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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신작시/희망이라 싶은 외 1편/윤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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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라 싶은 외 1편
윤성택
베란다 버려진 화분에서 가늘게 뻗어 오르는
잡풀들이 싱그럽다
누군가 씨를 뿌린 것도 아닌데
햇살에 기대어 제 목숨으로 살아내는 것을 보면
문득 나는 사람이 그리워진다
놓여진 술병에라도 둘러앉아
스스럼없이 생각들을 펼치고
서로서로 나누고 마시며
우습거나 슬프거나 이미 떠나간 일이거나
엄지와 검지로 들어올리는 술잔의
그 더워진 마음을 보고 싶다
병뚜껑을 돌려 따면서 차가운 술이 어떻게
뜨거움으로 마음 덥혀 오는지
바람이 부는 길로
풀씨들이 날아온 길로
점점이 피어나는 생각들
무심코 화분을 들여다보았을 때도
내 마음 다그치며
보여준 게로구나
바람 속에서 마음 풀씨 하나 품고
살아갈 긴긴 세상을 위하여
원 속의 女子
여자들은 두 다리 둘레에 원을 그리곤 한다
원뿔 밑면적은 길이에 상관없이 은밀한 부위,
보라, 다리를 꼬고 앉은 저 여인
나는 회전 중인 선풍기처럼
갸우뚱거린다 잠시동안
두 다리 너머 유심해진다
그 굴곡 따라가다 보면
원에 또 하나의 원을 그려넣듯
내 생각은 원을 떠나지 않는다
하나의 원에 돌진하기 위해
몸 안의 준비된 수많은 땀방울이
꼬리를 달고 넘실거린다
삶은 그런 것이다 한 점에서
원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것
그 수많은 파문이 세상을 낳았다
환한 허공의 원,
그 짧은 치마의 경계가 너풀거릴 때
나는 내 안의 곧은 원을 더듬어보는 것이다
윤성택·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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