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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신작시/우대식/'공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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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우대식
1965년 강원도 원주 생. 1999년 현대시학 등단
공양
동백림 울창한 백련사
나무의자에 앉아,
개도 짖지 않는 겨울의 새벽이다
나는 이제 중이 아니다
어제도 중이 아니었지만
오늘부터 참말로 중이 아니다
기왓장에 多情佛心이라고
떨면서 글자를 쓰다가
내 귀 한 쪽 잘라
불전함에 넣었다
캄캄하고 어두운 구멍 저 켠에서
휘이휘이 바람 소리 하나 건너왔다
뚝뚝 피가 듣는 내 이승의 귀 한 쪽
강진만 뻘 위로
붉은 해 떠올라 눈썹에 걸릴 무렵
이 산을 내려갈 것이다
뻘 위에 난 여러 갈래 물길에
늑골 뽑아 槍을 만들어 지킨
구부러진 내 생을
공양할 것이다
노을
우리 집 개가
막내 놈이 콩밭에 눈 똥을
훌떡 삼켜버렸다
그리고 내게로 와서
맨발을 핥았다
걷어차지 못했다
물리치지 못했다
부르르 떨고 있는 늦가을 목련나무를
한참 쳐다보았을 뿐,
옆에 서 있는 미친 대추나무에
막걸리 서 되 받아주고 나도 한잔 마셨다
추천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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