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8호/권두언/8호를 내면서/백인덕
페이지 정보

본문
권두언
제 8호를 내면서
백인덕
짧은 가을의 여운 끝자락에 몰아친 매서운 한파 때문에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쩔쩔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온풍기를 틀어대기 시작한 카페 안에는 반팔셔츠 차림의 젊은이들이 쉼없이 재잘대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불협화, 단절, 괴리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광경으로 우리들 곁에 자리잡았습니다. 오늘도 수험생은 수능만을 생각하며 꼭두새벽부터 한밤까지 여념이 없고, 대학 신입생들은 각종 컴퓨터 게임에서 사이버 세계의 참 맛을 느끼느라 밤이 짧다고 합니다. 국회는 대선 때문에 엉망이 되어가고, 이렇게라도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도 다양성(?)을 통한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나봅니다.
무엇이 문제이겠습니까? 이 가을만 해도 유수한 출판사에서 역량 있는 중견들이 주재하는 문학잡지가 서너 개나 새로 창간되었습니다. 새로 출간된 시집은 또 얼마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독자와 문학 담당자(작가, 시인, 편집자를 포함하는)들 사이의 거리는 그만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겨울에 대답할 수 없는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우울증에 빠지거나 만취해서 동사(凍死)할 위험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문학'은 아직도 이 얼어붙어만가는 척박한 '문화'의 땅에 건강하게 뿌려지는 한 알의 밀알이라고 믿어버리고 말기로 했습니다.
이번 호의 특집은 <우리 시대 웃음의 의미>로 잡아보았습니다. 나름대로의 꽤 긴 토의를 거쳐 우리 시대에 인간적 감정을 총체적인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 '웃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를 다시 두 개의 인쇄 매체와 두 개의 전자 매체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시대가 저물어가는 인쇄 매체와 급속히 확장되어 가는 전자매체에 끼어 있는 시대라는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본지의 편집위원이자 평론가인 강경희 선생이 시를 맡았고. 외부에서는 활발하게 평론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김진량 선생이 인터넷을 맡아 [웹 애니메이션의 서사와 웃음]이라는 글을, 박부식 선생이 TV를 맡아 [시트콤의 웃음 ― 미국의 시트콤 '프렌즈'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웃음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옥고를 보내주신 데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그 외의 편집 방향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점>에서는 본지 편집위원인 김남석 선생이 '불온한 문학공간'을 생각해 보았고, 박정선 선생이 시 계간평을 맡아 이기철 등의 중진시인을 다뤄주셨고, 소설 계간평은 오양진 선생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왕성한 창작열을 보여주고 계신 김동호 시인께서 <시로 쓰는 시론>을 보내주셨고, 젊은 시인 집중 조명에서는 현대적 의미의 서정을 탐색하고 있는 윤관영 시인의 신작시 10편을 통해 시세계를 조명해 보았습니다. 문화산책을 맡아주신 조은하 선생과 이상은 선생께도 감사드리며, 리토피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신작시와 신작소설을 보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백 인 덕(본지편집위원)
- 이전글8호/기획/우리 시대 웃음의 의미-희극적 상상력과 유희정신/강경희 04.01.04
- 다음글7호/신작시/한여름 밤의 꿈 외 1편/이혜진 03.03.2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