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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공연장의 인프라> 관람객이 본 공연장 이용의 문제/오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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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대한 몇 가지 단상
오 연 일(필명)
(대학생)
1.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이다. 말 그대로 여가생활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다소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는 극장에 들어가면 관객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인상을 주어 가끔은 불쾌감이 든다. 특히, 소극장의 경우 극장이 너무 부실해서 화장실과 휴지통, 재떨이 등이 깔끔히 치워져 있다 해도 지저분한 인상을 가지게 된다. 간단한 리모델링으로 얼마든지 쾌적한 환경을 가꿀 수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여름에는 악취로 인하여 극장 입구에 들어서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될 때도 있다. 예전에 대학로에 위치한 한 작은 소극장(연우무대)의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갔다가 화장실 조명설치도 되어 있지 않고 너무 지저분해서 실망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빈곤하다고는 하지만, 이건 관객에 대한 예의를 벗어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되어 낡았다고 해도 깨끗하고 청결하게 지속적인 관리는 필요하다. 학전그린의 경우는 화장실이 매우 작다. 공연을 보는 인원은 이백여 명에 이르는데도 화장실은 협소하기 그지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있어서 더욱 문제가 된다. 중간 휴식 시간에 많은 관객이 한꺼번에 화장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거기서 휴식 시간을 다 써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는 현재 상영하고 있는 「지하철1호선」 을 올해만 세 번 보았다. 매번 같은 상황이어서, 나중에는 그냥 꾹 참고 나머지 공연을 보아야 했다. 미국의 경우는 화장실에까지 안내원이 줄을 서 있는 관객과 나가려는 관객을 질서정연하게 하여 빠른 속도로 화장실 사용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 휴식시간에도 관객이 약간의 음료를 먹을 수 있는 바가 있어서 기분도 전환시켜 주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말 그대로 그냥 쉬었다가 공연을 보는 정도에 불과하다. 화장실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2.
소극장은 비좁은 골목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극장 안내판이 부족해서 처음 오는 관객들에게는 불편함을 주고 있다. 나는 대학로에 꽤 많이 갔음에도 자주 들르는 소극장이 아니면 그 위치가 헷갈린다. 따라서 소극장을 찾아가는 것은 항상 쉽지 않다.
국립극장의 위치도 정확히 아는 이가 많지 않을 정도로 너무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찾아가는 교통편도 불편하다. 산울림 소극장의 위치도 과히 찾기 쉬운 편은 아니다. 그 외 극장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여러 극장을 찾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나는 무척 많은 택시비를 써야 했었다. 지금도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물론 매니아라면 눈감고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연극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스스로 찾아오는 관객도 중요하지만, 극장의 홍보와 안내로 발걸음을 떼는 관객도 필요하지 않을까? 너무 인터넷만 믿지는 말자.
3.
시설의 문제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좌석이다. 요즘 젊은 층의 경우, 키가 큰 사람도 많다. 그러니 자리도 좁고 의자가 불편하면 2시간이라는 긴 공연을 견뎌내기 힘들다. 객석 구조에서 앞좌석과 뒷좌석의 높이에 차등이 있어야 뒷자리에서도 앞사람 가리지 않고 무대가 잘 보인다. 지금의 소극장은 안정된 시야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학전블루의 경우는 반대로 무대가 1층에 놓여 있고 객석은 계단에 놓여 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조이다. 앞사람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지면, 무대를 잘 보려고 몸을 오랜 시간 앞으로 숙여야한다. 좌석의 쿠션도 좋지 않아 허리와 엉덩이가 혹사당해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이 부분은 내 개인적으로는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만, 공연 관람 시 불편한 점을 연극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는 연극전공학도들에게 문의하였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불만이다.
보조석의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보조석은 매진으로 인해 관객이 발길을 돌려야 한다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관객들로 인해 통로가 가득 차고 심한 경우에는 무대마저 점령된다면, 위기 시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 화재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소방법은 통로에 관객을 앉히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불법이 국립과 시립에서 하는 공연에서도 지켜지지 않고 있고 불법이 이루어져 있는 것이 관례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좌석이 있는 관객이 큰 불편을 겪어야 한다. 때로는 무대 위에 달린 조명 시설에 위험이 노출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이에 따른 스탠딩(Standing)석이 정해져 있으며 1층 객석 맨 뒤에 스탠딩석에도 번호가 매겨져 있어 정해진 곳에서만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물론 통로는 비워둔다.
오늘날 공연장에 들어섰을 때, 극장측 관계자가 비상구의 위치와 소화기의 위치 등에 대해 설명한걸 들어 본적이 있는가. 관객이 공연에 집중하여 즐길 수 있으려면 쾌적한 환경(맑은 공기, 냉난방 시설, 편안한 좌석공간)이 중요하다. 거기에 공연 시에 관객층(어린이와 노인의 경우)을 배려해서 ‘조명 큐’를 짜서 눈에 피로감이 없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이런 점은 전혀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4.
우리나라 극장 로비의 경우, 편안하고 따뜻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일찍 도착한 관객이 편한 장소에서 기다릴 수 있도록 전시물이나 매점 등의 부대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문예회관 대극장의 경우는 이런 것이 구비되어 있긴 하지만 무언가 너무 꽉 들어차 보이고 복잡한 인상이 들어서 공연을 즐기려는 분위기를 감소시키기도 한다. 연강홀의 경우는 공연장에 들어가는 티켓팅하는 곳과 매표소가 가까이 있어서 공연시간에 극장 안으로 밀려드는 사람들과 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킨 줄을 만들어 버리곤 한다. 이 극장의 매표소의 위치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매표소의 경우도 두꺼운 유리 창문으로 손님과의 의사 소통을 어렵게 하기도 하고 멀리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좀더 개방되어 손님과의 친밀감이 느껴졌으면 한다.
모든 극장에서 티켓팅 후 관객을 객석까지 안내해 주는 안내원이 절대 부족하다. 안내원의 간략한 몇 마디로 관객은 스스로 좌석을 찾아가야 하는데 한 관객이 자칫 잘못 앉았을 경우 나중의 손님과 부딪혀야 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처음 찾은 극장의 경우에는 당황해서 헤매기 일쑤이다. 미국의 경우에 많은 안내원이 배치되어 관객 한명 한명을 앉을 좌석까지 안내하고 앉는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른 관객을 맞으러 간다.
또한, 큰 공연장의 경우 안내원이 제복을 입어서 관객이 알아보기 쉬워 도움이 필요할 때 용이하나 소극장의 경우 극장 관계자임을 표시할 뭔가가 아무 것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관객이 직접 안내원을 찾아 헤매야 한다.
공연이 제시간에 시작하지 못하고 십분 이상이나 지연되는 경우도 많고(물론 공연 전에 아직 자리에 앉지 못 한 관객이 많았을 경우이긴 하지만), 늦게 온 관객 입장이 가능하여 다른 관객에게 방해를 주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시간상으로 좀더 엄격히 규정되어져야 할 것이다. 서울의 예술의 전당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는 그 관람티켓에 <공연시간에 늦으면 입장을 제한한다.>는 문구를 새겨놓기도 하였었다. 나는 처음 그 장소들을 찾았을 때 공연시간에 늦을까봐 항상 긴장해서 공연 시간에 앞서 그곳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공연 중간에도 입장을 시켜준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공연 중간에 들어온 지각관객으로 인해 집중이 깨어졌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5.
공연 입장권 구입에 있어서도 현실적으로 만원 이상의 티켓을 구입한다는 것은 부담이 되는 실정이다. 사랑의 티켓(문예진흥원에서 7000원 지원)을 이용한다 해도 사랑티켓 판매소로 직접 가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고, 정해진 시간과 일정량만 판매가 이루어져 있어 기다렸다가 구입을 못하는 경우도 발행하기도 한다. 거기에 이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인해 이용하지 못하는 일반인이 비일비재하다.
미국의 경우 각 연극마다, 극장에서 앞좌석을 Student Ticket이라 하여 공연 당일에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각 연극마다 똑같은 사이즈의 학생할인 티켓이 학교나 도서관에 함께 구비되어, 이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할인을 받고 있다. 이 티켓으로 인해 공연 홍보 효과도 야기된다. 이것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부분으로 생각된다.
입장권 구입 방법에 있어서도 표를 사기 위해 극장까지 가서 줄을 서야 한다던가, 매일 전화를 해야 한다든가 하는 불편함이 있다. 관객이 예약을 했다 하여도,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그 티켓에 대한 환불은 공연 전날까지만 가능하며, 당일은 불가능하고 수수료도 많이 내야 하는 등 관객의 책임이 무겁기만 하다. 온라인 티켓팅은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문예회관, 정동극장 등의 어느 정도 이름이 있고, 규모가 큰 대극장에서 하는 공연만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작은 소극장에서도 각 극단의 홈페이지를 모두 만들어서 이렇게 작은 소극장 공연도 티켓팅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온라인 티켓팅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거기에 공연에 대한 정보도 함께 담아서 예약 서비스까지 편리하게 연결되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경우 오프브로드웨이 공연만의 홈페이지가 있어서 한번에 여러 작품을 비교하여 티켓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 중에 초대권을 가진 관객과 현장에서 구입하는 관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있다. 그로 인해 객석 부족으로 공연장에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초대권에는 정해진 시간과 날짜로 제약하여 불편함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초대권의 남발에도 자제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연극인 스스로가 ‘연극 제값 내고 보기 운동’을 벌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지인들에게 예의를 다하는 것에 대해서야 무슨 말을 하겠냐만, 그 수가 생각보다 많아서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서 연극을 보려하는 관객들에게 불편을 준다면 그것은 큰 문제이다.
6.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것처럼, 우리는 이렇게 열악하고 불합리한 공연 공간과 환경 속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그 가운데에서도 좋은 연극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극인들에게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이 하루 빨리 개선되어, 극장의 총체적 문화서비스와 관객의 문화적 수준의 일치가 일어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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