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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신작시/낚시, 이별 연습 외 1편/나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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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금숙
낚시, 이별 연습
깊은 곳으로 내려가기를 무서워하는 마음을 낚시바늘 끝에 매달고 심해 속에 숨어사는 푸른 비늘의 물고기떼 만나러 갑니다 검은 해초 너른 잎 야자수처럼 너울거리는 사이등이 형광빛으로 빛나는 슬픔, 절망, 고독이라는 물고기떼 그 중에서 나를 통째로 삼켜줄 큰 놈 하나 물리길 기다리며 혹은 두려워하며 끌려갈 수도 남아있을 수도 없는 두 정신의 견제 그 탄력이 나를 생생하게 합니다 낚싯대 휘청하도록 감당 못할 절망이 나를 끌어당길 때 온몸 뒤로 젖혀 버텨보는 팽팽한 이 가을 거기 형광빛 나는 몸 전체를 불태워야 얻는다는 사리 같은 정신이 기다릴지라도 바닥 모를 깊은 물 아래로의 잠행은 역시 두렵습니다 깊은 데라야 잡힌다는 푸른 비늘의 물고기떼를 물에 서서 영영 그리워만 해야 할까봐요
쪽빛을 위하여
떠도는 것들은 모두 제 몸을 갖고 싶다
쪽빛도 그런 것일까
허공을 떠돌던 푸른 것 하나가
쪽풀 우거진 밭에 과연 깃든 것일까
스쳐만가도 바짓가랑이를 아련 물들인다
동도 안 튼 미명에 베어져서
항아리에 재어져 하루,
그 풀 우려낸 물에
굴껍질 고운 가루 잘 섞는다
달개비꽃빛이 날 때까지
당그래로 겹도록 휘젓는다
가라앉혀 맑은 웃물만
따루기를 몇 번―
여기 마음껏 적셔지는
흰 천은 행복하리라
푸른 물감에 푹 빠진 천을
바싹 당겨주는,
정신차려! 하고 함성 내쏟는
햇빛도 즐거우리라
물감이 햇볕이
적셔주다 말려주다 보니
뒤척일 때나 보이는 속살의 바다
드디어 펼쳐졌네
기웃거리던 나도 두근거리며 거기 빠져든다
나금숙
․전남 나주 출생
․200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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