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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김미정/포옹의 자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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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김미정/포옹의 자세 외 1편
포옹의 자세 외 1편
김미정
눈은 감미로운 눈물의 허밍
안아줘, 안아줘
흰 눈으로 시작되는 어두운 문장 안에서
누군가 눈웃음 한 뭉치를 던진다
지금, 풍경의 변명은 너무 하얘
눈이 눈사람이 되는 일처럼
안아줄까?
양팔을 벌린 나뭇가지들
모르는 누군가의 당신이 되는 일이에요
내리는 눈들의 마음을 들판은 알까
지나치게 눈의 바깥은 어둡고 헤매는 발자국을 달래기 바빠
그림자들이 밟히고 더러워질까봐 그랬어
껴안는다,
눈은 점점 깊어지고
눈사람이 다시 눈이 되는 일처럼
밤의 체온을 모르는 입술이 허공을 누른다
동그란 입김이 하얗게 떠오르는
우린 따뜻한 눈 속에 살았다
주사위
모든 비밀번호는 언제나 싱싱하지
서로 어긋나는 표정들을 모아
우주로 던지는 알리바이야
두 사람 사이 자라는 감정을 더할까 뺄까
숫자에 연연하는 우린 나란히 줄을 서서
거짓말을 세어볼까
커져가는 구멍 속에 지워지지 않는 표정들
풀 수 없는 공식은 읽어도 알 수 없지
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암호들
단단해진 모서리는 뒹굴어도 모서리
쏟아지는 손가락은 길을 잃고
나를 움켜쥐고 흔들어 뿌려봐
〉
마주보는 숫자들은 날마다 낯설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조각난 그림자야
크게 웃는 꿈속의 꿈을 던진다
언제나 원하는 숫자는 나오지 않지
*김미정 2002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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