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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정서영/바람의 고향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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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정서영/바람의 고향 외 1편
바람의 고향 외 1편
정서영
구름특별자치시에 엄마가 산다
작은 개울건너 구불구불
운주산성 가는 좁은 길 따라
비탈을 오르면
거기. 엄마가 산다
봄 되면 철쭉꽃 눈부시게
환한 산등성이
거기. 엄마가 산다
엄마는
그 무엇도 아니고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다
시간이 멈춘
내가 없는 그곳
엄마는 거기, 바람처럼 떠 있다
구름특별자치시는
삼천년을 걸어야 닿을 수 있다
돌의 노래
바람이 분다
돌을 깨우고
돌을 일으켜 세우고
돌의 옷을 갈아입히고
그렇게 돌을 키우며, 수천 년
돌 밖으로 나온 적 없던
그녀가
마침내, 돌과 함께 춤을 춘다
그녀의 품에서
그녀와 한 몸이 된 돌
바람을 가르며
돌의 날개가 펄럭인다
노래가 되어 퍼진다
아직 끝나지 않은 날갯짓
온몸으로 들어올린
하늘이 열리고
그녀,
환한 달 속으로 날아오른다
*정서영 2005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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