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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김형로/이 차숙 씨가 한 일 자 쓰는 법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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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19회 작성일 19-07-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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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김형로/이 차숙 씨가 한 일 자 쓰는 법 외 1편


이 차숙 씨가 한 일 자 쓰는 법 외 1편


김형로



터미널 대리석 바닥에 한 일 자 수행 삼십년
이 차숙 씨는 다른 글자는 쓰지 않는다
오로지 한 일 자 하나 잡고
먹물 뺀 맹물체로 정진한다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삼백 자는 기본
키만 한 밀대를 왼편에 척 놓고는
오른쪽으로 힘차게 일필휘지 한다
마무리 힘을 준 다음
다시 밀대를 천천히 왼쪽으로 당겨
오른쪽으로 휙, 한 일 자 던진다
힘을 주고 빼는 운필,
한 일 자만큼은 이 차숙 체가 살아 있다
글자가 마르면 맹물 적셔
저편에서부터 다시 써 온다 한 일 한 일
박자가 자동이다
한 자만 뚫은 이 차숙 씨는 명필 반열에 올랐지만
한 일 자만 받아먹은 터미널 바닥
맹물 서당 이십 년 개근에 아직 까막눈이다





따뜻한 돌



돌과 친해졌다
까실한 돌을 보면 자주 만져 본다
작은 돌에 몸 비비는 날이 많다


돌 같은 뼈도
허방을 품고 순하게 숙지는 나이에
낫낫한 살은 각질 되어
뭐가 억울한지 뻣뻣하게 고개 쳐든다
시간이 흐른 몸이 개벽인 것은


모두 내 탓이다
잘못 걸었던 길, 잘못 손댔던 것
손과 발에 모두 켜켜이 쌓였다는 걸


돌 하나 꼭 쥐고 목욕탕 가시던 아버지들처럼
나도 어느덧 돌 하나 쥐고 있다


어쩌면, 우리 죽어 돌이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 까닭 모를 사람에게 작은 돌 되어
몸 보시 하는 것


그런 생각만으로,
손 안의 돌이 아기처럼 쭉쭉 온기를 빨고 있다
혈이 돈 돌 참 따뜻하다
내 몸에 돌이 돌기 시작했다





*김형로 201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7년 《시와표현》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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