. 오랜 권위주의의 탈을 벗고 다소 파격적인 행보와 개혁적인 마인드로 무장된-현 시점에서는 적어도 그리 보이는 듯한-노무현 신정부의 문화정책 비전은 정치. 경제 등 다른 부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것이 별로 없는 형국이긴 하지만, 문화 부문이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원론적 의미만으로도 문화 부문 개혁의 파고가 그리 낮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추측은 국민의 정부가 순수 문화예술 지원에 소홀했었다는 일반적인 비판 속에 향후 문예진흥기금 운영 등에 대한 개선 요구가 드세어질 것이라는 데까지 자연스레 나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변화가 없었더라도 문예진흥기금은 문화. 사회적인 급격한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분출되는 일반 국민과 문화예술계의 요구를 하루라도 빨리 수용해야 할 시점에 이미 서 있는 것이다. 문예진흥기금을 둘러싼 모든 현실은 문예진흥기금으로 하여금 앞으로의 과제와 역할을 정립(定立. 正立)하게 하는 ‘위기’이자 ‘기회’임이 분명하며, 이런 뜻에서 시급하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굵직한 현안과 과제를 함께 고민해 보기로 한다.

①기금의 지속적 확충
2003년 12월 31일로 문예진흥기금 모금이 중단되면 확실한 재원은 이자수입으로 대표되는 기금 운용 수익금이 유일하다. 적립 목표액 4,500억 원은 모금 중단 이전에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나, 이 목표액은 금리 13%를 기준으로 1995년에 처음 설정하고 1998년에 재확인한 금액으로서 5% 정도인 현 실세 금리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따라서 당초 목표 적립금 자체를 적어도 4,500억 원의 두 배 이상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일부의 의견이 꾸준한 설득력을 얻어 왔으며, 이와 별도로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보고서(<문예진흥기금의 적정규모 산정 및 재원확충 방안>, 2001. 8월)는 2011년 문예진흥기금의 적정 규모로 1조 6천억 원을 제시하고 있다.
문예진흥기금 확충의 문제는 문예진흥원이 지금 안고 있는 첫 번째 과제이다. ’97년부터 중단된 국고 출연이 마땅히 재개되어야 할 것이며, 2001년부터 문예진흥기금 사업비로 시작된 방송발전기금(옛 공익자금)의 출연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금 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정책의 실현이다. 국민의 정부 <새 문화관광 정책>(1998. 10월)에는 ‘문화복권’, ‘사적복제보상금제도’ 등이 제시되어 있으나 이들은 여러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쳐 있다. 따라서 문예진흥원은 경륜. 경정법 개정을 통한 수익금 배분 참여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으며, 현재 경륜. 경정 수익금의 문예진흥기금 배분 참여를 골자로 한 “경륜. 경정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경륜. 경정을 포함하여 인간 정서를 침해하는 각종 사행성 사업(경마, 복권, 카지노 등)의 수익금 일부를 문예진흥기금화하여 침해된 인간 정서의 치유에 재투자하는, 보다 거시적 차원의 방안도 매우 훌륭하다. 또한 현 모금 제도를 유지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할 만한 방안이다. 2002. 12월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문예진흥원이 실시한 문예진흥기금 모금제도 관련 설문조사시, 전체 응답자(738명)의 95.6%가 모금제도 유지에 찬성하였다.(현 방식 유지 52.0%, 일부 개선 및 모금 계속 43.6%) 물론 이 수치는 문화예술인이 아닌 일반 국민들을 포함하고 있지 않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모금제도를 유지할 경우 모금률 인하, 배분 방식 개선 등의 조치가 뒤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02. 10월 문화관광부는 <2002.순수예술진흥종합계획>을 통해 2010년까지의 문예진흥기금의 적립 목표액을 1조 5천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하였는데, 그 재원 대책이 비록 상세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또한 노무현 차기 대통령 당선자는 문예진흥기금의 지속 확충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어 문예진흥기금의 적립 목표액 상향조정과 그 조성의 문제는 어찌되었든 정치적으로 일단 해결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민간(기업 등)의 기부금 유치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문화예술 부문 조세제도 개선 방안의 시급한 도입이다. 이는 기금 조성의 문제에만 지나지 않고 문화예술에 대한 직. 간접적인 지원책을 병행하고 있어 문화예술계에 대한 파급효과가 참으로 클 것이다. 2001년부터 문예진흥원은 기부자의 실명(實名)을 딴 별도의 기금을 설치 운영하는 ‘실명제기부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도 한데, 이의 정착과 확대에도 힘써야 한다.


②이사회와 기금지원심의위원회 운영의 획기적 개선
문예진흥원 이사회는 대부분 문화예술계 인사로 구성되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 이사회와 마찬가지로 예산과 사업계획 심의 등 기관 운영 전반에 관한 실질적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는 형식적인 측면이 강하다. 원장의 뜻에 의해 구성되는 현 이사회를 각계 추천 등의 방식으로 보다 폭넓게 구성하는 등 대폭 개선함으로써, 그 임의성과 폐쇄성을 탈피하고 민주성과 개방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문예진흥기금 지원심의 등 실질적인 기금 배분 기능까지 부여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함으로써 현장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위원회’ 체제로의 전면 개선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이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공청회 등의 과정을 통해 충분히 검증되고 걸러져야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직 논리상 합의제 행정위원회란 이데올로기적 판단에 따른 가치배분. 규제. 인허가 등의 기능(예:방송위원회, 영상불등급위원회, 간행물윤리위원회,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등)을 가져야 바람직한데 지금의 문예진흥원의 기능은 이와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닐까, 최소 10여 개 이상의 전혀 상이한 장르별 인사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 위원회라면 정부로부터의 자율성은 얻을 수 있는 반면 지원대상집단(예술단체 등)으로부터의 자율성은 오히려 저하되어 기금지원에 대한 의사결정의 지연은 물론 그야말로 ‘장르별 나눠먹기’로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을까, 위원회를 정부로부터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최선의 유일 기구로 보는 것 자체가 지배구조의 단순한 개편만을 의도하는 구호이자 논리의 비약이 아닐까, 등등의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과 철학이 분명하게 확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원회’ 주장의 근거는 대개 문예진흥기금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과도하여 문예진흥원이 문화예술인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따라서 정부와 문화예술계는 물론 정부와 문화예술지원민간재단과의 관계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즉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원칙(Arm's Length Principle, 흔히 ‘팔길이의 원칙’으로 번역)’이 철저하게 준수될 수 있도록, 정부 정책 마인드의 근본적 전환이 요구된다.
아울러 지원대상사업과 지원예정액을 결정하는 문예진흥기금지원심의위원회의의 실질적 운영이 담보될 수 있는 획기적 개선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현 8개 분야별 각 12명 이내로 구성되는 위원회에서 3,000건 이상의 지원신청사업을 심의하는 것은, 비록 1박2일 등의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의 NEA(국립예술기금,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나 영국의 ACE(예술평의회, Arts Council of England)의 경우처럼 30개 이상의 소위원회(각 5~7명)로 쪼개어 심의의 충실성과 전문성을 비약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들 분야별지원심의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두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늘어나는 소요 행정력의 문제는 문예진흥기금 지원 철학을 재정립하고 지원사업 구조과 운영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편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③순수 문화예술 진흥사업의 대폭적 강화
원칙적으로는 정부 예산으로 수행하는 것이 더욱 적절함에도 정부 예산이 미치지 못하는 사업의 경우 문예진흥기금이 이를 대신할 수도 있고 정부 예산과 문예진흥기금이 동시에 투여되어 정책 효과가 상승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예진흥기금의 연간 지원예산 규모가 문화예술계의 최소한의 지원 수요에도 턱없이 모자란 지금의 현실은 그러한 이상적 모델을 요구하기에는 너무 한가하다.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문예진흥기금보다는 정부 예산으로 집행하기에 더욱 적절한 정책성 사업(예를 들면, ‘예총’.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경상비 지원 등)의 예산이 2002년도 기준으로 적어도 70~80억 원 선에 이른다. 문화 관련 법률과 제도의 정비, 문화인프라구축 등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등 정부(문화관광부)와 달리 문예진흥원은 이렇게 순수 문화예술인과 예술단체 지원 등 예술진흥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문예진흥기금으로 지원된 영상. 문화산업 부문도 극장 등에서의 모금이 중단된 이후에는 문화산업진흥기금(문화산업진흥기본법, 1999. 7월 제정)이 맡아 주는 것이 당연하며, 이는 문예진흥기금의 지원예산 문제를 해소하는 데 거의 절대적이다.
외환 위기에서 촉발된 IMF 관리 이후 경제적 관점에서 문화예술의 시장성과 문화산업 진흥정책이 단연 우세하게 됨으로써 순수 문화예술의 수월성(秀越性)이 경시되고 있다는 많은 진단이 그리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른 바 ‘문화 예산 1%’도 순수 문화예술 예산이 아닌 대부분 문화산업 예산의 증액이기 때문에 ‘문화의 세기’가 ‘문화산업의 세기’로 인식될 정도이며, 따라서 순수 문화예술인들과 뜻있는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위기 수준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순수 문화예술인들에게 지원되는 문예진흥기금에 대한 체감 지수가 매우 낮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월성과 선도성(先導性)이 있는 예술인(단체)에 한해서는 집중적이고도 장기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이에 대해서는 뒤 ⑦에서 다시 거론) 또한 ‘사랑티켓’과 같은 국민의 순수 문화예술 향수 기회를 신장함과 동시에 궁극적으로 창작자에게도 지원효과가 직접 파급되는 복합사업의 개발에 더 한층 힘을 쏟아야 한다. 공연 종합 관람권인 ‘사랑티켓’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그 할인된 금액은 해당 작품을 공연한 단체에 지원된다. 관객 개발(Audience Development)을 첫째 목적으로 하는 이 사업은 현재 연극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앞으로는 연극 이외의 공연예술 분야에도 적절하게 차등(우대) 적용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문학독자와 미술관객의 개발에까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④지역 문예진흥 중점 추진 및 중앙/지역간 문예진흥기금의 역할 차별화
지난 1999년부터 문예진흥기금은 지역에서 개최되는 소규모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 행정을 예산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시. 도 문예진흥위원회)로 이관하였다. 이는 지역 문화예술인이나 단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진 지역의 문화계 인사들이 자율적인 판단을 통해 해당 지역에 진정으로 필요한 문화예술사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연 조치로 평가되었다. 이는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자치 역량을 강화함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각 지역문화의 특성화를 통해 우리나라 전체의 문화적 다양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편 이관 조치가 단행되던 당시 문예진흥원은 서울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은 당분간 문예진흥원에서 담당하기로 한시적으로 결정하게 되는데, 이제는 이에 대한 정책적 결단을 내릴 때다. 즉 서울 지역의 소규모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 행정도 서울시로 이관해야 하며, 이것이 미루어지는 바람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아니라 ‘서울문화예술진흥원’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단순히 지역적.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예진흥기금의 정체성과 직접 관련이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물론 1999년과 같은 소규모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 행정의 단순한 이관은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문예진흥원은 국가 차원의 기구(National Center)에 걸맞는 사업을 전개하고, 지자체 또는 지자체 산하 공공문화재단은 그 성격과 위상에 부합하는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중앙/지역간 문예진흥기금사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국가예산(국고)사업과 문예진흥기금사업과의 차별화. 특성화를 달성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앙문예진흥기금사업과 지역문예진흥기금사업과의 차별화. 특성화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모색과 결단은 전국의 문예진흥기금사업의 효율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문화분권화와 문화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 중심의 문화정책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기본권으로서의 문화향수권을 주장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으며, 자칫 이러한 빈곤감과 위화감은 신정부 문화정책의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세계화. 정보화는 문화적으로도 지방분권화는 물론 지역 문화의 다양성을 촉진하게 됨으로써 문화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이에 각 지역 종합문예회관을 전문공간화(리모델링 등)하고, 의무적인 지역 순회를 조건(예를 들어, 연간 몇 개 지역 총 며칠 이상 공연 등)으로 수준 높은 일급 전문예술단체를 선정하여 일체의 경비를 장기적.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문화의 균점화(均霑化)를 위해 검토해 볼 수 있는 방안이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는 프랑스의 DRAC(문화커뮤니케이션부 지역문화청)과 같은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고, 현재 운영 중인 경기문화재단. 강원문화재단. 제주문화재단과 같은 공공재단을 적어도 광역시. 도별로 기본재산(시설, 기금 등)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의무적으로 설립토록 하는 등의 인프라 구축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⑤재정적 지원 이외 대국민. 대예술인 종합서비스의 창출
그 동안 문예진흥원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지원금 지급을 통한 사업비 보조 형식, 즉 재정적 후원의 형식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그것이 문예진흥원 고유의 업무 유형인 양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문예진흥원은 급격한 사회 변혁에 대응하고 국민들의 다양한 문화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과 기능의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전통적인 재정 지원사업들을 엄선하여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가운데 예술인과 국민들을 위한 비재정적인 지원사업들을 개발. 병행해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비재정적인 지원사업으로는 문화예술 정보 서비스, 창작물의 마케팅 지원, 예술가의 창작과 국민들의 예술 향수를 매개하는 커뮤니티(community)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문예진흥원은 예술가의 창작 활동에 밀착한 매니지먼트 기능까지 포함하는 서비스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며, 이때 새로 추가해야 할 기능으로는 예술가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필요로 하는 정보의 제공, 창작. 발표 활동에 필요한 예술경영 기법에 대한 자문과 교육, 예술 작품의 판매와 관객 개발을 위한 조언과 대행 서비스, 인터넷을 통한 예술 커뮤니티의 형성 등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off-line) 형태의 서비스는 막대한 인력과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디지털 정보기술을 이용한 온라인(on-line) 형태의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의 문예진흥원 웹사이트를 확대. 개편하여 앞에서 제시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 창구로 운영하는 방안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

⑥국제문화교류사업 및 남북한 문화교류/통합사업의 확대
한 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경제가 좌우한다면 경제에서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의 힘’이다. 문화 이미지가 곧 경제 이미지이자 국가 이미지다. 따라서 문화는 국가 및 상품의 이미지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탈산업사회에서 직접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21세기를 주도할 우리 문화는 보편주의라는 세계성의 확보를 통해 세계인에게 우리 자신의 고유한 의미를 전달해야 하며, 이러한 힘과 능력은 활발한 국제문화교류를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민족의 과업인 민족통일의 궁극적 목표는 문화통합이다. 이는 어느 한쪽의 문화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가 세계적 보편주의에 바탕을 두고 어우러져 새로운 민족문화로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갈등과 분단의 현실을 극복하고 조화와 상생의 발전적 시민문화사회를 이룩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통일국가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통일기의 문화정책이 해결할 과제일 것이다.
‘세계 중심 국가로서의 위상 확보’와 ‘민족통일’이라는 과업을 앞두고 문예진흥기금은, 정부 정책의 목표와 그 지향하는 바에 따라 우리 문화와 세계 문화와의 교류는 물론 남북한 문화 교류 및 통합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⑦ 사전심의/사후평가 제도의 지속 개선 및 운영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
문예진흥기금은 2002. 8월 발표된, 기획예산처 주관의 「2001년도 기금운용평가」에서 전 실사대상 기금 중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경영개선, 사업운영, 자산운용 등 3개 부문 중 경영개선과 자산운용 부문 각 1위, 사업운영 부문 10위로, 3개 부문 평균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고무적인 일로서 그간 문예진흥기금에 대한 많은 불신을 대폭적으로 줄이는 계기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사업운영 부문에 대한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기금의 지속적 확충’, ‘이사회와 기금지원심의위원 운영의 획기적 개선’, ‘순수 문화예술 진흥사업의 대폭적 강화’, ‘지역문예진흥 중점 추진 및 중앙/지역간 문예진흥기금의 역할 차별화’, ‘재정적 지원 이외 대국민. 대예술인 종합서비스의 창출’, ‘국제문화교류사업 및 남북한 문화교류/통합사업의 확대’ 등과 함께 반드시 기금 운용의 객관성과 공정정과 투명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의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기금관리기본법의 개정(2001. 12. 31)으로 주무부처(문화관광부)에 의해서만 결정되던 문예진흥기금의 사업 계획과 예산이 회계년도 2003년부터는 기획예산처 심의, 국무회의 보고, 국회 심의. 의결 등 국가예산(국고)과 동일한 절차로 확정됨으로써, 주무부처(문화관광부). 기획예산처. 국회 등 3중 검토에 따른 행정력 낭비와 원론적(행정학적) 의미에서의 기금 설치 목적의 퇴색 등 많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율성과 책임성을 더욱 제고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금 운용 절차의 변화는 각각의 지원대상사업을 선정하거나 지원성과를 측정하는 문제와는 거의 무관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누적되어 온 문예진흥기금에 대한 불신. 불만 구조를 해소하는 데는 직접적으로 기능하고 있지 않다. 총 4차심으로 이루어진 현 문예진흥기금 지원심의와 본격적인 사후평가 제도가 최근 1~2년 사이에 대폭 개선됨으로써 전국적인 모델(모범?) 케이스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원심의와 사후평가 제도의 보다 합리적이고도 현실적인 개선을 통하여 사업 운영의 틀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매년 1,000건 내외의 지원대상 사업을 선정하는, 좀 심하게 말하면 ‘무차별적’이고도 너무 ‘포괄적’인 선단식(문어발식) 기금 분배 시스템을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 아래 전략적으로 바꿔야 한다. 문예진흥원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직접 지원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하며, 이러한 미련스런 지원을 통해서, 이른 바 ‘한국의 문화예술 진흥을 책임진다’는 착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에 대한 사후평가 결과는 다음 해 지원심의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데, 여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사후평가 결과의 체계적인 누적관리를 통해 현재의 ‘단년도 일회성 지원 시스템’을 ‘다년도 집중. 지속 지원 시스템’으로, ‘개별 단위사업 지원 시스템’을 ‘단체별 지원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도 일부 단체에 대하여는 다년도 지속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철저한 사후평가 결과에 기초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단년도 지원’의 ‘단순한 반복’으로 봄이 타당하다. 또한 신설 또는 연혁이 짧은 단체의 사업 지원을 위한 기존의 ‘개별 단위사업 지원’도 병행해야 할 것이며, 이 경우 문예진흥기금 지원 형태를 <단체 지원>과 <사업 지원>으로 구분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한편 사후지원 제도의 대폭 확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금은 그 성격상 ‘사후 포상’보다는 ‘사전 조장(助長)’의 기능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으나, 사후지원 제도야말로 지원대상사업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따라서 예술적 수월성(artistic excellence)이 첫째인 예술창작진흥 부문은 사후 지원을 지향하되, 지원대상 선정 직후, 즉 사전평가에 의해 50% 지원(선불금), 사업 완료 후, 즉 사후평가에 의해 50% 지원(후불금) 등 유연한 운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향수, 문화예술교류 활성화, 예술의 보존과 계승 부문의 경우는 사전 지원을 중심으로 하되, 사업 특성에 따라 사후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5. 나오며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순수 문화예술 활동과 그 결과물은 매우 비탄력적인 특성을 띠고 있으므로 일반 공산품과 전혀 다른 ‘문화적 예외(cultural exception)’가 적용되고, 이를 통해 그 공공성과 공익성이 보호되어야 한다. WTO(다자간무역협정), 자유무역협정(FTA), 양자간투자협정(BIT)이 가속화되어 국가별 고유문화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일부 국가에 의한 문화독점 현상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현실 속에서, 프랑스는 자국 문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문화적 예외’를 설정하고, 특히 영화와 공연예술의 보호 등을 위해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특히 순수 문화예술에 대한 ‘문화적 예외’ 지위 부여는 국제 통상에서뿐만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의 순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보호 정책이기도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획기적인 조세지원책 등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순수 문화예술이 인간의 지고선(至高善)을 추구함은 물론 인간다운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축적된 결과가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의 콘텐츠다,라는 사회적 합의를 국가 천년대계(千年大計) 차원에서 확고하게 다지는 결단이 요구된다. 이를 위한 특단의 ‘선언문’이라도 발표될 수 있다면……, 하는 기대가 과연 꿈일까.
문예진흥기금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모든 환경과 조건이 최근 급격히 변화하였지만 이는 어쩌면 시작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더욱 ‘얼이 빠지도록’ 시시각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문예진흥기금의 전통적 기능과 성과에 대한 냉정한 검토를 바탕으로 향후 가장 바람직한 역할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기 위해 다함께 숙고해야만 한다. 그러나 변할 수 없는 분명한 한 가지는 어떠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더욱 더 국민 중심, 예술인 중심의 문예진흥기금 지원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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