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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신작시/巨室의 한계 외 1편/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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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巨室의 한계
손톱 깎는 소리 아래
기 지 개 켜 는
비닐 뭉치
나를 질식시키는 향뜰
양탄자에서 피어나는 꽃들이여
제발 뿌리를 내리지 말아다오
―예민한 식물의 細部에
이젠 지쳤다
뿌리를 뽑아내도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
꽃잎을 毒酒로 씻어낸다
검은 춤
펄 럭 이 는 손바닥 몇 개
얼굴이 의자인 사람들을 쓰러뜨린다
부러진 목에서
피 묻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시 손톱 깎는 소리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로 큰 것인가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것일까
거대한 손바닥들
저 녀석들이 산소를 다 마시고 있잖아!
등에 박힌
굽은 손톱 하나
살을 헤집으며 자라고 있다
수중극단
모든 장면은 아다지오보다 더디다 저 남녀배우의 몸짓은 서로 애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싸우고 있는 중이다 간혹 짧은 대사가 있긴 했지만 물 속에서의 옹알이로 끝났다 대개의 예술이 그렇듯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조금만 주의 깊게 입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 고독에 관계된 제목인 것으로 봐서 이것이 이 연극의 목적인지도 모른다 거품 뿜는 트럼펫… 녹슨 기타… 유일하게 들리는 북소리… 이 순간을 위해 배경음악 연주자들이 계속 물 속에 있는 건 고통이다 수중에서 들려오는 음악… 이 연주는 언제쯤 벽을 뚫고 나올 것인가 이곳은, 저곳은 너무 춥다 무덤에서 광대가 튀어나올 시간, 어릿광대 하나 무대에 나오지 않고 요요를 하고 있었다
정재학
․1974년 서울 출생
․1996년 ≪작가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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