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9호 <도서관의 문화 인프라> ‘도서관’ 하면, 떨칠 수 없는 몇 개의 단어들/최동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2,664회 작성일 04-01-04 14:47

본문

‘도서관’ 하면, 떨칠 수 없는 몇 개의 단어들

최 동 일
(성균관대 석사과정)


눅눅하다. 어둡다. 반지하의 방은 이러한 단어들과 더불어 그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일부러 기억하려고 했든, 하려고 하지 않았든 간에 그렇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의 단어와 이미지는 서로 분리되지도, 그 중 하나가 쉽사리 잊혀지지도 않는다. 이미 의식적인 노력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럴 때 ‘어느덧 의식 깊숙한 곳에 새겨진 것이다’라고 말하게 된다.
‘도서관’을 생각할 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반지하의 방에 있어서처럼 ‘도서관’에도 몇 개의 단어가 집요하게 들러붙는다. 떨치고 싶으나 떨칠 수 없는 단어들-이는 반대로 ‘도서관’이 불러들인 것들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설명하기 위해 굳이 서술어를 끌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도서관’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 몇 개의 단어들이 어떻게 ‘도서관’과 관계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1. 모자라다-수(數)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에 속하는 대도시, 못해도 지방의 대도시 등에 살고자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학교가 많아서일까, 아니면 일자리를 구하기 쉬워서일까. 물론 둘 다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야 할 사항이 한 가지 있다. 사람들은 두 가지 이유에 아울러 삶의 질까지 생각한다는 것이다.
도시는 사람으로 붐비고, 자동차로 길이 막히고, 빌딩으로 가득한 곳이다. 그래도 우리는 도시에서 산다. 한편으로 도시는 극장, 영화관, 미술관, 박물관, 콘서트홀 등이 웬만큼 갖추어진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데 복잡한 생활쯤 문제가 되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상황은 생각하는 것처럼 풍족하지가 않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문화선진국에 비하면 문화기반시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박물관의 경우 문화선진국은 인구 40,000~50,000명당 1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인구 150,000명당 1관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공공 도서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도시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서울시 공공 도서관은 1관당 봉사대상 인구수가 245,962명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나타낸다. 게다가 경기도는 178,000명, 부산광역시는 180,287명, 대구광역시는 195,352명, 인천광역시는 286,839명, 광주광역시는 115,613명, 대전광역시는 128,073명, 울산광역시는 212,075명 수준이다.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하겠다. 이쯤 되면 ‘대도시라고 해도 살만한 곳은 아니로군’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적인 상황은 어느 정도일까. 이해가 쉽도록 다른 나라의 현황도 곁들인다.
다음의 표에 보이듯이 1년 만에 17개관이 늘 정도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인구 110,000명당 1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베트남과 중국을 제외하고 보면, 단연 우리나라가 꼴찌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나라가 핀란드나 독일처럼 인구 몇천 명당 1관을 갖는 일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반면, 문화관광부의 정책이 성공한다면 2011년까지 인구 60,000명당 1관을 갖는 일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인지도를 고려하고 본다면 위의 현황은 우리에게 결핍감만 가득 안겨줄 뿐이다.

2. 멀다-접근성(接近性)
동사무소는 동마다 있기 때문에 동사무소이다. 이렇게 동마다 동사무소를 두는 것은 동민들이 행정상의 불편을 못 느끼게 하려는 차원에서이다. 만일 여러 개의 동 단위로 동사무소가 통폐합된다고 생각해 보라, 그로 인해 감수해야 할 육체적․정신적 피곤은 엄청날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몇 분씩, 때로는 수십 분씩 타고 동사무소로 가다가는 도중에 돌아버릴지도 모른다. 이런 불행한 상상과는 달리 동사무소는 조금만 걸어도 쉽게 다다를 수 있는 곳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별 군소리 없이 매일 이렇게 도서관에 가고 있다. 버스도 탔다가, 지하철도 탔다가, 더구나 오래도록 걷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곳에 이르기까지는 몇십 분 내지 한 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간다. 기필코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용특성상 도서관의 최적위치는 어른에게 있어서는 1~1.5km, 어린이에게 있어서는 500m 정도라고 한다. 이는 걸어서 다다를 수 있는 거리로, 도서관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말해준다. 그러나, 실제는 이와 다르다. 서울시 공공 도서관의 경우만 보아도 절망적이다.
다음의 통계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도서관 봉사대상지역을 1.5㎢라고 할 때 서울시의 대부분은 여기에서 벗어난다. 25개 구 총 면적 605㎢에서 최저 64%, 최고 96%에 속하는 지역의 주민이 도서관 근경 1.5㎢ 밖에 있다. 게다가, 상당수의 도서관은 구의 중심지에서 너무 먼 변두리에 치우쳐 있고, 적시에 도달하게 해주는 지하철과의 연계성조차도 부족하다. 만약, 도서관의 봉사지역에 들지도 못 하고, 지하철마저 소용없는 주민이라면 도서관에 가는 데 엄청난 불편을 느낄 것이다.

이는 앞서 지적한 도서관의 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서관이 모자라는데 어떻게 도서관 가까이 사는 사람이 많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의 도서관을 마구 지어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규모의 부지를 마련하는 일은 물리적․재정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데는 보다 실질적이며,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서울시만 해도 508개소, 전국적으로는 2,277개소에 달하는 마을도서관(문고)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의 실생활에 끼치는 영향력을 높이는, 기존 공공 도서관과 연계한 분관형으로서 말이다. 그 정도라야 ‘언제, 어디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망이 형성될 것이다. 문화관광부뿐 아니라 범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용하고자 하여도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의 사각지점―없애야 할 것 아닌가.

3. 불편하다-건물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의약분업이 되기 이전에도 많이 쓰이던 표현이다. 내용인즉 전문가가 해당 분야를 책임지게 하여 폐해를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이야기일 것이다. 의약계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이건 간에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해도 맞겠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못 하다는 것을 우리는 눈으로 보면서 절감한다.
실제로 도서관을 건축하는 과정에 사서나 도서관장이 참여하는 일은 거의 없다. 게다가 도서관 건축전문가가 도서관을 설계하게 되는 일도 거의 없다. 발주자는 항상 도서관 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장이며, 대부분의 경우 도서관은 도서관 건축전문가를 불러올 결정조차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도서관 봉사의 실제적인 주체이며, 도서관 전문가인 사서와 도서관장이 도서관 건축에서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그 기능에 맞게 지어진 도서관을 찾기가 무척 힘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처음부터 다른 목적으로 쓰이다가 용도 변경되어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시설에도 문제가 많다. 애초에 도서관다운 설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도서관의 기능을 수행하려 한다고 생각해 보라. 속이 깊지 않은 책장을 LP진열장으로 쓰려고 하다 겪게 되는 곤란함 비슷한 것이 뒤따를 것이다. 몇 동의 학교를 고쳐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독도서관만 보아도 그렇다. 이용자의 동선을 최소화하여야 함에도 건물의 전체적인 배치가 너무 많이 움직여야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여러 분야의 책을 보기 위해서는 이 동에서 저 동으로, 그리고 무수한 계단을 오르내리며 돌아다녀야 하는 것이다.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학위논문, 정기간행물, 문학서, 철학서 등을 몇 시간에 걸쳐 차례로 본 이용자는 거의 쓰러질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용도 변경된 건물이 꽤 된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단독건물임에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 하는 도서관이 많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이용자의 동선을 고려한다면 층수가 낮을수록, 그리고 여러 열람실을 같은 층에 배치할수록 좋을 텐데 대부분의 도서관은 그렇지가 못 하다. 낮아봐야 3층이고, 태반이 4층 이상이다. 게다가 현대식 건물조차 아닌 경우에는 엘리베이터 이용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4층 이상 되는 건물을 몇 번씩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 거리면 쉬 피곤해질 게 분명하다. 이는 도서관 직원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며 비장애인이 겪는 힘듦이 이 정도라면, 장애인이 감당해야 할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장애인을 염두에 두고 도서관 건축이 이루어진 적은 거의 없었을 것이므로 상황은 더욱 심각할 따름이다. 근래 들어 장애인을 위해 경사로를 만든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용도 변경과 다르지 않다. 결국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러한 노력에 아울러, 모든 사람의 이용을 고려한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가 차츰 시도되고 있으니 다행이기는 하다.
어찌되었건 간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사서와 도서관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도서관건축전문가가 설계한 도서관,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우리 모두는 보다 편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4. 넉넉하지 않다-장서
방이 두 개 있는 집에 사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방 하나를 침실로, 나머지 하나를 서재로 사용하고 있다. 서재로 쓰는 방이 유난히 작기는 했지만 불편한 점을 몰랐고, 그렇게 살아온 지도 벌써 삼십 년째이다. 그런 그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서재에 들어갔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책장에 넣을 수 없어, 오랜 세월을 두고 방바닥 여기저기에 쌓아 올린 몇백 권의 책들이 도미노퍼즐처럼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라고 생각하였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은 그는 책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몇 시간 동안 그 일을 하던 그는 비로소 알게 된다. 자신의 서재는 더 이상 책이 들어갈 공간도 없고, 게다가 그 동안 놓아두었던 책 중 많은 양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다면 어떠한 결정이든 내려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첫째, 책 수를 최소화하기, 둘째, 쓸모 없는 책은 일단 버리고, 이용 빈도 수가 높은 책과 아닌 책으로 전체를 구분하여 각 방으로 나누기, 셋째, 다 때려치우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기 등등. 어느 안을 선택하든 그것은 자신의 몫이다. 그런데 이게 만일 도서관의 상황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다수의 이익을 염두에 두는 도서관으로서는 최선의 안을 택해야 한다.
다음의 통계자료대로 해마다 도서관은 증설되고, 장서 또한 1,000,000권 이상씩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 가서는 거의 실감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장서폐기 원칙에 따라 일정량의 책이 목록에서 삭제되고, 오래된 자료는 서고로 옮겨져 항상 그만큼의 책만 서가에 비치되어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는 지극히 일반적인 수준의 담론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현재 거의 모든 도서관의 배치도는 자료열람실의 수가 일반열람실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전히 자료이용보다는 개인공부를 위한 독서실 용도로 도서관의 기능이 치우쳐 있다고 하겠다. 그만큼 장서가 놓여 있는 공간도 많지 않다. 물론, 도서관 예산 중 자료 구입비는 12%에 머물러 있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은 인건비나 기타 운영비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열람실의 수를 줄이지 않고 기존 자료열람실만을 해당 용도로 사용하려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자료열람실의 수를 늘리지 않고 어떻게 장서 수를 확충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자꾸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겠다고 우기는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2011년까지 국민 1인당 도서수를 지금의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문화관광부의 이야기이다. 자료 구입비를 점차적으로 늘려 20%에 이르게 한다면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열람실의 수를 과감하게 줄이고, 자료열람실을 대폭 늘린다면 그 이상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도서관 이용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장서 수를 만족스런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그렇게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5. 부족하다-사서
어느 학교든 학생 수가 일정한 것처럼 교사의 비율 또한 일정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갑자기 교사의 수가 줄어버리거나, 학생 수가 늘어나는 데도 교사의 수는 그대로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게다가, 학교장 마음대로 자격도 없는 사람을 교사로 채용하기까지 한다면 말해 무엇 하겠는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질이 좋을 리 없다. 학생이 되었건, 교사가 되었건, 학부모가 되었건 간에 울화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도서관은 모든 사람을 위한 교육․문화시설이다. 물론, 도서관은 학교처럼 체계적인 교육기관도 아니며, 교사를 두지도 않는다. 단지, 이곳에서는 사서가 교사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것처럼, 사서는 도서관에서 이용자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전자는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후자는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만 알려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이러한 대비를 통해 도서관 서비스의 질은 사서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 교육의 질이 교사에게 달려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도서관 서비스의 질을 측정할 차례가 된 것 같다. 지표는 바로 사서의 수이다.
ꡔ공공 도서관요람 2002ꡕ(공공 도서관협의회)에 따르면, 사서비율이 국립도서관은 54%, 대학 도서관은 69%, 전문․특수도서관은 46%, 국회 도서관은 67%이다. 그나마 대학 도서관과 국회 도서관이 70%에 달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다. 특히 공공 도서관 사서비율은 위의 표가 보여주듯이 37%밖에 안 된다. 해마다 도서관의 수는 꾸준히 늘어나건만, 사서인력이 필요한 만큼 충당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공립공공 도서관장은 총 411명 중 52%인 212명만 사서 출신이고, 나머지 48%에 달하는 199명이 일반직이다.

물론, 도서관에도 행정사무직뿐만 아니라 기능직도 필요하므로 그 자리는 남겨 놓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해당 분야의 7할 이상을 점하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하다. 반드시 갖추어져야 할 것이 그렇지 못 했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지금과 같지 않을 것만은 분명하다. 현대는 전문성을 존중하는 시대이다. 도서관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직원, 마찬가지로 도서관이 어떠한 곳인지 모르는 관장-이들에게 도서관을 맡겨놓을 정도로 사서와 이용자는 허술하지 않다.

6. 복잡하다-운영체계
극작가, 연출가, 제작자가 분주히 움직여야 한 편의 연극은 무대에 오르게 된다. 우선은 이 세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들이 연극의 기반을 다져 놓아야 비로소 배우와 스텝이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 편의 연극에서 배우와 스텝이 극작가와 연출가, 제작자의 비중에 미치지 못 하다는 것은 아니다. 각자 앞서고 뒤서고 하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만일, 이들 세 사람이 대립한다고 생각해 보라. 아예 연극은 무대에 오르지 못 할 수도 있다. 아니더라도, 멋진 연극이 공연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공공 도서관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은 문화관광부 ‘도서관박물관과’로부터 나온다. 문화기반시설로 분류되는 ‘미술관, 문예회관, 문화의집’ 등에 대한 정책이 문화관광부에서 입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문화기반시설에서 정책이 시행되는 데는 각 분야별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다른 분야는 제외하고, 도서관 분야만 보면 정책과 행정이 괴리되어 있다. 정책은 문화관광부에서 담당하고 있으나, 실제의 행정체계는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공공 도서관, 아울러 시․도 교육청이 관할하는 공공 도서관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처럼 공공 도서관에 무려 세 부처-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 교육인적자원부-가 관여하고 있으니 그 운영이 잘 이루어질 리 없다. 문화관광부는 문화관광부대로 정책을 제시할 테지만, 행정자치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입장은 이와 다를 수 있다.
일례로, 문화체육부(현 문화관광부)가 중심이 되어 만든 「도서관 및 독서 진흥법」 중 ‘제24조 1항’만 해도 그렇다. 도서관계의 뜻대로 제24조 1항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하는 공공 도서관의 관장은 사서직으로 보한다’이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관할 도서관은 심하다.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서관을 설립한 후 관장의 자리에 사서직이 아닌 행정직 공무원을 앉히고 있는 실정이다. 자기네 사람을 쓰겠다는 것이다. 법에 반하는 것이기는 하나 도서관 담당부처인 문화관광부라고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였으므로 지방자치단체 관할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시․도 교육청이 운영하는 공공 도서관이라고 하여 다를 것은 없다. 서울시 공공 도서관의 경우를 보면, 재원 마련이 문화관광부와는 별도로 서울시 전입금과 교육비특별회계를 통해서 해결된다. 즉, 공공 도서관 재원마련이 도서관 정책과 전혀 상관없이 집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책과 행정이 동떨어져 있는데, 문화관광부의 도서관에 대한 정책이 효과적으로 먹혀들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서관과 시․도 교육청이 운영하는 도서관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소속 도서관간의 업무협력, 인적, 자료 공유 등이 이루어지지 못 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도서관의 기능확장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므로, 도서관 운영체계의 일원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행정자치부와 교육인적자원부로 나뉜 운영체계가 통합되어야 도서관에 대한 정책과 행정도 잘 맞아떨어질 것이다. 정책과 행정의 괴리가 극복되면, 도서관 수․접근성․건물․장서․사서 등의 여건도 더 나아지지 않겠는가. 도서관이 바로 서려거든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
디스켓에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는 종종 포맷을 하여 바로 잡는다.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포맷의 장점이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디스켓과 달라서 결코 비어 있는 상태로 만들 수 없다. 특히 좋지 않은 기억이라면 세뇌를 통해서도 지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차라리 좋은 기억으로 좋지 않은 기억을 차츰 대치하려는 시도가 더 유효하다. 그래야 인간 의식에 균형이 잡히고 삶도 버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본 대로 도서관과 관계되는 단어들은 쉽게 떨쳐질 만할 것들이 아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양자간의 관계는 지속될 것이다. 그러다 도서관의 상황이 차츰 나아지면, 겨우 새로운 단어들이 들러붙을 것으로 보인다. 넉넉하다, 가깝다, 편안하다-이러한 단어들 말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껄끄러웠던 단어들을 차츰 버리게 될 것이다. 기존의 단어를 새로운 단어로 대치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넉넉하다, 가깝다, 편안하다’를 스스럼없이 사용할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도서관의 전반적인 수준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정말 중요한 문제를 소홀히 한 것 같다. 잠시 언급하였던 대로 장애인들에게 도서관은 너무 먼 곳이고 너무나 불편한 곳이다. 시공간을 넘어선 도서관이라고 하는 전자 도서관(디지털도서관, 가상도서관)마저도 다르지 않다. 장애인들 중 시각장애인 대부분이 여기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문도서관의 실태 또한 매우 열악하다. 이를 다루는 지면이 따로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추천2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