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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윤종영/폐쇄공포증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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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366회 작성일 19-07-0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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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윤종영/폐쇄공포증 외 1편


폐쇄공포증 외 1편


윤종영



두렵다


빠져나가고 싶어서 꺼내 달라 외치지만
가위에 눌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불안


탈출구를 찾으면서도
내가 나를 깨지 못해
내가 내 안으로 자꾸만 숨는다
점점 조여드는 가슴
숨이 가쁘다


극에 달한 공포에 고문당하며
백지에 나를 그린다
아니 폐쇄된 나를 펼쳐 놓는다.
바닥까지 송두리째 드러낸다.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
하늘과 바람, 윤동주 그리고 시
반쯤 깨진 안경, 주사기…


나를 가두고 있는 벽은 없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갇혀 있다





식욕



회복실에서 내다본 창 앞에 야윈 나무 하나 서 있다
말없이 바라보는 눈길도 따라서 말라간다
신음소리 새어나오지 못하게 입술을 앙다물자
삭정이 여러 개가 동시에 뚝뚝 부러진다
아픈 자리에 함박눈이 내린다
눈꺼풀이 주저앉는다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통증
도려낸 자리가 신호를 보낸다


식사하라는 말에 눈을 뜨고
밥상 앞에 앉아 수저를 들지 못한 채
눈으로 식사를 한다
입안에는 밥알 대신 생니가 뒹구는 것만 같다
나무는 점점 물이 오르겠지만
이제는 내가 야위어 갈 거다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리는 꿈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태초의 식욕이 입안에서 꿈틀거린다
말라가던 샘에 침이 고이지만
입을 벌릴 수 없다


김을 피워 올리며 손짓하던 식탁 위의 밥이
내 몸처럼 식어가고 있다
화석처럼 굳어가고 있다





*윤종영 2015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창작수필》 수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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