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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신작시/손톱 외 1편/유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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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톱 외 1편
유 병 근
손톱을 깎는 동안 휴대폰이 가늘게 몸을 떤다 빗장 밀어붙이는 소리를 한다 다시 손톱을 깎는 동안 휴대폰은 몇 번 더 눈을 끔벅거린다 말을 듣지 않는 손톱깎이를 손톱에 댄다 엉성한 다듬질로 부스럭거린다 뉘처럼 쌓인 손톱부스러기를 쓸어모은다 느닷없이 물밥에 엎드린다 손톱에 엎드린다 닫힘과 열림의 손톱을 쓰다듬는데 어디서 해거름 같은 썰물이 진다 물밥과 휴대폰에도 썰물이 진다 나는 썰물 속으로 손을 밀어넣는다 썰물은 손톱이 아니다 물밥이 아니다 그러나 깎아 물밥 친 손톱처럼 날아가는 물새, 열 마린지 스무 마린지 감감한 울음 흘리며 썰물을 지나 허공 멀리 손톱을 깎고 있다
식 탁
그가 바다구이를 집는다 젓가락으로 살을 헤집고 아가미를 뒤집는다 숨은 잔뼈를 발라낸다 화해를 꿈꾼다 등 웅크린 둥근 접시에 바다의 괄약근을 그린다 도다리 같은 가자미 같은 원형질 속으로 잠든 쥐라기의 바다를 발라낸다 숯불에 석쇠를 걸쳐놓고 다시 바다를 굽는다 불에 달구어야만 꽃 피는 바다의 몸에 젓가락을 댄다 누릇누릇 만개한 바다를 접시에 담는다
유병근
경남 통영 출생
197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곰팡이를 뜯었다} 등, 수필집 {덫을 찾아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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