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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신작시/김민정/'깊은 밤 부엌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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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민정
댓글 0건 조회 4,591회 작성일 02-11-0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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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민정
1976년 인천 출생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등단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재학중


깊은 밤 부엌에서


1.
모서리진 네 귀퉁이마다 나사들,
결승점에서 출발선을 향해 달려나가면
출렁출렁 사지가 묶여 있던 스케치북에서
까만 도화지 한 장 뜯겨져 내린다
싱크대 위로, 가스레인지 위로, 칼 도마 위로,
핀셋으로도 집히지 않는 마이크로-마이크로 초미니
먹물 세포의 눈물 방울이 먹물을 쏘고 먹물은
까만 담요를 뒤집어 쓴 뚱보의 작은 집을 쏜다

2.
뚱보가 뚱보의 작은 집 안에서 뚱보를 찾는다
날 때부터 작은 집 안에서 낮잠중인 뚱보는 일초에
일킬로미터씩 우주를 향해 뱃살을 날리고 뚱보의
작은 집은 일초에 일평방킬로미터씩 평수를 좁혀 온다
…뚱보 게 없냐?
뚱보가 뚱보의 작은 집 창살에 코알라처럼 매달린
뚱보를 다시, 찾는다 뚱보가 뚱보를 부르면 뚱보의
작은 집 창살은 빽빽한 빙산으로 병풍을 둘러치고
뚱보가 눈을 감으면 뚱보의 작은 집 창살은
뚱보의 이빨에 넝쿨 뻗은 은빛 교정기로 빛난다
…뚱보 게 있냐니까?

잠든 뚱보의 몸 속에 동맥다발처럼 뻗쳐 있는 자크가
일제히 벌어져 내린다 목뼈를 타고 척추를 따라
대퇴부를 거쳐 새끼발가락뼈까지 촘촘히 깔린 레일이
치골처럼 툭 터진 채 갈라져 내린다 절벽 아래선 넘실
넘실거리는 검은 쓰레기봉투의 튼 살결 속으로 헤엄치는
틀니들, 틀니만을 골라 틀니를 물어뜯고 물어뜯긴 틀니는 
물어뜯길 틀니만을 골라 거푸거푸 새 틀니의 형을 떠낸다
뚱보는 어디로 갔나 뚱보는 전복된 쓰레기열차 안에서 잠든
뚱보를 다시 또 다시, 찾는다 베개처럼 두 다리 사이에
미추왕릉을 끼워 넣고 잠이 든 뚱보는 코를 후벼파듯
무덤 속을 빡빡 긁어가며 빈 주걱을 퍼 올리고 있다 
팔다리가 몽땅 동강난 토우가 피리 대신 입에 문
숟가락으로 빈 주걱을 빡빡 긁어대고 있다

3.
뚱보는 이제 뚱보의 작은 집 안에서 뚱보와 만난다
흰 시트가 깔려 있는 식탁 위에서 뚱보는
뚱보와 얼싸안자마자 접시가 된다 막 달군 피자치즈처럼
찍찍 늘어났다가 줄자처럼 되감길 줄 아는 접시 그러나
배고픈 접시는 언제나 접시의 얼굴이다 포개진 두 개의
접시가 식탁 아래로 떨어져 깨어질 때 네 개의 투명한 
유리구슬은 동시에 바닥 위로 솟구쳐 오른다







한 여자


줄지어선 손님들이
문을 두들기고 있다
여자는 안에서 노크한다
…오늘은 안 돼요

손님들은 차례를 기다리지 않는다
망치 좀 가져 와 망치 찾는 소리
여자는 온몸으로 노크한다
…오늘만 봐달라니까요

누고 난 똥이 너무 굵어
변기 속에 얼굴을 묻은 채
여자는 울고 있었다
물이 나오지 않았다

망치로 문고리 때려부수는 소리
허겁지겁 여자는
제가 눈 굵은 똥을 집어들고는
씹어먹는다 오래 전부터 여자는 
참 배가 고팠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열 손가락을 하나하나 쪽쪽 빨고
변기 속 똥물로 입가심을 마친 뒤에야
여자는 문밖으로 나온다

코를 틀어막은 손님들이
뒷걸음쳐 달아난다
잇새에 낀 똥을 드러내며
활짝 웃는 여자에게 당분간
손님들은 찾아오지 않는다

물이 나와도 여자는
종종 똥을 먹을 때가 있다
추천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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