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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신작시/목 잘린 부처는 하루 종일 힙합만 듣는다 외 1편/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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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 원
댓글 0건 조회 4,002회 작성일 03-03-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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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잘린 부처는 하루 종일 힙합만 듣는다 외 1편
이원


목이 잘린 불상의 얼굴 하나가 내게 왔다. 화두를 붙들고 있었을 몸은 다른 곳에 두고, 아래로 내려뜬 눈과 공기를 가두고 있는 코와 살며시 다문 입과 잘린 목까지 펄럭이며 내려오는 귀만 가지고 왔다. 부처를 동백나무 옆에 놓아두었더니 부처가 없는 왼쪽으로만 꽃이 핀다. 요즘 접시에 깔린 명사산 모래 속에 겨우 목을 담그고 있는 부처는 스피커와 모니터 사이에서 산다. 하루 종일 힙합만 듣는 부처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보니 왼쪽 관자놀이에 흰색 플러그가 꽂혀 있다 목잘린 부처는 힙합을 들으며 러시안룰렛 게임 중이다





지금은 영혼을 팔기에 좋은 계절


지금은 모든 것이 초록인 계절. 모든 것이 초록으로 흔들리는 계절. 우리도 흔들리는 두 팔과 두 다리 몸통과 머리 그리고 두 손과 두 발이 있어요. 자르고 갈고 붙이고 맞추고 쇠나 플라스틱을 끼울 수도 있어요. 공구 세트는 당일 배송되요. 지금은 초록의 계절. 모든 것이 초록 아니면 안 되는 계절. 살은 다 발라내고 싶은 계절. 팔 다리 몸통 머리 그런 분할은 너무 도식적이니 단면으로 지하 1층에서부터 옥상까지처럼 몸을 통째로 쓱 자르는 거죠. 3천여 개의 칼이 완비된 칼마트에서 종합조리용 장미목 식도 세트를 팔고 있어요. 왼손잡이용 칼 사용법도 동영상으로 배울 수 있어요. 지금은 진초록의 계절. 나무들의 잎잎이 공포로 꽉 찬 지금은 영혼을 팔기에 좋은 계절. 쓰지 않는 영혼을 팔아 고원이나 북극으로 떠나기 좋은 계절. 바람이 좋아서요 햇빛이 좋아서요.


이 원
·1968년 경기도 화성 출생
·1992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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