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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신작시/金宗三·2 외 1편/신동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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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宗三·2 외 1편
― 나 지은 죄 많아 죽어서도 영혼이 없으리 [라산스카(1984)]
신동옥
금줄 친 대문 위로 말탄 귀신이 달려간다
아가 울지 마라, 말라붙은
우물이 게워낸 거대한 먹구름
춤추는 도깨비 불
하늘을 긋는 피리 소리
그치면 찬연한 빛살.
악 눈을 떠라.
대낫을 휘두르는 망나니 달리는
지붕 위엔 가랑이 벌린 미친년
오오, 잘린 모가지들
새끼줄에 휘감긴 붉은 영혼
숯검뎅 무덤을 밝히는 등잔처럼
금줄을 타들어가는 긴 울림.
악 손잡고 가련다.
너와 손잡고 가련다.
삼칠일 지나면 병도 나으리.
씻은 듯 삼칠일 지나면,
얼음인간
얼음인간은 봄 햇살 아래 운다.
강 얼음 아래 조요로히
어미는 새파랗게 질렸다.
떠밀려가고 있다.
누깔을 쥐어뜯었다 얼굴을 들어내고
몸뚱어릴 박살내며 녹아내린다
얼음인간은, 필사적으로 3월을
살아낸다. 어미를 좇아
살얼음 위를 달음박질 친다.
살모사는 죽은 어미를 지키다
썩어 문드러진 어미배를 찢고 들어간다.
제 전생을 온통 먹어치운다.
세상엔 어미를 잡아먹는 자식
제 삶을 쥐어짜 죽이는 자식.
얼음인간은 봄 햇살 아래 운다.
울며 살얼음 위를 달린다.
녹아내린 제 살덩이
어미를 잡아가두는 얼음감옥 되어
굳었다.
녹았다.
세상은 온통 봄을 향해 질주한다.
신동옥
·전남 고흥 출생
·2001년 ≪시와 반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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