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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신작시/구실 외 1편/김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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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실 외 1편
― 김춘수의 [꽃]을 패러디
김재석
뜨개질하는 마리아가
꽃꽂이하는 마리아로 변신하기 전에는
나는 그녀에게
다가갈 구실을 찾지 못했다
뜨개질하는 마리아가
꽃꽂이하는 마리아로 변신한 후에야
가슴 조이던 나는
다가갈 구실을 찾았다
내가 그녀에게 다가갈 구실을 찾은 것처럼
목매달고 싶은 사랑이 있거든
시치미를 뚝 떼고 기다려봐라
서두르지 않아도
가까이 다가갈 구실이 주어질 것이다
그녀가 거느리는 꽃가게에
장미꽃 몇 송이를 구실삼아
이제 마음껏 들랑거리게 되었다,
그녀의 향기에 절여 돌아오게 되었다
낮잠
백장미 한 송이가
꽃가게에서 걸어나와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중심을 향한 바큇살에
넋이 나간
아스팔트가 감긴다
몸둘 바를 모르는
가로수들 몸뚱이가 휜다
뒤따라가던 자동차들이
한눈을 판다,
잠시
김재석
·1955년 전남 강진 출생
·19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1993년 시집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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