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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공연장의 인프라> 관람객이 본 공연장 이용의 문제/남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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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남 원 식
(대학생)
1. 무엇을 볼까?
<사례1-1> A군은 여자친구와의 100일을 맞아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 연극을 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넷 검색 끝에 연극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연극을 고르기 위해 소개 글을 살펴봅니다. 알고있는 배우나 연출자도 없고 주변 사람 중에도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고르기가 꽤 힘듭니다. 결국 괜찮겠다 싶은 것을 감으로 찍어 예매를 하였습니다.
<사례2-1> B군은 오랜만에 만나는 학교 동창과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TV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추천했던 영화를 골라 예매하였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 위해 연극을 보려고 해도 작품 선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보도 많지 않고, 찾는다 해도 도무지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그나마 나아지긴 했지만 선택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질의 정보는 여전히 찾기 힘들다.
2. 어디로 가야 하나?
<사례1-2> 여자친구와 만난 A군은 극장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별로 가지 않던 대학로 복잡하고 꼬불꼬불한 길, 마치 일부러 숨겨놓은 듯한 극장의 간판들. 찾아가기가 참 힘이 듭니다. 물어물어 겨우 도착한 극장, 그런데 표를 찾고 나니 20분 전부터 입장이랍니다. 극장문은 불이 꺼진 지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시작하기 1시간 전이니 아직 40분이나 남았습니다. 밥을 먹기는 빠듯하고 서서 기다리기는 긴 시간. 어디로 가야 할지 난감하고 옆에 있는 여자친구 보기도 민망합니다. 일단 큰 길쪽으로 나가다 보니, ‘사랑티켓 참가작’이라고 쓰인 포스터가 보입니다. 근데, 사랑티켓이 뭐지?
<사례2-2> 친구와 만난 B군은 매표구에 가서 예매번호를 대고 할인 카드와 함께 돈을 지불합니다. 두 사람에 관람비는 10,000원. 4000원 할인을 받았습니다. 아직 시간이 1시간 남았기 때문에 군것질 거리를 사서 친구와 함께 극장로비에 놓인 의자에 앉아 그 동안 못 했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겨우 찾아간 연극공연장, 다시 멀어져만 가는 것은 남는 시간을 보낼 만한 공간이나 편의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극장이 대학로라는 큰 상권에 몰려있다는 점, 영세한 극단들이 많다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쩌다 한번 찾아가는 관객들은 그다지 관대하지 못하다. 소극장에 익숙한 단골관객은 무심코 넘기게 되는 불편함에도 영화관의 편의시설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겐 큰 단점으로 느껴질 것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나 동숭이나 LG아트센터와 같은 공연장 시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작하기 전에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 정도는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 누구나 받을 수 있는 할인에 대한 정보의 부족과, 복잡한 이용방법 역시 관객들의 발길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이다.
3. 관람한 뒤
<사례1-3> 과정은 힘들었지만 연극관람은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여자친구도 그런 대로 만족하는 눈치입니다. A군은 그 감동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 가족과 친구들한테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습니다. 네가 웬일로 연극을 봤냐는 둥, 돈 많아서 좋겠다는 둥, 이상한 반응들만 보입니다. 맥도 풀리고, 보면서 느낀 감동도 왠지 줄어든 것 같습니다.
<사례2-3>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영화는 별로 재미없었습니다. 극장문을 나서며 B군은 친구와 함께 영화에 대해 불평을 해댔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전날 본 영화에 대해 욕을 하니 보려고 했던 친구들이 몰려들어 그렇게 재미 없냐며 관심을 보입니다. B군은 무엇이 안 좋았는지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주고는, 그러니까 재미있는 영화 하나 추천해 달라며 말을 맺습니다. 재미는 없었지만 역시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고 나니 친구들에게 해줄 말이 있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무대에서 혼신을 다해 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아름답고,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극이 주는 감동은 영화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다. 하지만 그 커다란 감동을 함께 나눌 사람이 부족하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모든 종류의 예술은 그저 혼자 보고 즐기는 것보다는 감상 후의 느낌을 서로 나누는 데서 더욱 커지고 구체화된다. 그것이 예술이 주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4.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간다.
①연극에 대한 무관심 → ②정보의 부족 → ③관람의 어려움 → ④관람 후 소통의 어려움 ⇒ ⑤다시 무관심
이러한 악순환을 의미 있는 순환으로 바꾸기 위한 방안이 연극을 살리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방안은, 무관심 자체보다는 정보부족과 관람전후의 어려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①적극적인 마케팅과 함께 인터넷 공간의 활성화시키고 좀더 성의 있는 정보를 공급하고, ②찾아온 관객이 불편해하고 방황하지 않도록 편의시설과 공간을 확보하고, ③연극만의 특성을 살려 관람 후 관객간 또는 배우와의 적극적인 교류를 가지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의 뒤에는 자금이라는 커다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소극장들은 점점 영세해지고, 자금력 있는 거대 기획사에서 만드는 대형 공연장 연극들 성행하는, 돈이 돈을 낳는 현상이 연극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재능있는 연극인들이 무대에 머무르지 못하고, 연예계로 진출해야만 하는 현실을. 결국 제시한다고 한 해결방안이란 것들이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공연예술계 내부적으로는 정책을 만들어놓고도 관리할 줄 모르는 문예진흥원이 반영해야 하고, 관객들을 자본을 앞세운 화려함으로만 유혹하는 사람들이 반성해야 하고, 관객만 끌어들이면 된다는 근시안적인 생각이 말초적인 수준 이하의 작품을 양산해 내는 사람들도 반성해야 한다. 관객의 무관심을 탓하기 이전에 우선 내부를 전화하고 좀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려는 연극인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관객의 무관심은 반성할 수도, 반성되지도 않는 냉정한 시장 논리로 움직이는 것임을 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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