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8호/신작시/관절염 외 1편/박철
페이지 정보

본문
박철
관절염
언젠가 관절염이 걸리고
관절염이 깊어지면 걷기도 힘들 것이라 믿어
시시때때로 들길을 걸었다
이제 관절염이 걸리고 무릎이 아프다
다시 시시때때로
관절염 치료를 위해 들길을 걷는다
그러니 나는 평생 관절염과 함께 지내 온 셈이다
아, 가을 하늘 같은
인간의 어리석음이라니
누군가 있다
큰 길에서나 작은 길에서나
혼자 걷는다고 믿었다
누가 보아도 나는 혼자였으므로
나는 혼자였다
광화문 현대빌딩 뒷골목 사무실에 가면서도
현대빌딩이 리모델링으로 세상이 뒤집히는 골목길을 들어설 때도
혼자였다
골목길을 빠져 나와 명동 밀레오레
시와 음악의 만남 공연에 갈 때도 혼자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혼자였다
돌아와 누울 때도 혼자였다
그러나 불안하다
항우울제를 먹지 않으면 불안하다
분명 나는 혼자인데
한쪽 손목이 아프다
한쪽 손목에는 번쩍이는 수갑이 함께 채워져
일각을 쉬지 않고 누군가
나와 함께 있다
박 철
․1960년 서울 출생
․1987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김포행 막차』 『밤거리의 갑과을』 등
추천26
- 이전글8호/신작시/그 가벼움 외 1편/최영원 04.01.04
- 다음글8호/신작시/부음을 받다 외 1편/이경교 04.01.0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