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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이희원/포르투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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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17회 작성일 19-07-0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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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이희원/포르투나 외 1편


포르투나 외 1편


이희원



  “낳다”또는 “생기게하다”라는 뜻을 가진ferre와 “운” 또는“행운”을 뜻하는 명사fors에서 유래됐다

  포르투나는 운명의 여신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벼락 치듯 그녀가 내 침대로 떨어졌다
내 육체와 영혼은 그녀에게 빨려 들어갔다.


달콤함과 설렘의 시간 끝나자
그녀는 내게 ‘아페가’*를 쒸웠다.


움직이려 하면 할수록 조여들고
빠져 나오려하면 살점이 찢겨나갔다.
어느 순간 숨이 막혀왔으나
가끔 그녀의 자비스런 키스가 설도를 열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갤리선船의 키를 들고
럭비공을 굴리며 온다고 했고,
누군가는 광장의 촛불이 일던 날
언뜻 본 것도 같다고 했으나,
아무도 그녀를 증언한 사람은 없었다.


네 온몸은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피로 물들었으나


그녀의 숨소리는 아직도 내겐
이리도 달큰할까?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고여 있던 햇빛이
소리 없이 흩어지고 있다.



그녀는 새벽이 오기 전 떠날 채비를 한다.
또 어딘가로 굴러가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누군가의 살점을 뜯어 놓을 것이다
청순한 눈망울을 굴리며 그대들의 침대로 직행할 것이다.


“개의 엉덩이에 반하면
개의 엉덩이도 장미꽃.**


  *스파르타의 군주 ‘나비스’가 그의 부인 ‘아페가’의 모습을 본떠 만든 고문 도구.
  **마르셀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팝콘각



누구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 밖에는 보지 못한다.
    ―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이곳은 한 입도 아니고 두 입도 아니고 수많은 입들이 와글거리는 곳이에요 저마다의 동굴에서 플라톤의 우상을 만나요. 당신의 목울대를 수고 시킬 필요는 없어요.


  광장의 소리가 힘을 잃어가요. 더 이상 사람들이 광장에서 방황하지 않아요. 거리가 텅 비어가요. 올 겨울 광장은 너무 추워요. 모두들 따뜻한 동굴로 들어가고 있어요.


  불꽃을 문 혀들이 속살거리고 열이 오른 사람들이 들썩거려요 하늘을 날려는 사람들을 주저앉혀요. 명치가 뚫리고 열이 식어요. 그곳에 에어컨은 필요 없겠죠.


  “그녀는 움직임으로써 강해지고 나아감으로써 힘을 얻어요 그녀는 처음엔 겁이 많아 왜소하지만 금세 하늘을 찌르고 발로는 땅 위를 걸어요. 낮에는 지붕꼭대기나 높은 성탑들 위에 앉아 망을 보며 대도시를 놀래게 해요. 바야흐로 그녀는 신이 나서 여러 백성들 사이에 온갖 이야기를 퍼뜨리며 사실과 허구를 똑같이 노래해요”**


  기자들은 이제 뉴스 대신 소설을 쓰고 시를 써요. 당신의 팩트가 내겐 언팩트가 되고 나의 언팩트가 당신의 팩트가 되기도 해요. 어디도 밑줄을 긋고 쉴 곳이 없어요.


  함부로 사랑하지도 않아요. 사랑 따위는 SNS로 해요. 상처를 감내할 자신을 잃어가요. 사랑은 늘 배신을 동반해요. 케미가 맞지 않으면 만날 필요도 없겠죠.


  불구경, 물 구경은 누구나 좋아해요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마세요.
불길에 휩싸이거나 저 한강 끝으로 떠 밀려갈 수도 있어요.


  “소문은 세상의 악 가운데 가장 빨라요”**


  *흔히 영화관이나 극장에서 팝콘과 함께 관람하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어떠한 상황이나 맥락이 즐거움을 주거나 매우 볼만함을 이르는 신조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아스’에서.





*이희원 2007년 《시와세계》로 등단. 2015년 시집 『코끼리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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