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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신작시/도시인의 꿈 2 외 1편/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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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2,763회 작성일 04-01-0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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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도시인의 꿈 2


쏟아져내리는 아침 햇살로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도심 고층 아파트촌 안에서
모래 한 알인 나는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사원을 꿈꾼다.
오늘 일터에 나가지 않으리라.
이제부터는 아침 새떼들의 노랫소리만 사랑하리라.
대자연의 선율에 취해 황금사원에 앉아있는 꿈을 꾸리라.

산에서부터 달려온 신선한 바람이
아파트 입구 옆 정원에 심어놓은
붉은 장미와 목련의 꽃 그림자를 흔들어대자
꽃 그림자에서 이제까지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던 신비로운 향기가 난다.  
꿈꾸는 내 어깨에 날개가 돋아 포롱포롱 날아오른다.
순결한 여인들의 눈망울 속에 비치는 비취색 꿈을 사랑하며
아침 하늘에 새가 되어 상큼하게 떠있으며
알래스카를 지나 다이아몬드 해협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저 먼 이국의 황금사원에 이르러 멋진 비행 실력을 뽐내며 날아다니며
이제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해방이 되리라.
손목시계가 오전 아홉시를 가리키더라도
나는 계속 꿈만 꾸고 있을 것이다.

라디오에서 오전 아홉시를 알린다.
오전 아홉시는 가장 두려운 시각이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이 아침에 나는 계속 꿈만 꾸고 있을 것이다.




도시인의 꿈 3


내 죽으면 한 마리 새가 되리라.
몇 알의 곡식만으로도 행복해 하고
땅과 하늘에서 무한한 자유를 즐기는 새가 되리라.
가끔씩 힘에 부치면 키 큰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세상만사 복잡한 일 모두 벗어 던지고
오직 가장 멋진 자세로 더 멀리 날을 것만 생각하는
한 마리 새가 되리라.
내가 이 세상에서 가졌던 모든 욕망들을 버리고
하늘에 오래 떠있기 위한
가장 가벼운 뼈와 강건한 날개만을 가지기 위해 전력하며
시계침처럼 늘 같은 모습으로 바삐 움직이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
머리 위에서 유유자적 날아다니며
아무 것도 잃을 것이 더 없는 자의 낭만을 뽐내며
모든 욕망들로부터의 자유로움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를 보여주는 새.
내 죽으면 한 마리 새가 되어 이 세상 도심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리라.  


김경수
․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 『다른 시각에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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