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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허연/누구도 그가 아니니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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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54회 작성일 19-07-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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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허연/누구도 그가 아니니까 외 1편


누구도 그가 아니니까 외 1편


허연



누구도 그가 아니고
그와 비슷하지도 않으니까

일터에 간 자식이 돌아오지 않거나


수학여행 간 자식이 오지 않은

그 부모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말을 걸 수 없을 테고
눈을 볼 수 없을 텐데
밥 먹고
게임 하고
늦잠 자는 것도 볼 수 없는 걸 텐데


그건 어떤 걸까
어느 한 쪽 편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겠지
왜냐면
그가 답을 안 하는 걸 테니까


답이 없는 건
냄새도 소리도 웃음도 없는 건
그를 되돌려 놓을 수 없는 거니까


몇 날 몇 일 바닥을 구르고
몇 끼를 굶고 잠을 안자도
그는 오지 않는 거니까
부르면 대답해 주던
그가 오지 않는 거니까


다름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거니까


가슴이 온통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리니까
두 다리로 설수도 없을 테니까


누구도 그가 아니고
그와 비슷하지도 않으니까





이장



뼈를 들여다보다가 이미 알고 있었던 일들이 나를 놀라게 한다는 걸 알았다

모든 예상된 일은


예상치 않게 나를 흔든다
물론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뼈가 됐다는 걸


나는 이장을 후회할 수 없다
이미 예상했었고
모든 충격은 파도처럼 왔다 가니까


결심은 파도가 오기 전에 하는 거니까
파도가 가면 후회만 하면 되니까


무덤만 보고 사는 게 의미 없어서
뜨겁게 기억하고 와 보고 했던
그리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밋밋해지고 식는 게
내 자신에게 창피해서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결심을 하고
어머니를 꺼냈고
다시 만났는데


그녀를 생각만 하다가
이제는 그녀의 뼈를 보는 일
뼈와 처지가 같아져버린
어머니를 보는 일


잠깐 무섭다가
부질없는 바람 탓을 하다가


뼈의 입장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다가


이 커다란 동산에 뼈로 남은
무수한 존재들을 생각하다가


그나마 뼈로 지탱해준 기억들에게 감사하다가


산을 내려간다





*허연 1991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오십미터』.  현대문학상, 시작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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