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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공연장의 인프라> 관람객이 본 공연장 이용의 문제/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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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2,387회 작성일 04-01-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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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영화 사이
곽 영 화
(대학생)

2002년 12월 ×일
즐거운 금요일 저녁, 가장 한가하고 여유롭다. 이틀이나 버티고 있는 주말이 있고, (물론 주말 내내 과외가 있긴 하지만) 밤새워서 텔레비전을 봐도 늦잠에 대한 부담이 일주일 중 유일하게 없는 날이니까. 그때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만나자고 한다.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한다.
“응. 그래? 영화 보고싶다고?”
전화를 받고서 아침에 보았던 신문을 다시 펼쳤다. 두 면 전체에 걸쳐 실린 영화 광고 때문이다. 광고는 그곳뿐만이 아니라 신문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음, 이거 재미있겠네. 전에 텔레비전에서도 소개해준 거잖아. 작품성이랑 흥행성 둘 다 있다니까 이걸로 봐야지.’
그리고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내가 가입한 인터넷 예매사이트에 들어갔다. 거기에서 영화를 예매하는데 혹시 못 가는 경우라도 영화의 경우엔 20분 전에만 취소하면 된다. 수십여 종류의 영화가 있고, 시간대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조조 영화부터 심야영화까지 시간대가 다양하고, 영화관도 한 구에 평균 3~4개는 넘게 있어서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할인혜택도 많아서 조조가 4000원대인 곳도 있고, 카드 할인도 50%정도는 된다. 저번 여름방학에는 조조와 카드 할인으로 2000원으로 영화를 보곤 했다.
예매를 하고서, 다음날(토요일)에 친구를 만난다. 몇 년 전부터 생긴 멀티플렉스 영화관들 덕분에, 극장간에 경쟁이 붙어서 극장시설도 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고, 서비스도 나아졌다. 기존의 영화관들도 그쪽으로 변하는 추세이다. 이번에 보기로 한 영화는 「중독」이었다. 한국영화를 선택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진 것도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왠지 내용이 없고, 그래서 돈 아까울 것 같아 피했었는데,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쉬리」의 성공을 시작으로 대기업들의 투자와 정부 차원에서의 영화지원과 영화인들의 노력에 힘을 얻었는지 한국영화의 질과 양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나서, 월요일에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몇 명의 친구도 이미 이 영화를 보았다. 어느 영화가 화제를 모으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를 보러 모여든다. 그리고 끼리끼리 모여 앉아 영화에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영화는 문화생활에서 삶의 일부로 들어온다.

2002년 12월 ×일
내일은 무척이나 중요한 날이다. 이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것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연극개론’ 수업도 듣고 있던 터라 그날에 연극을 보기로 했다. 그런데 가장 먼저 난 생각, ‘뭘 보지?’였다.
‘다행이’ 연극개론 커뮤니티에 가입을 했기에 거기에서 약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두세 개 정도? 연극은 최소한 일인당 만원이상이 든다. 학생의 신분으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글을 몇 개 읽어 봤는데 마음에 딱히 와닿는 것이 없다. 그래서 내가 가입한 연극예매 사이트(물론 영화 예매했던 곳과 동일)에 들어가서 정보를 찾아본다.
연극을 눌러보니 화면 위로 쭉 목록들이 올라오는데, 열에 아홉은 대학로에서 한다. 종로 근처나 연대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거기에서 하는 연극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공연 시간도 하루에 두 번 정도이고 한 번인 곳도 꽤 된다. 연극은 영화보다 공연 시간이 기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래. 그럼 무엇을 보지? 40여분을 찾아보았으나 내가 들일 돈이 아깝지 않을 연극이 무엇인지 고르기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그날 가서 찾아보기로 했다.
대학로에 나와서 사랑티켓판매처를 찾았다. 사랑티켓으로 사면 오천 원 정도 할인된 값으로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정보를 안 것도, 연극개론을 들은 이후이다. ‘그럼 꽤 큰 폭의 할인인데 난 왜 몰랐지?’ 지하철을 타고 대학로로 나와서 판매처를 찾으니 이미 기다란 줄이 있었다. 그 티켓은 판매 시간과 수량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아니. 정부가 지원을 해주려면 확실히 해주든가, 정해진 시간을 넘겨서 온 사람은 제값을 주고 봐야 하지 않는가? 그렇게 해서 사랑티켓을 사고, 그 옆에 같이 있던 이 티켓들로 볼 수 있는 연극 팜플렛을 집어든다. 거기에는 꽤 많은 연극들이 있었는데. 보아하니 대부분 몇 년 이상 장기 공연한 것들이 많다. 내가 연극을 자주 보는 입장이라면, 같은 공연을 되풀이하는 곳이 많다는 게 그다지 좋지 않을 텐데. 거의 찍는 기분으로 거기 있는 것 중에 하나를 골라서 보기로 한다. 그리고 소극장으로 향한다.
안에 들어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은 규모였다. 30여 명이 앉을 정도의 크기였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연극 시작이후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배우와 함께 호흡을 하면서 있으니까 영화와는 다른 현장감이 있었다. 그러나 극의 내용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100회를 넘게 계속했다고 하는데. 왜 내겐 별다른 감흥이 없을까? 이 연극은 어떻게 감상을 해야 하지? 느껴지는 그대로라면 중간 수준일 뿐이었다.
이 연극에 대해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하게 되진 않을 듯싶다. 본 아이도 별로 없을 것이고, 본 나도 별다른 감동이 없기 때문에. 내가 변해야 할까? 연극이 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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