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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권두언/'불온한 문학과 세상을 향해'/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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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남석
댓글 0건 조회 3,090회 작성일 02-11-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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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불온한 문학과 세상을 향해

김남석


문학잡지를 편집하는 것은 민감한 감각과 예리한 자의식을 요구한다. 세상과 물상과 인간이 변화하고 그에 따라 문학이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조짐과 현상과 흔적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징후라고 거칠게 요약할 수 있다면, 많은 징후 중에서 유효한 징후를 골라내는 일도 문학잡지의 몫이다. 우리는 이번 호에서 이러한 징후의 하나로 '불온성'을 선택한다.
특집은 〈불온한 문학적 공간에 대한 탐색〉이다. 우리 문학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불온성과 그 불온성이 반영되는 문학적 공간을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하려 했다. 엄경희는 현대시에 나타난 불온한 공간을 채집하여 보여준다. 그녀는 6·3빌딩과 롯데월드라는 자본주의적 욕망의 서식지에서 출발해서, 압구정동·경마장·공중변소·삼류극장·세운상가 같은 욕망의 거름이 묻혀 있는 공간들을 탐사한다. 이 공간은 직접적인 체험이 아닌 문학적 사유로 현현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현실보다 우리에게 더욱 절절한 문제의식을 제공한다. 강성률은 작년과 올해에 폭증한 '조폭 영화'를 중심으로 스크린 위의 불온성에 다가간다. 그는 조폭 영화가 문제적인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폭력의 사례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이러한 영화가 유행하고, 또 존재 가치를 일정부분 부여받는, 이유이다. 김남석은 젊은 소설을 중심으로 문학적 이단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학은 속성상 불온하지만, 그 불온함의 밑바닥에는 온당한 세계를 지향하려는 속성 역시 잠복해있기 마련이다. 적어도 좋은 소설의 경우에는 그러하다. 이러한 각도에서 살펴볼 때, 현재 젊은 소설 속에서 발견되는 불온성은 미흡한 측면이 많고 온전한 가치를 부여하기 어려운 경우 또한 많다.
이 시간 우리 문학의 논점과 현상을 점검하는 〈초점〉에서, 고명철은 문학권력에 대한 소신을 피력한다. 그의 글은 지난 몇 년 동안 문학권력논쟁에서 취해온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문학상 수상의 문제, 평론가와 출판사의 유착 문제, 그리고 문학권력을 보는 불순한 시선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면서 문학권력 비판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보여주려 한다. 하상일은 신경숙의 『바이올렛』을 바탕으로 문학계에 살포된 주례비평과 그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이 역시 문학권력논쟁과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글이다. 그러나 하상일은 그 피해를 작가 자신의 구체적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자칫 막연할 수 있는 논쟁의 포커스를 조절한다. 그의 의견을 따르면 비평적 편견(편들기)과 작가의 안주(매너리즘)는, 작가 자신과 작품의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점에서 가장 큰 피해를 낳는다. 이호는 이야기의 기능과 역할과 위상에 대해 논의하는 글을 제기한다. 이상의 「오감도」를 필두로 하여, 이야기(주로 소설)에 나타나는 허구와 현실의 관계를 논의한다. 이러한 논의는 현재 우리가 처한 문학적 상황과, 여기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실제 현실, 그리고 이야기의 본질에 대해 숙고하도록 자극한다.
〈젊은시인조명〉의 주인공은 이기성이다. 그의 시는 어둡다. 기괴한 인물과 사건이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마치 그림자들의 세계 한 복판에 와 있는 느낌이다. 또 그의 시는 길다. 행 갈이를 거부하며 길게 늘어지는 시들이 많고, 문장 역시 온전한 형태를 다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징은 어둠 속에서 길게 그리고 끈질기게 자신의 생을 관조하는 시인의 태도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이것은 이기성의 시가 지닌 매력이고 변별력이다. 그러나 차가워지고 압축되면 더욱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백인덕은 '열정'을 화두로 하여, 이기성의 시를 읽어내고 있다.
〈문화산책〉은 임준서와 이승희의 글로 꾸려진다. 임준서의 글은 이상에 관한 화두와 그의 문학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이 글의 방향은 두 갈래이다. 하나는 이상의 시를 건축학적 미학으로 해석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의 미스테리적 구조를 파악하는 길이다. 두 길은 미로처럼 얽혀있는 이상의 문학을 휘감고, 현실로 열린 출구로 내달린다는 점에서, 어쩌면 하나로 연결된 길이다. 임준서의 글은 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승희는 2002년 상반기에 세인의 관심을 끈 연극 『이발사 박봉구』를 분석한다. 이 연극은 현실의 거센 급류와, 그 급류 안에서 우직하게 자기 땅을 지키려는 박봉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용사'라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려는 박봉구에게, 현실은 타협과 야비함과 도덕적 타락을 강요할 따름이다. 이에 맞서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동면에 드는 결말은 우리가 처한 어떤 입장을 상기시킨다. 이승희는 『이발사 박봉구』의 장점에 대해 정치하게 알려주고 있다.
이번 호의 〈단편소설〉은 표명희이다. 의욕적인 소설이 기대된다. 〈신작시〉도 젊고 새로운 시인들로 가득하다. 그들의 시를 읽는 것은 흥분되고 기대되는 일이다.  -김남석(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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