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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채움/난독의 시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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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54회 작성일 19-07-0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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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채움/난독의 시간 외 1편


난독의 시간 외 1편


채움



책을 읽고 있었다
밖에서 누군가 불러 나갔다
다시 들어왔다
문장 속으로 들어가려는데
펼쳐진 페이지에서 까만 눈이 나를 본다
나를 읽는 중일까
책은 바스락거리는 손을
나는 쉼표로 이어지는 행간의 끝을
서로 맞잡고 있다
똑똑, 문 여닫는 소리 요란하다
창문을 이해한 햇빛이 발치까지 퍼지고 있는데
책과 나는 어긋나는 중이다
이 곤란은 맨 뒷장이 보내오는 기별
책꽂이가 틈을 마련해주는 염려라고 해야할까
독해는 뒤죽박죽이어서
난감한 제목이 표정을 해석하고 있다
얼른 페이지를 넘겨보지만
해설은 더더욱 나를 모르겠다는 태도다
말랑말랑한 단어들이
모호한 면수를 채우고 있다
기어이 다 선명해져야
책이 나를 놓아주려는 것일까
기억을 빨리빨리 넘기고 감각을 닫았다
일순간 열리는 한 장의 공백
나를 다녀간 시집이 상징을 심어준다
장면이 접히고
몸 속에 누군가 넌지시 들어와 앉는다





표정이 입장을 말한다



나는 하릴없이 눈을 감는다 다시 뜬다
당신 이마에 손을 가만히 얹는다
감각이 내 몸까지 전해진다
피부와 피부
솜털 층이 상냥하다


오른쪽 눈썹 아래 속내로 가는 반사경 같은 출입구
그 안엔 투명한 뿔이 자라고 있다
툭하면 뻗어 나와 당신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나의 미간으로 옮겨온다
왜 진작 전지剪枝하지 않았을까
최대한 부드러운 손끝이
싹둑,
단절된 가지에서 흐르는 건 애증일 거다


빛에 탄 화구 같은 광대뼈 아래
쓰고 달고 떫은 관계를
씹어 삼켜야 하는 입과 입술
저 속엔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아귀다툼
치열한 만큼 평온해야 하는데
당신은 여전히 불안전하다


지문에 맺힌 슬픔 한 덩어리 감지된다
당신의 무표정이 입장을 말하고
눈을 연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나를 낯설어하는 표정이다





*채움 2018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동서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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