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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신작시/업業) 외 1편/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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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業) 외 1편
김언
내가 왜 사업을 벌였는지 모르겠다) 내가 왜 한 사람의 재능을 책임지고 한 사람의 미래를 추켜세웠는지 모르겠다) 여자를 꼬드기듯 한 사람을 뽑고 한 사람의 목을 꺾는 것도 내가 벌인 내 사업이다) 시인 앞에서 주제넘는 사랑을 하는 것도 내 사업이고 미련없이 손을 떼고 미련없이 이불을 덮어쓰는 것도 내 사업이다 내가 벌인 내 사업이다) 세상에 조용한 사업이란 없다 나는 내 사업을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서 포기해버렸다)고 말하는 것도 내게는 사업이다 내가 벌인 내 사업이다 시대가 엉터리라도 그걸 일깨우는 내 나이가 엉터리라도 먼지를 믿는 것이 먼지의 고마움을 아는 것*이 내 사업이다) 끝도 없이 늙어가는 계단 앞에서 까닭없이 웃는 것도 내 사업이고 까닭없는 내 사업을 내가 비웃는 것조차도 하나같이 내 사업이다) 시대가 시대를 배신하듯 나는 내 모멸감마저도 사업으로 키운다 이게 사랑이라고 그래도 이게 사랑이라고 눈물을 꾹꾹 눌러 담는 것도 담아서 키워야 하는 것도 내게는 사업이다 내가 사랑하는 내 사업이다) 끝도 없이 사업은 커져가는데 내가 내 글을 여기서 마쳐야 하는 것도 내게는 사업이다 내가 벌이고도 내가 끝내고 싶은 내 사업이다 내가 왜 사업을 벌였는지 모르겠다)
* 이건 소설가 곰치씨가 벌이는 사업이다.
환청, 허클베리 핀
하루는 당신이 왔다 하루는 당신이 와서 내게 없는 바다를 꺼내어 당신에게 주었다 그게 사랑이었다(데리다) 아니다, 나는 내 사랑이 좀더 난해해질 것을 요구한다(수영) 아니다, 재능은 주어진 것이고 변하는 것은 문학이다(춘수) 아니다, 죽어보니 또 정오였다(랭보) 아니다, 해탈하고 싶다 해탈하고 싶은 마음조차 해탈하고 싶다(싶다르타) 아니다, 살고 봐야겠다(발레리) 아니다, 모든 새로운 밤은 능숙한 아내보다도 서투른 애인에게 훨씬 더 가능성이 있다(바흐친) 아니다, 원래 제목은 그게 아니고 곱슬머리 앤이다(허클베리) 아니다, 빨간 것은 나무다(상순) 아니다, 나는 단지 콩사탕이 싫다고 했을 뿐이다(승복) 아니다, 태초에 환청이 있었다 아니다,
김언 ·1998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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