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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신작시/윤석산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은가 외 1편/윤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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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윤석산
1972년 <시문학>지로 등단
시집으로는 [아세아의 풀꽃], [벽 속의 산책], [말의 오두막집에서], [나는 왜 비 속에 날뛰는 저 바다를 언제나 바다라고만 부르는 걸까], [다시 말의 오두막집 남쪽 언덕에서], 저서로는 [현대시학], [문학의 이해], [소월시 연구] 등이 있음.
1999년 제 15회 윤동주 문학상 본상 수상,
현재 제주대학교수, 한국문학도서관 대표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은가
-달인을 위하여 · 14
나는 한때 달인이 되려면 무수한 연습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밤마다 내 영혼의 갈비뼈를 뽑아 희디희게 갈았다.
그러나, 끝없는 되풀이보다 칼끝에 스치는 바람과 그 바람에 일제히 눕는 풀잎과 그 풀잎에서 후두둑 날아오르는 메뚜기떼와 그들의 날개에 묻은 초가을 햇살이 개울로 떨어질 때마다 반짝거림과 일찍 뜬 낮달 속 떡방아 찧는 어머니 곁에서 지상의 반짝임을 바라보는 어린애 눈빛부터 배워야 한다는 걸 모르고 갈았다.
그래서 내 칼은 언제나 허공만 베고,
이내 무디어져 갔다.
허망한 기도
하나님도 사람들을 사랑하기 힘들어
가끔은 애완견 한 마리만 데리고 별나라 뒤편으로 숨는 세상에
그래서 우리 모두 우두커니 하늘을 바라보며
강아지나, 강아지풀이나, 강아지풀꽃 타래 같은 것들만 사랑하는 세상에
오늘 밤에는
기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내 슬픔 언저리로 떨어진 꽃잎 하나 훅 불어 허공에 띄워 놓고
그 위에 암자(庵子) 하나 짓고
어릴 적에 읽은 동화책 세상처럼 우리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우며
선(善)이 이긴다고 믿게 해주십사 기도하고 싶네.
그리고 코 꿰어 끌려간 북(北)의 소녀와
'샬롬'하며 인사하다 죽은 아프카니스탄 소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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