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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고창수의 영역시/박일/봉재산에 오르면·1

봉재산에 오르면·1

박일

억새밭 끝자락에 이르면 그대 같이 걷던 길들이 오늘도 따라와
해마다 그대는 그리움으로 자라나는 풀꽃을 마음속에 심으라 한다
가볍고도 무거운 발걸음을 내려놓고 산등성이 바람으로 머물다 사라지며
나를 따라오는 시간들과 함께 나를 찾는 길로 가라 한다

      ―《리토피아》 겨울호

Climbing Mt. Bongjae

  When I attain the edge of the eulalia field, the paths I trod together with you follow me and tell me to plant in my mind each year the grass flower that grows with yearning. They tell me to walk with a gait, light and heavy, stay as wind on the mountain-ridge before I fade away, and then tread the path that looks for me together with the moments that follow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