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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도서관의 문화 인프라> 도서관을 활용하면서 가졌던 생각들/김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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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2,507회 작성일 04-01-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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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찾는 자세
김 안 순
(주 부)


도서관이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도서를 모아둔 건물이 된다. 도서란 원래 ‘하도락서(河圖洛書)’를 줄인 말로서 <역경(易經)> <계사전(繫辭傳)> 에 있는 “하출도낙출서성인측지 (河出圖落出書聖人惻之)”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동양에서 도서의 개념은 그림이나 글씨를 비롯한 기록에서 시작되었고, 서양에서는 기록을 실은 재료․수피(樹皮)․파피루스 따위 물질의 이름에서 전화(轉化)하여 자료라는 개념이 생겼다고 한다. 도서관을 자료의 집적(集積), 도서의 보관장소로 생각한다면, 그 기원은 아마 문화의 발상과 거의 맞먹을 만큼 오래된다. 즉, 문명발상의 고장인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있던 바빌로니아의 수도 니폴의 사원(寺院)자리에서 설형문자(楔形文字)를 새겨 넣은 점토판(粘土板)이 발견됨으로써 BC 21세기경의 옛 도서관 자리가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도서의 간행이 성하였던 만큼 많은 도서들은 보관․전승시키기 위해 비록 명칭은 여러 가지였지만 도서관의 수와 활동이 적지 않았다. 12세기에 벌써 남보다 앞서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인쇄술과 출판업이 발달하게 되었고, 따라서 서적의 간행․보존 및 이용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고문서(古文書)나 전적을 비치하여 참고로 하던 왕실문고, 불교의 경적(經籍)을 갖춘 사원문고, 교육기관에 설치되었던 교육문고, 관영문고(官營文庫) 및 사설문고 등 각종 문고가 초기 도서관의 역할을 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록에 나타난 최초의 도서관은 고구려 경당(經堂)이다. 372년(고구려 소수림왕 2년) 한국 최초의 국립교육기관인 태학(太學)이 설립되었으며, 이와는 별도로 사설기관인 경당에서는 서민의 자제를 모아 독서와 궁술을 익히게 하였고, 동시에 서적을 수집하여 여러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종의 도서관 구실도 하였다.
한국의 학교 도서관은 1950년대 초 임시수도 부산을 중심으로 경남 일대에서 시작되었다. 1952년 진주여자 중․고등학교에서 최초로 학교 도서관을 설치하고 반개가식 봉사방식이 도입되었다. 소장도서 1,500권으로 시작하여 1957년 5천여 권을 소장하게 되었으나 화제로 소실되었다. 다음은 마산여자고등학교가 1954년 5월 문교부 지정 연구학교로 지정된 후 반개가제의 학교 도서관을 설립하였다. 1957년 5월 정남고등학교가 처음으로 완전개가제를 도입하였으며, 이어 1958년 10월 경기고등학교에 완전개가제 도서관이 설립되었고, 1959년 11월 제물포고등학교는 3층의 독립건물을 건축하였다. 정부차원의 조치는 1959년 4월 1일에 발표된 문교부(지금의 교육부)훈령 제 82호의 사범대학 및 중․고등학교 시설 기준령이 처음이며, 이후 많은 학교 도서관이 설립되었다.
이러한 역사를 거쳐온 도서관은 학교나 특정지역에만 존재하던 시기를 지나 현재는 시와 구는 물론이고 각 동마다 웬만한 곳은 도서관이 있을 정도고 많은 발전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늦깎이 주부 대학생의 공부방은 우리 동네 중랑구민도서관이다. 구민도서관은 봉화산과 약수터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는 쾌적한 편이고, 교통편 또한 원활하여 마을버스가 수시로 다니고, 운동삼아 걸어서 20분이면 충분한 거리에 있어 편리하다. 성인들을 위한 교양과목으로 서예, 영어, 일어회화 등 다양한 문화교실이 열리고 있어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섭렵할 수도 있으며, 한 사람에게 일 주일에 두 권까지 책 대여도 해주고 있다. 여유가 된다면 다양한 부분의 도서들이 구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 공부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탓인지, 상주 인구에 비해 열람실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시험기간이 중․고등학교와 거의 같은 시기여서 그런지 집안일을 대강 마치고, 오후에 가면 빈자리가 없어 30분씩 기다리는 것은 다반사이다. 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중․고등학생은 따로 교실을 정해 주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학생들은 공부를 하러 온 것인지, 미팅을 위해 온 건지 삼삼오오 뭉쳐 다니며 들락날락하니 집중이 되지 않아 짜증날 때가 종종 있다(친구가 좋을 나이이긴 하지만). 그리고 핸드폰의 문제로 진동으로 전환했으면 호주머니나 가방에 보관해야지 책상 위에 그대로 두니 다르르 떨면 모두들 신경이 곤두서서 이마를 찌푸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시정 반영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나이별로 교실을 배정한다거나 아니면 남자, 여자를 따로 배정하든지 하면 어떨까 싶다. 또 한 가지 휴게실 문제인데, 각 도서관에 따라 조금씩은 차이가 있겠지만 도시락이나 간단한 간식․음료 정도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밖에 나가는 불편함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내 온도에서는 여름에는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고, 겨울의 난방 온도는 너무 높아 온도 조절이 쉽지가 않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도 있는데 특히 겨울의 난방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도서관이라곤 학교의 협소한 공간밖에 없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지금 우리 애들의 환경은 더 없이 좋은 것 같다. 가방을 매고 도서관으로 발을 옮기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예쁘고 대견스러울 수가 없다. 요즈음 탈선 청소년 문제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지만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청소년이 더 많은 것 같다.
집 주변에 이렇게 깨끗하고 친절한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세금을 내고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 실감날 때가 바로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도서관을 청결하게 관리해 주시는 관계자들에게도 이 글을 쓰면서 깊이 감사드린다.

하얗게 눈이 내린 들판을 지나더라도
발걸음을 흐트러지게 가지 마라
내가 가는 이 발자취는
뒤에 따라 오는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느니라

언젠가 어디서 읽었던 기억이 있는 시인데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이제 도서관도 한 문화공간으로서 앞에 가는 이들이 도서관 사용을 조용하고 올바르게 한다면, 뒤에 오는 이들이 그 길을 따라 학문탐구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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