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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신작시/꽃잎을 슬픔처럼 달고/최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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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춘희
꽃잎을 슬픔처럼 달고
흙먼지 정겨운 산길 들어서면
세월을 비껴선 작은 마을 있지요
검푸른 물이끼 미끈거리는 실개천 따라
꽃잎들 지천으로 떠내려와 숨 고르는 거기,
사람은 없고 빈집만 남아 하루종일
햇빛과 바람 숨바꼭질하고
앵두꽃 하염없이 꽃 피우고 서서
제 그림자 지우지요
흰눈같이 눈부신 꽃잎을 슬픔처럼 달고
봄날 향기에 취해 저물고 있지요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그 옛날 꽃 그늘 밑에서
누군가 말했지요
봄날은 짧고 사랑은 꿈처럼 지나간다고,
그대가 심어놓은 앵두나무에 꽃은 피고 지고
생채기진 자라마다 아픈 기억들
붉게 멍울져 매달리지요
그래도, 누구나 한번쯤 세상에 한 그루밖에 없는
그런 꽃나무 갖고 싶지요
앵두꽃이
지뢰처럼 매복된 그곳에서
철없는 아이처럼 세상 모르고 서성대지요
복숭아
빛의 제단 위에
번제의 제물로 바쳐진
고통으로
잘 익은
당신의
과육
최춘희
1956년 마산 출생
1990년 ≪현대시≫ 로 등단
시집 『세상 어디선가 다이얼은 돌아가고』 『종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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